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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왕자 6편

송영림 0 201 2019.04.10 12:19

나는 여자라서 불편한 거 많았는데

길거리에서 ㄸㄸ이 아저씨 본 게 겨우 13살 때였고

14살 골목길 어딘가에서 만난 오빠들이 교회 다니자고 권유해서 얘기 나누고 있는데 한 오빠가 내 ㄱㅅ만 보고 있어서 도망친 적 있고

15살 5월 5일 어린이날 한낮, 공사장에 끌려가서 성폭행 당했고

17살 때 야자 끝나고 집에 오다가 버스에서 졸아서 부랴부랴 택시 탔는데 기사가 어두운데 끌고 가서 성폭행 했고

24살에 친구 장례식 가는 길 승강장에서“워우, 궁디 죽이는데?”아저씨 만났고

25살에 지하철 역 계단에서 내 치마 속으로 손 넣은 정신장애인 있었고

27살에 직장 내에서 직속상사에게 성폭행 당했고

나 당하는 걸 일부 직원들이 CCTV로 돌려봤고

그 중 유죄 처리한 건 일부였음.

내가 이뻐서도 아니고 착해 보여서도 아니고 불운해서도 아니고 그만큼 흔한 범죄라고 생각함.

조심해서 될 일도 아니고.. 

예방은 피해자가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법 강화가 정말 필요하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거 내 오랜 숙명이지만 주위에 함께 울어주고 화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극복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고 생각보다 오래 아프다.

이런 내가 극페미니스트가 됐어야 하나?

한남, 한남거리는 거 또 다른 혐오일 뿐이잖아.

늘 아픈 것도 아니니 웃음을 아낄 필요도 없고.

난 내가 여성이란 걸 사랑하고

남성들과도 행복한 기억이 많았기에 

그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이성을 잃고 폭주할 때 있긴 하지만 

곧 이건 아닌데.. 심호흡한다.

한때 피해자였던 나를 아프게 하는 발언과 

여전히 정말 성범죄가 흔해서 속상하지만 

의식을 바꾸려면 적대적인 마음보다 

가해자 처벌, 법 개선 등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할 일이 있겠지. 살다보면..

^-^내가 많이 겪었으니 딸램은 그런 일 안 겪으면 좋겠네. 아무 생각 없이 철부지로 살았음..

아.. 그렇다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음. 살면서 겪는 고난의 종류가 다른 거.

 

어제 오늘 나는 바빴다. 마음도 바빴다.

성추행 성폭행 가정폭행 다 당해본 내 인생이 참 비현실적이다. 

나도 내가 다 꾸며낸 얘기였으면 좋겠다. 

나도 재밌는 얘기만 하며 과거 없이 미래지향적으로 살고 싶단 말이다. 

내가 피해자의 심정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아서 얼마나 애쓰는지 모를 것이다. 내 생명은 소시오패스들 때문에 단축된다.

 

* 그렇지 않은 당신에겐 전혀 유감없습니다.

 

나는 A의 글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A가 보내준 이 글을 거르지 않고 그냥 다 싣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글의 쉼표 하나에도 A의 마음이 묻어 있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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