박하사탕 2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박하사탕 2

0 개 1,354 수선재

그 중 한 분이 강 할아버지다.

 

처음 이 분을 선임자로부터 인계를 받고 집을 방문 했을 때가 기억난다. 집 주소를 보고 찾아 갔을 때 여느 독거노인의 집과 달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두 내외분만 사신다고 들었는데….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신식 이층 벽돌집이었다. 한눈에 봐도 가족이 함께 사는 마을 이장이나 유지의 집쯤으로 보였다. 현관문을 두드리자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강00님 계십니까? 방문 진료 왔는데요.”

 

무심히 듣더니 손끝으로 담벼락 쪽을 가리켰다.

 

“저쪽 문으로 가보세요.” 라고 하고는 쌩~들어간다.

 

가리킨 곳을 보니 옛날 집에 있던 행랑채 비슷한 곳을 판자로 덴 문이 보였다. ‘담배’ 라고 적힌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형광등이 없어 한낮에도 어둡고 추운 부엌이 나왔다. 조금 더 들어가니 창문만한 방문이 보였다. 아마 담배를 떼다 파시며 생활을 이어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할아버지를 몇 번 부르자 방문이 열리면서 누워계신 하얀 할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눈은 백내장으로 많이 상하셨지만 정신은 맑으셨고 말도 또박또박 하셨다.

 

머리 위에는 조금 전에 보던 신문이 놓여 있었다. 방문 진료 왔다니 연신 반가워하시며 못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연탄을 쓰는 방이었지만 다행히 따뜻했다.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혈압을 재드리러 방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작은 문으로 최대한 웅크리고 들어갔는데 금방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방이 너무 좁아 내가 들어가 앉으면 두 분이 누워 계실 수 없게 되어서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시다가 얼마 전 어두운 부엌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치셨다고 한다. 얼굴엔 반창고를 크게 붙이셨지만 너무 선하신 얼굴이다. 혈압하고 당뇨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함박웃음이시다.

 

방 입구에서 할아버지 팔만 빌려 혈압을 어정쩡한 자세로 재어 드렸다. 이 모습이 재미있으셨는지 할머니가 연신 방긋하시며 까만 봉지를 주섬주섬 주신다.

 

“담배만 팔아서 줄건 없어. 한 달에 한 번 보건소 처자들 오면 줄려고 전에 영감이 따로 담아뒀지.” 하신다.

 

“할머니 뭔지 몰라도 안 주셔도 되요. 다음 달에 또 찾아올게요….” 하며 나오려는데 할머니가 입구에 누워계시는 할아버지 옆구리를 찌르시며 어서 건네주라며 성화시다.
 

어둡고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분들을 뵙다가 외롭고 힘든 내색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두 분의 온화한 모습이 그날 내내 참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지내시며 저런 웃음을 지으시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 후 그 마을 담당 자원 봉사자에게 강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큰집에 살던 중년 남자는 양아들이고 다른 자녀는 없으셨다. 

 

살림은 부족하지 않게 사셨는데 할아버지가 월남 전쟁 때 다리를 다치셔서 못 걸으시게 되면서 행랑채로 내려오시게 되셨다고 한다. 

 

거두어 키운 양아들이 이젠 노부부를 모른 체 한다고 마을에서도 꽤 미움을 받는 모양이었다.

 

정작 할아버지 할머니는 끝까지 아들에게 짐이 안 되려고 판자로 만든 행랑채에서 조금씩 담배를 팔아 생활하시고 계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양아들을 원망할 텐데 강 할아버지 부부는 오히려 그것을 감사의 대상으로 여기신다.

 

그렇게라도 아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고 옆에 살아줘서 든든하고, 간간이 담배를 팔아 그 나이에도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부러울 것 없이 사신다고 했다.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되는 ‘감사’. 

 

우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간의 감정인 ‘감사’. 

 

어쩌면 감사하는 마음이란 좋은 일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곳에 더욱 요긴하게 쓰라고 주신 조물주님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연세가 80이 넘으시고 고혈압에 걷지도 못하시지만 맑은 정신으로 정정하게 사시는 비결을 알 것도 같았다.  

 

838f566d251ab201c1a6d1609dc672b4_1562623214_7835.jpg
 

그날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야무지게 묶인 까만 봉지를 열어보니…. 박하사탕이다. 아랫목에서 마음 놓고 몸을 녹여서인지 엉겨 붙어 있다.

 

나는 한 달분 약을 전해 드리고 할아버지께 한 달 치 박하사탕을 처방받았다. 하나 떼서 입에 넣으니 싸하고 달콤한 박하향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박경리선생의 삶과 문학(작가론) 1

댓글 0 | 조회 1,374 | 2019.11.27
박경리 선생(본명: 금이今伊)은 1926년 10월 28일, 경남 충무시 명정리 서피랑 꼭데기 허름한 집에서 태어납니다.선생 스스로 ‘불합리한 출생’ 이라고 말한 … 더보기

함께 해줘서 고마워 3

댓글 0 | 조회 1,129 | 2019.11.13
고통은 내게, 다른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아프기 전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 생명이 있는 하찮아 보이는 모든 생명체가 신비롭고 귀하게 여겨… 더보기

함께 해줘서 고마워 2

댓글 0 | 조회 1,131 | 2019.10.23
최고 학벌에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었고, 대학원 대신이라며 톡톡히 투자해왔던 레슨과 계획했었던 리사이… 더보기

