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계약서라도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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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계약서라도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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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동안 인간사회에는 뜻밖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노령화도 그중 하나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노령연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늘날 서구사회에는 효도계약서란 것이 유행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그에 관한 토론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쪽에서는 효도계약서란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모자식 간의 깊은 정을 손상하는 문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모의 노후를 보장하려면 자식이 투명하고 공정한 약속을 하는 편이 좋다는 입장이다.

 

서양에서는 전부터 효도계약서라고 불러도 괜찮은 문서가 있었다. 중세 이후에 작성된 유언장에는 부양조건을 자세히 기록하는 풍습이 있었다. 근대에 이르러 문자생활이 일반화되자 농민들 역시 이른바 ‘은퇴계약서’ 라는 것을 만들었다. 연로한 부모가 생업을 그만두면서, 자신의 뒤를 이을 자녀와 작성한 계약서였다. 

 

은퇴계약서가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다. 1875년 현재, 농부의 절반이 은퇴계약서를 작성했다. 평생 ‘내’ (은퇴자)가 관리한 농토를 물려주는 만큼, 일주일에 우유를 몇 리터는 제공해야 한다, 고기 요리도 한 달에 몇 번은 해줘야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산 ‘내’ 누이동생도 생을 마칠 때까지 잘 보살펴야 한다는 식의 당부였다. 계약서의 끝에는, 만일 이 모든 약속을 ‘네’ (상속자)가 충실히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상속에 관한 약속이 무효라고 적었다.

 

이런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상속자의 어깨가 가벼울 리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요구가 너무 많고 지나쳤다. 설상가상으로, 상속 문제로 동기 간의 관계도 곤란해졌다. 한 명의 자녀가 유산을 몽땅 물려받을 경우, 상속에서 배제된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그들은 상속자를 질투했고, 한데 뭉쳐 상속자에게 적대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런데 19세기 말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많은 시골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먼 시골에서도 화폐경제가 관철되었다. 노후를 보장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낙농업으로 부유해진 덴마크의 사례를 보면, 농지연금이 시작되었다. 농지의 가격을 평가해, 해마다 상속자가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은퇴자에게 지급하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같은 방식이 도입되었다. 

 

20세기 초부터는 각국이 노령연금제를 실시했다. 유언장과 은퇴계약서에 명시되던 효도의 의무가 사라졌다. 복지사회가 자녀를 대신해 부양을 떠맡았다.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부양계약서와 유사한 문서가 아예 없었다. 유교사회라서 효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강했다. 부모가 자신의 노후를 염려해 문서를 꾸민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통사회에서 효도란 허구의 도덕관념이 아니었다. 국가는 효행이 탁월한 이를 발굴해 표창했다. 심지어는 관직을 주어 조정에 등용하는 일도 많았다. 

 

특히 조선사회에서는 ‘불효’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처벌이 심했다. 부모의 봉양에 소홀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당사자를 멍석말이(공동체벌)하였다. 사람들은 회의를 열어 불효자를 성토했고 그를 체벌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물론이고 1950년대까지도 멍석말이는 농촌의 일상 풍경이었다. 전국의 수많은 마을에서 시행한 ‘향약’과 ‘동약’에서 일차적으로 강조한 것이 바로 효도요, 어른에 대한 공경이었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의 각 가정에서는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집안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어르신의 취향을 따랐다. 아무리 살림이 가난해도 부모에게 올리는 상차림만은 특별한 정성을 쏟았다. 큰아들 큰며느리라면 부모 봉양을 감히 외면할 수 없었다. 그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큰며느리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회풍조가 일어날 정도였다.

 

유교사회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효도를 사회적으로 강제할 장치가 전무했다. 그들로서는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유언장과 은퇴계약서였다. 서양 사람들은 부모자식 간의 계약을 통해서 노인부양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나 원만한 해결책은 찾기 어려웠다. 사회적으로 적잖은 부작용이 따랐다. 이 문제는 유럽 각국이 고도산업화에 성공하면서 일단 해결되는 듯했다. 노령연금제도는 사회적 평화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21세기의 지구에는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연금이 고갈된 서구 사회에 효도계약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한국사회 역시 유교사회의 전통은 거의 사라졌다. 어르신 학대 사건이 적지 않다. 특히 물려줄 재산이 없는 부모를 장성한 자녀가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이 많아도 부모자식 간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재계 일선에서 은퇴한 어느 재벌가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법정에 고발하는 일도 일어났다. 

 

한국사회의 노령화와 양극화는 부양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미 효도계약서가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미풍양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하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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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승종

현 한국기술교육대 석좌교수

독일튀빙겐대학교, 서강대 사학과, 프랑스국립고등사회과학원, 독일 막스플랑크 역사연구소,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등 여러 기관에서 역사 강의.

저서로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정감록 미스터리>>,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한국의 예언문화사>,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그 나라의 역사와 말>>, <<역사와 선비>, <<상속의 역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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