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오르면 진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약 오르면 진다

0 개 1,513 명사칼럼

어릴 적에 보았던 연속극의 한 대목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어떤 큰 부자가 집사에게 큰일을 해결하고 오라고 파견하면서 한 말이다. 

 

“약 오르면 진다.” 심리적으로 동요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동요는 상황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생긴다. 그런데 상황은 언제나 복잡 미묘하고, 자기 뜻은 자신에게 항상 분명하다. 분명한 것과 복잡 미묘한 것이 정면 대결을 펼치면 어떻게 될까. 

 

복잡 미묘한 것은 언제나 변통 무궁하여 칼끝의 방향과 모양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연히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진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품고 있는 가장 큰 그릇이 나라다. 

 

그래서 노자는 나라를 알기 어려운 신기한 그릇(神器)이라고 표현한 후,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 분명함에 빠지면 신기한 그릇을 다루는 일에서 쉽게 패배한다고 강조한다.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 이다.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며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 진위나 선악에 대한 판단도 모두 거기에 의존한다. 

 

문제는 선악 판단이 명료해지면서 이것이 도덕적 우월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일은 적을 하나 줄이고, 친구를 하나 늘리면서 해나가면 성공한다. 하지만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순간, 친구가 하나 줄고 적이 하나 늘기 쉽다. ‘확고한 마음’은 팽창력보다 수축력이 강한 탓이다. 따라서 미래적이기 어렵고 과거적이기 쉽다. 

 

도덕적 우월감은 자신이 조작한 것이다. ‘확고한 마음’도 조작물이다. 조작물에 의해 자신이 지배된다면,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처지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은 조작물의 대행자로 존재할 뿐이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조작물의 수행자나 대행자로 존재하며 분열되어 있으면 진실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쉽게 자기 밖의 무슨 물건이나 자기 밖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정당화하곤 한다. 

 

어떤 학생이 시험 중에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었다. 진실하게 존재하는 학생이라면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것이다. 잘못을 자신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대행자로 존재하며 스스로 분열되어 있으면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도 그랬는데, 왜 자기만 잡느냐고 항변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삼는데서부터 진실은 힘을 얻는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는 한, 진실은 흔들린다. 남보다 좀 더 나은 것이 핵심은 아니다. 내가 나에게 자랑스러운가가 진짜 핵심이다. 

 

‘확고한 마음’으로 무장하여 뿌리를 깊이 내린 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되는 질문에 취약하고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지식이나 이론을 배달하는 대답에 익숙하다. 

 

대답이 기능하는 곳에서는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의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원래 모습’은 시제가 과거형이고 굳건한 기준이다. 이 기준에 맞으면 참이고 맞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당연히 대답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논쟁 대부분이 과거 논쟁과 진위 논쟁으로 채워진다. 이미 있는 문제를 다루는 데에 빠져 있으면서 세계 변화에 맞는 새롭고 적실한 문제를 창출하는 일에 취약해진다. 가공에 강하고 창의에 약해진다. ‘확고한 마음’이 진정성과 도덕성의 외투를 입고 있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미래적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성숙해 가려는 수양은 모두 다 ‘확고한 마음’을 줄이거나 소멸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무념무상’ 이니 ‘무아’니 ‘관조’니 ‘무소유’니 하는 것들이 다 그렇다.

 

‘확고한 마음’이 사라지면 폐쇄적인 틀도 함께 사라져서 자신이 온전한 자신으로 드러나고, 그렇게 되어야 세계를 보고 싶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힘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래야 ‘약 오르다 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e723c2f5cd5472fdef8235a8584fa70d_1556072491_9324.jpg
 

단전호흡의 요령

댓글 0 | 조회 448 | 2024.02.13
단전호흡 할 때의 요령은 `단전 외의 부분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직 단전만 있는데 `단전이 중심이다’라고 생각하세요.◆ 호흡을 하면서 어떤 의념을 같…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351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 더보기

골절(骨折, Bone Fracture)

댓글 0 | 조회 366 | 2024.02.10
필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재까지 두 번 골절(骨折) 사고를 당했다. 지난 1997년 봄에 왼쪽 다리에 골절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왼쪽 손가락에 골절을… 더보기

비자카드 말고, 비자 그게 궁금하다

댓글 0 | 조회 609 | 2024.01.31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타국가에 체류하고자 하는 한국여권 소지자라면 뉴질랜드가 되었든, 호주가 되었든 간에 체류기간 동안에는 그 어떤 비자(VISA)라도 소지하고 … 더보기

관료주의의 무능, 권력자의 광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 - <서울의 봄>이 상기시키…

댓글 0 | 조회 348 | 2024.01.31
공허한 권력의 실체이 영화 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 시작하고 싶다. 반란 성공이 확실해지고 수괴 전두광 장군(황정민)은 일행과 함께 본부로 돌아가려다 혼자…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294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월경불순

댓글 0 | 조회 456 | 2024.01.31
여성에게 순조로운 월경은 건강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표시다. 가임기의 여성은 정상적인 경우 24~35일 간격… 더보기

