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0 개 1,402 오소영

6월.“내가 이렇다구...”

 

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 날씨에 몸이 갈피를 못 잡는다. 무디게 천천히 오면 적응할 준비가 되련만, 위세에 눌린 노약자들은 한바탕 심한 몸살을 해야만 한다. 겨울맞이 통과의례가 만만한게 아니다.

 

첫 추위를 잘 넘기고 나면 깊은 겨울도 무탈하게 견뎌왔것만...

 

일찌감치 예방주사도 맞았다. 기초적인 상식으로 틈만 생기면 손도 깔끔히 씻었다. 양치질도 열심히 했것만 그럼에도 딱 걸렸다. 나이를 더 했다는 증표인가?

 

샘이 터진듯 흘러내리는 콧물을 감당할 수가 없다. 알러지를 떠올렸는데 느낌이 달랐다. 반갑잖은 감기손님이 오려나. ‘파나돌’을 찾아 먹으며 달랬다.(금방 괜찮아지겠지 이겨낼꺼야!) 

 

감기에 첫번째 답은 안정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으스스한 집 안에 웅크려 있고 싶지 않아서 밖으로만 나돌았다. 마음은 그런데 몸이 반항을 했다.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목캔디를 정신없이 빨아삼키며 달래보지만 나아질 조짐이 안 보였다. 점점 더 심하게 아파왔다. 그동안 너무 많이 무리를 했다는 신호임을 깨달았다.

 

그러면 그렇지.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복병 허릿병까지. 앉은 자세가 불편하고 일어날때 가장 고통스러운 허리.

 

두 다리 멀쩡해 걸으니 누구도 환자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단짝 오랜지기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이틀이나 지났다. 좀 나으려나 했던 몸은 여전했고 그 이틀이 더디게 지나갔다.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병문안을 나섰다. 역시 비바람이 사나웠다. 우산을 받쳤어도 아랫도리가 다 젖었다.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무서웠다. 왠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충충한 방이 감기 바이러스로 가득찬 느낌이었다. 기분 좋을리가 없었다.

 

돌아오려고 병원밖을 나서는데 올 때와 달랐다. 비를 맞고도 몰랐는데 마주치는 바람이 왜 그렇게 차고 싫은지.... 손이 저절로 머풀러 자락을 잡아올려 입을 막았다. 차 안에서도 내내 그렇게 입을 막은채로 있어야 했다. 차에서 내려 걷는데 몸에 중심이 흔들렸다. 갈대처럼 휘청거리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스치고 지나가는 감기 정도인줄 알았는데 된통 몸살까지 불러들인 꼴이 되었다. 허약한 체질로 기운 떨어지면 더러 비실거릴 때도 있지만 지금 상태는 그런게 아니었다. 이제 정말로 기계가 낡은 모양이었다. 끄떡없던 호흡기 질환까지 달겨드니 믿을데가 하나도 없다. 얼마동안이나 고생을 해야 끝이날지...

 

누워있으면 여기저기 가지치기 잔병들이 신나서 따라들어 온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렇더라도 당장은 빨리 들어가서 따뜻하게 해 놓고 침대에 눕고싶은 마음 뿐이다. 집에 다달았을 때 서두르는 발길을 잠시 붙잡는 것이 있었다.

 

c0c3e2971fb91622e46787e7224028e2_1561415485_5287.jpg
 

바닷가 백사장에 핀 해당화? 하얀 조개껍질 밭에 바알갛게 화사한 꽃들이 반갑다.

 

그 험한 비바람에 부대끼면서도 작은 키. 가녀린 가지에 어찌 그리도 크고 탐스런 꽃들을 피웠는지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다. 이 춥고 쓸쓸한 계절에 마치 봄의 전령이듯 꽃을 선물로 기쁨을 주는 그들.(너희들은 추위도 모르는구나)

 

대단한 자연앞에서 맥없이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왜 그리도 초라해 보이던지. 세상에서 버림받은 낙오자의 마음이 이런것일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롭게 힘이 생기는것 같았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사다가 심은 작은 관목들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별러서 만든 화단이었다. 마음놓고 자라는 잡초와의 전쟁에서 언제나 호된 고역을 치뤄야하는 몸. 시원찮은 허리를 빌미로 흙과 친해지기가 겁이났기 때문이다. 길섭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들로부터 그 어떤 꽃이라도 아름답잖은 꽃들은 없다. 누구보다 뒤지지않게 꽃을 좋아하지만. 보고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꽃 이름도 변변히 아는게 없는 것은 당연했다.

