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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오소영 0 1,072 2019.04.23 17:32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

 

‘사랑의 유람선’...

 

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앞에 앉을땐 왜 그렇게 즐겁던지... 마치 내가 그 배를 타기라도 한듯 들떴던 아줌마였다. 그 어느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아마도 대리만족에 취했었던게 틀림없다. 그 시절 우리가 본적도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배. 배라기보다는 내부시설이 화려한 건물로 착각하기에 딱 좋았다.

 

그걸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제목이 그러하듯이 배 안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마냥 감미롭고 달콤했다. 꿈처럼 지나가버린 옛날을 추억하게 해주니 타임머신을 탄 기분도 들었다. 멋진 풍경과 배경이 되어주는 배 안의 곳곳을 섭렵 해보는 재미는 또 어떤가. 속물 아줌마는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어불성설. 그런 배를 타 보고싶다는 것은 꿈속에서조차 상상 해보지 못했었다. 동화속의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래 살다보니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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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고 누구라도 조금만 투자하면 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얼마나 좋은가!.

 

여기저기 광고속에서 유혹의 손짓이 야단스럽다.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크루즈 여행은 2012년이었다. 급하게 결과부터 말하자면 신선놀음으로 행복한 유람이었다.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릴때까지 몸을 많이써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휠체어 이용자들도 부담없이 타고 있었다. 모든것이 잘 갖춰진 작은 도시에서 맴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평소와 다른 삶을 체험한다는 사실은 가슴 설레는 기대를 하게 했다. 매일 색다른 이벤트로 즐거움을 주었다.

 

주방에서 해방된 여성들은 끼니 걱정없는 모처럼의 세상이 여유롭고 행복했다. 때마다 다채롭게 차려진 음식을 이것저것 맘껏 골라서 여럿이 먹는 재미가 전체 재미에 반을 차지했다. 한식이 아니라서 아쉽다구요? 천만의 말씀을 . . .

 

식사 시간이야말로 동행한 친구들끼리 오랜동안 둘러앉아서 담소를 즐기는데 최고였다. 더러는 모르는 주변 사람들과 여유롭게 교감도 하고 그들속에서 미모(?)로 돋보이는 코리안을 맘껏 뽑내기도 했다.

 

멋을 좀 더 부려서 옵션인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한번쯤은 격을 높여서 특별해 보고싶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넓은 원탁에 일행들이 함께 둘러앉아 우아하게 요리를 주문했다. 빼놓을 수 없는 와인도 한 병. 빨간빛 고운 그라스를 추켜들고 목소리높여 ‘위하여’를 외쳤다. 화려한 조명 바깥 유리창 너머로 밤바다가 검푸르렀다. 하늘인듯 바다인듯 그 속에서 황금빛 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름다움이란... 바다위에서 보는 별빛은 너무도 크게 밝고 투명했다. 잃었던 청춘의 뜨거운 열기가 가슴속에서 스멀거리는 잊지못할 밤이었다.

 

바쁜 생활속에 찌든 먼지를 저 드넓은 바닷물에 훌훌히 털어버렸다. 잠깐 세상을 등진 별천지에서 쉼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가끔씩 나타나서 자연 ‘쇼’를 보여주는 고래들의 묘기. 육지의 손님들에게 몸자랑이 귀여웠다. 

하룻밤 긴 잠에서 깨어나면 또다른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둘 불빛이 피어나는 여명의 도시를 바다에서 바라보았다.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되는 또 하루가 가슴터지는 감동이었다. 새롭게 활력이 솟아남을 은연중 깨닫기도 했다.

 

어느덧 배 앞머리 쪽으로부터 붉은 해가 솟았나보다. 갑자기 눈을 찌르듯 찬란한 그 무엇이 있었다.

 

(아....!! 오페라 하우스...) 전신에 타일옷을 걸친 예쁜 조가비 건물이 아니었던가. 그 벽에 부딪힌 햇볕이 눈을 찌르며 바닷물에 꽃잎파리 처럼 부서져 내렸다. 그 아름다움을 말로는 형용 할 수가 없다. 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육지에서 보았을 때도 아름답다고 감탄했던 ‘오페라 하우스’.... 그것과는 비길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경이로웠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놀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났지만 배는 이미 각도를 달리했다.