함께 해줘서 고마워 1

댓글 0 | 조회 1,124 | 2019.10.09
‘이제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긴긴 밤들을 뜬 눈으로 새워가며 조금만 있으면 좋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1분 1초가 길고 더디게…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5

댓글 0 | 조회 1,412 | 2019.09.25
바로 ‘영혼’이란다.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영혼의 소리에 귀기울이면 자신이 조물주처럼 얼마나 장대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대.인간의 영혼에는 ‘마법…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4

댓글 0 | 조회 898 | 2019.09.10
지구의 온갖 것을 다 만들고 나서맨 마지막으로 가장 까다로운 과정이 남아있었을 때,아아으--- 졸려.조물주는 자기도 모르게 하품이 계속 나오는 걸 어쩔 수가 없었…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3

댓글 0 | 조회 1,114 | 2019.08.28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를 했나 봐.조물주는 가까이에 있는 작은 별 하나를 따서 지구를 향해 휙- 던졌어.조물주가 무심코 던진 별을 맞고 지구는 크게 상처를 입게 …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2

댓글 0 | 조회 1,171 | 2019.08.14
이건 너무 심심한 걸.좀더 재미있는 녀석들이 뭐 없을까?조물주는 머릿속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모습의 생명체들을 끝도 없이 상상하기 시작했어.이것들이…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1

댓글 0 | 조회 1,241 | 2019.07.24
내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아마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일거야.궁금하니?정말 궁금하면 내 얘기 끝까지 잘 들어준다고 약속해야 돼. 왜냐하면 이… 더보기
Now

현재 박하사탕 2

댓글 0 | 조회 1,355 | 2019.07.09
그 중 한 분이 강 할아버지다.처음 이 분을 선임자로부터 인계를 받고 집을 방문 했을 때가 기억난다. 집 주소를 보고 찾아 갔을 때 여느 독거노인의 집과 달라 고… 더보기

박하사탕 1

댓글 0 | 조회 1,410 | 2019.06.25
아침 8시 15분. 오늘도 조금 일찍 도착해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바다를 낀 시골 마을. 노인들이 많아서 마을 청년회의 평균 연령이 60~70대인, 시내에서 한 … 더보기

작가 정을병의 마지막

댓글 0 | 조회 1,203 | 2019.06.11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탔다.좋을 때도 슬플 때도 그 원천적인 외로움은 마찬가지였다.나는 나의 영적인 고향에 친한 사람들을 모두 두고 혼자 지구에 온 게 분명했다.… 더보기

무늬만 경찰 2

댓글 0 | 조회 1,488 | 2019.05.28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바로 그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한 아저씨가 멈칫 멈칫 하더니 이내 자석에 끌리듯 트럭 옆으로 다가… 더보기

무늬만 경찰 1

댓글 0 | 조회 1,270 | 2019.05.14
전날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8월 한낮의 태양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세상을 모두 녹여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오늘따라 무슨 … 더보기

情 2

댓글 0 | 조회 1,015 | 2019.04.23
학창시절에 절친한 친구 녀석이 “인생은 고해의 바다” 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작은 일들로 배꼽을 잡고, 연신 깔깔거렸는데 다복… 더보기

情 1

댓글 0 | 조회 1,216 | 2019.04.10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 더보기

바위 이야기 3

댓글 0 | 조회 1,003 | 2019.03.26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에 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이 작은 바… 더보기

바위 이야기 2

댓글 0 | 조회 1,052 | 2019.03.13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위는 자신의 모습이 하늘의 사랑인 비와 바람으로 인하여 많이 깎여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음… 더보기

바위 이야기

댓글 0 | 조회 1,108 | 2019.02.26
오랜 옛날 옛적 높은 산 위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 한가지 자신의 위엄만은 대단하다고 생각하… 더보기

사랑이 영원할 수 있나요?

댓글 0 | 조회 1,308 | 2019.02.15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 보라고 하면항상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사랑에 관한 것이더군요.누구를 만나서 사랑을 했고, 배신을 당했고, 다시 사랑을 했고......이렇… 더보기

깨달음

댓글 0 | 조회 983 | 2019.01.30
저도 수련하면서 꼭 깨달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대충 보통 사람으로 살면 되지 왜 깨달아야 하나 했다고요. 그런데 공부를 하고 나니까 깨달… 더보기

정(精) 72근

댓글 0 | 조회 937 | 2019.01.16
인간이 지구에 태어날 때는 원칙이 있습니다. 몸을 에너지화 할 수 있는 자원을 무한정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이 태어나서 깨달음으로 갈 수 있겠는가를 … 더보기

피라미드

댓글 0 | 조회 1,332 | 2018.12.24
전에 어떤 분이 피라미드에 관해서 강의를 한다고 해서 찾아갔었습니다. 정신세계원에서 했는데 처음 30분 정도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도입부에서 가설을 몇 가지 … 더보기

사람의 인자(因子)

댓글 0 | 조회 885 | 2018.12.11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런가, 어떻게 틀린가, 사람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궁금하시죠?그러나 인간의 창조 목적이 ‘진화’이기 때… 더보기

성. 명. 정

댓글 0 | 조회 1,089 | 2018.11.28
엊그제 어느 분이 성(性), 명(命), 정(情)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참 반가워요. 수련을 하시면서 스스로 터득이 되겠지만 근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