 

바로 옆집의 꽃밭이 늘상 화려하니 사철 푸른 관목으로 대조를 이루고 싶었다. 잡초와의 전쟁은 조개껍질을 깔아서 끝장을 낸 것이다.

 

풀들이 헝크러져 보기 민망했던 곳이 하얀 바닥에 파란 나무가 깔끔한게 그냥 만족했다.

 

새 식구가 된 여린 나무에 정성을 들인것은 물을 준 것 뿐이다. 낯선 흙에 뿌리를 잘 내려준게 고마웠다.

 

이 쓸쓸한 겨울에 저리도 고운 꽃을 보여주리란건 생각지도 못 했었다. 핑크빛이 자즈러져 눈을 홀린다.

 

“꽃밭에 앉아서 꽃 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요즘 연습중인 합창곡 노래가 입속에서 절로 흥얼거려졌다. 이 노래를 지은이도 아마 지금의 나같은 감동에서 노랫말을 썼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

 

혼자보기 아까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살짝 외로움이 묻어나는게 내 마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꽃송이가 무거워 땅에 내려앉은 여린 가지들을 들어 올려주며 나직이 속삭였다.

 

“난 이제부터 좀 심각할꺼야 당분간 밖에도 못나가. 너네들이 날 많이 위로해줘” 

 

밤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목 이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해서다. 기나긴 겨울밤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길다고 느껴본 것도 드문 일이다. 허리라도 편하면 일어나서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 것도 안되니 아픈 생각만 깊어갔다.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언젠가 먹다가 둔 기침약을 생각 해 냈다. 주방 캐비넷을 몽땅뒤져 약병을 찾아냈다. 삼분의 일쯤 남은 물약이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남은 약만 먹어도 기침은 이겨낼수 있을것만 같았다. 대단한 기대를 하면서 우선 유효기간을 살폈다.

 

세상에 이럴수가.... 얼마전에 둔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15년 전인 2004년이었다.

 

15년. 그동안 기침약을 찾을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잔병치레는 했어도 감기 기침은 정말로 오랜만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었다. 약은 곧장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에게 귀한 대접이 무얼까?

 

감기는 내 몸에 적신호를 알리는 전령이라고 들었다.

 

유투브를 뒤져서 좋다는 걸 찾아냈다. 생강에 계피물, 무꿀즙, 도라지물, 꿀을 섞어서 쉴새없이 마셨다.

 

시나브로 20여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힘들어 지쳐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버릇처럼 창 밖을 내다봤다.

 

어느 바닷가에서 뒹굴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하얀 조가비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세월에 부대껴 지금은 형체마져 사라졌지만 그들도 한때는 생물체였었다. 파도에 떠밀려와 갈매기들의 먹이가 되었다. 바닷속 이야기를 신비스럽게 간직한 저 말없는 조가비들. 그들은 한 식구가 된 꽃들과 밤마다 무슨 말들을 속삭일까? 인어공주 이야기라도 들으며 저토록 예쁜 꽃들을 피워냈는지... 문득 수시로  안부를 물어오는 마음 따뜻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멀리 있어도 우리는 저들을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두사람 똑같이 시들지 않을 겨울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속속들이 알아버린 E-visa

댓글 0 | 조회 1,979 | 2023.08.22
세상은 늘 변합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겠구요. 제가 뉴질랜드 이민업무를 시작한 때는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그 시대는 절대다… 더보기

한반도, 단호한 냉정이 필요하다

댓글 0 | 조회 710 | 2023.08.22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3년 7월27일, 북한 인민군과 유엔군은 상호 교전을 잠시 멈추고 더 이상의 후속조치를 멈추어버렸고 그 뒤로 … 더보기

마중 가는 길

댓글 0 | 조회 509 | 2023.08.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귀국하는 날데리러 공항 가는 길아내 없는 동안 물 한번 주지 않은아내의 화분에 물도 주고먼지 앉은 피아노도 닦아 놓으니성가신 집안 일… 더보기

맑으면 선을 베풀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79 | 2023.08.22
탁기를 많이 받다 보면 그걸 견디는 힘이 생깁니다. 단련이 되면 어떠한 강 탁기도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저절로는 안 되고 계속 훈련을 해야 합니다. … 더보기

코로나19 재유행?