 

배가 천천히 ‘시드니’에 입항 중이었다. 본의가 아니었지만 혼자만 받은 특혜같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나이먹어 살다보니 이래저래 문화생활도 멀어졌다. 

 

우리가 보기엔 애매한 영화였지만 영화관에도 드나들었다. ‘쇼’가 재미있어 실컷 웃고 즐겼다. 고즈넉한 저녁 시간엔 여러 곳에서 연주회가 있어 취향대로 골라 감상도 할 수 있었다. 노래자랑 무대가 준비되는 날은 끼 있는 사람들의 잔치였다. 우리가 아쉬웠던건 우리의 노래 반주가 없다는 것이었다. 춤을 출줄 알았다면 댄스파티도 즐겼을텐데... 주변머리없는 자신이 바보같았다. 홀을 기웃거려 보지도 못했다. 

 

우아하게 자태고운 한복을 자랑하려고 치마폭을 날리며 복도를 휘젓고 다녔던 날도 있었다. 여러나라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을 많이 받았다. 저마다 고유 의상으로 치장했지만 우리한복의 아름다움이 으뜸이었다. 카메라 후레쉬가 수없이 터지는걸 보며 어깨가 으쓱했었다.

 

드레스 입는 날, 젊은이는 예쁜 드레스를 새로 맞춰 준비했다. 누구는 핑크빛 화사한 드레스를 입었다. 크루즈 탈 때 입으라고 한국의 지인이 보내줬단다. 그 날 무지개 합창단 드레스가 나를 빛내주었다. 맘껏 젊음을 훔쳐 화사하고 다채로운 꽃밭을 이루었다. 화려한 조명속에서 군중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여한없이 기념사진을 찰칵 찰칵... 좀 극성맞았을까?

 

oo섬에 배가 정박했다. 배에서 내리니 고유정장의 ‘백파이프’ 연주단이 환영연주를 하고 있었다. 섬에 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반가운 예의라고 했다.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니 작은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배가 들어오는 날 에만 특별히 관광객을 위해서 서는 장이라고 했다.

 

특별하게 살만한건 물론 없었다. 그 장에서 뜻밖에 한국 아가씨를 만났다. 브롯치를 팔러 나온 유학생들이었다. 육지에서 원정을 나왔단다. 반갑지만 마음이 짠했다. 손녀같은 마음이 들어서 브롯치 2개와 긴 줄 목거리를 팔아줬다. 그 목거리는 한번도 제 할 일을 못하고 모자걸이에 늘 걸려만 있다. 주인을 잘못만난 목거리다.

 

섬을 떠나 배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내릴때 처럼 멋진 연주로 배웅을 해 주려 서성거리고 있는 단원들과 주민들. 우리는 배에 오르자 서둘러 높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뱃전가득 나란히 서서 그들의 환송을 받았다.

 

그 큰 배가 느릿느릿 움직일 때까지 그들은 그렇게 연주를 계속했다. 우리들은 힘차게 손을 흔들어 답을 보냈다.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수 놓아 사는 사람들이 그지없이 부러운 한 때였었다.

 

오클랜드 항만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크루즈’가 정박 해 있다. 고층 아파트 하나가 우뚝 선 것처럼 바다를 막고 있다. 위용이 대단하다. 그 큰 몸집이 어찌 물위를 떠다닐 수 있을까? 아이같은 우문으로 볼 때마다 신비스럽다.

 

퀸스트리트 거리가 유난히 붐비는 날은 어김없이 크루즈가 들어온 날이다. 다소 서먹한 표정으로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일까? 부러운 마음이 든다.

 

언제인가... 오클랜드에서 부산까지 한달동안의 ‘크루즈’ 여행 상품이 광고로 뜬적이 있었다. (우와...)

 

세계 일주는 못할망정 그 여행만큼은 죽기전에 꼭 한번 해 보고싶다. 허망한 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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