재시행된 Trial Period이 고용주에게 미치는 영향

댓글 0 | 조회 728 | 2024.01.31
2023년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신규 규정을 시행했으며, 이에는 고용 법률 개정도 포함되었습니다. 12월 23일, 대부분의 뉴질랜드인들이 해변으로 향하고 몇 잔의… 더보기

지혜의 숲에서 꿈꾸는 바다

댓글 0 | 조회 226 | 2024.01.31
유학생 두 사람이 찾은 오대산 숲과 월정사 템플스테이월정사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품 너른 나무 같다.절 앞에 즐비한 전나무에 기대어 쉬기도 하고 그 나무들이… 더보기

한강철교를 지나며

댓글 0 | 조회 311 | 2024.01.3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저녁 무렵전철 차장 밖으로해가 넘어갑니다아내가 물어옵니다‘당신 첫사랑가끔 생각 나?’아내는 저녁 여의도가 보이면그 남자가 궁금하답니다나는 그… 더보기

지워지지않는 이름, 그녀 ‘레베카’

댓글 0 | 조회 966 | 2024.01.30
내게 북유럽 패키지 여행은 아무래도 ‘러시아’가 핵심이었다.동행하자는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여기는 지… 더보기

시작

댓글 0 | 조회 324 | 2024.01.30
모터웨이를 달리던 중 이었습니다. 빠듯한 시간에 속도를 맞추느라 사알짝 과속 언저리까지 넘나들며 운전을 하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앞 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투… 더보기

매일 이 두동작을 했을 때 찾아오는 놀라운 변화

댓글 0 | 조회 670 | 2024.01.30
운동 시간이 길거나 강도가 세다고 해서 꼭 효과가 좋은 건 아닙니다. 특히 운동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무리해서 강행했을 때에는 부상이나 중도 포기 등… 더보기

학생의 육아출산 수당 수급

댓글 0 | 조회 1,037 | 2024.01.30
뉴질랜드에서 육아출산 수당 수급 자격은 출산휴가및고용법에 따라 결정됩니다. 출산휴가및고용법은 피고용인 또는 자영업자가 출산일 전 52주 중 어느 26주 동안 최소… 더보기

서울복음 2

댓글 0 | 조회 474 | 2024.01.30
시인 정 호승너희는 너희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라.한 송이 눈송이 타는 가슴으로마른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너희는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감사하라.감사가 없는… 더보기

단전호흡법 : 와공(臥功)

댓글 0 | 조회 435 | 2024.01.30
와공(臥功)은 단전을 자리 잡게 하고 축기하는 데 좋은 자세입니다. 단전호흡을 처음 시작한 분은 100일 동안 매일 이 와공을 하면서 단전을 자리 잡는 것이 좋습… 더보기

외로움 유행병

댓글 0 | 조회 833 | 2024.01.26
시인 정호승(鄭浩承, 1950년 경남 하동 출신)이 1998년에 발표한 ‘수선화에게’라는 시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사람이 살아… 더보기

자궁경부암 검사 방법의 변경

댓글 0 | 조회 1,205 | 2024.01.23
2023년 9월 12일부터, 자궁경부암 검사(이전에는 “smear”로 불림)가 HPV 검사로 바뀌고 가정에서 자가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새로운 검사 방법으로 hu… 더보기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댓글 0 | 조회 590 | 2024.01.17
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 더보기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댓글 0 | 조회 534 | 2024.01.17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 더보기

녹차 덖고 마음 닦고

댓글 0 | 조회 297 | 2024.01.17
세 엄마와 로원 양의 해남 대흥사 템플스테이해남 대흥사 차 덖는 날, 푸릇푸릇 진녹색으로 변해가고차도 덖고 마음도 닦고, 웃음도 피고 새도 울고더할 나위 없이 행… 더보기

한방에 이해되는 온라인 비자 수속

댓글 0 | 조회 878 | 2024.01.17
외국인 자격으로 뉴질랜드에서 체류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비자(VISA)입니다.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이기에, 뉴질랜드 이민부 역시 거의 모든 비자… 더보기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댓글 0 | 조회 281 | 2024.01.17
시인 정 진하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라간절한 소원을 밤마다 외쳐라지치면 지칠수록 더 크게 외쳐라더 큰 용기와 더 큰 꿈을 가져라가야될 인연의 길이 엇갈렸다… 더보기

겨자씨만한 씨를 심어

댓글 0 | 조회 313 | 2024.01.17
단전은 기운 주머니인데 처음에는 크기가 자궁만 합니다. 주먹 만 한 크기입니다.호흡을 하면 그 주머니에 겨자씨만한 씨가 생깁니다. 그리고 계속 호흡을 하면 이 씨… 더보기

왜 우리 집 주방 싱크대는 자주 막히나요?

댓글 0 | 조회 737 | 2024.01.16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여름 휴가 시즌 동안,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하는 식사의 시간은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삼겹살이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