댓글 0 | 조회 2,926 | 2023.08.18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Omicron)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바이러스인 EG.5를 스파이크(spik… 더보기

Covid19 업데이트 - 모든 Covid-19 관련 규제 해제

댓글 0 | 조회 1,344 | 2023.08.18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61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 더보기

내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일본인, 일본 역사

댓글 0 | 조회 955 | 2023.08.09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나라. 토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빙하기가 끝나자 곧 토기를 사용했다. 조몬(繩文) 토기가 그것으로 규슈… 더보기

7월을 보내며

댓글 0 | 조회 547 | 2023.08.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반듯하게살고 싶었습니다사람들 마음에 들려고거짓 웃음 짓지 않는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고개 숙인 자 앞에서나도 아무것도 아니라며상처 주지 않… 더보기

학생들에게 좋은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 향상 방법

댓글 0 | 조회 730 | 2023.08.09
이번 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숙면의 중요성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 일하는 사람들”에 대…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17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생크 방지 요령

댓글 0 | 조회 641 | 2023.08.09
생크의 정의볼이 클럽의 호젤(Hosel) 부분에 맞아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날아가는 샷을 생크라 한다. 헤드 밑면의 힐사이드 쪽으로 맞아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장 이… 더보기

허벅지살 빠지는 초보자 하체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625 | 2023.08.09
“하체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무릎이 약한데 웨이트 운동해도 괜찮나요?스쿼트나 런지 하면 고관절 부분이 불편하고 아파요..”4년 넘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더보기

오픈 워크비자면 만사형통?

댓글 0 | 조회 1,176 | 2023.08.08
자국이 아닌 나라에서 체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체류 목적이든지, 비자(VISA)가 필수지요. 무비자 입국으로 체류한다 해도 비자가 발급되며 체류기한이 정해져… 더보기

리커넥트 7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586 | 2023.08.08
1.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함 나누기” 프로젝트지난 7월 14일, 리커넥트는 따뜻함을 나누기 위하여 오클랜드 거리로 나섰다. 대략 20-24명에 봉사자들이 … 더보기

누런 콧물이나 코피가 자주 흐르나요?

댓글 0 | 조회 849 | 2023.08.08
“우리 아이는 기침을 너무 많이 하는데, 기관지가 약한 것 같으니까 보약을 지어주세요” 라며 보호자가 직접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정해 오는 경우가 있다.이 때 정말… 더보기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애완동물은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나요?

댓글 0 | 조회 1,445 | 2023.08.08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보통 관계재산은 양측에게 공평하게 분할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애완견, 애완고양이 또는 다른 가족 애완동물일 경우, 이들이 관계 “재산”으… 더보기

사람을 살리는 온기의 힘

댓글 0 | 조회 746 | 2023.08.08
여행 가서 만나는 구들 이야기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훤하다. 낙하한 잎새들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걸으며 낙엽의 깊이를 재어 본다. 적엽량이라고 해야 할까.… 더보기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댓글 0 | 조회 584 | 2023.08.08
시인 : 김 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더보기

뇌과학이 알려주는 중독 (알코올,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의 이유

댓글 0 | 조회 1,023 | 2023.08.08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의지가 약하다거나 정신차리지 못한 한심한 실패자로 보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뇌과학자들은 중독을 뇌의 보상체계에 이상이 생… 더보기

마음으로 맑아지려는 노력

댓글 0 | 조회 547 | 2023.08.08
선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볼 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뭔가 삐져있는 사람입니다. 본인도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더보기

5500만 치매 환자에게 희소식

댓글 0 | 조회 1,795 | 2023.08.05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Dementia)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癌, Cancer)도 무섭지만, 말기 암 환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93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2023 시험비책

댓글 0 | 조회 743 | 2023.07.26
얼마전 한 학생이 거의 울상을 한 채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이유를 물었지만 딱히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리는걸 보아하니 바로 견적이 나옵니다. 시험을 망친거겠죠. 성… 더보기

사이드 힐 업•다운(Sidehill Up•Down)

댓글 0 | 조회 767 | 2023.07.26
정의발 앞쪽이 발뒤꿈치보다 높은 경사도의 샷어드레스평상시와 같거나 스탠스의 폭을 넓게 해야 한다. 볼이 자신의 발보다 위에 위치해 있으므로 조금 더 멀리서며 상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