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황사

0 개 1,045 수필기행

한낮인데도 사방은 어둑어둑하다. 황사가 심하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집을 나섰다. 

 

강원도로 접어들자 황사 바람이 거세졌다. 전조등을 켰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10c86b0ab47c1240874c5980b0a5d08d_1552433360_3843.jpg
 

새해가 되자 딸이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도보로 국토종단을 하자는 거였다. 딸이 제안한 길은 동해안을 따라 조성된 해파랑길이다. 해파랑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 이란 뜻이다. 770Km나 되는 그 먼 거리를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모유를 수유하는 생후 8개월 된 애기를 데리고 걷는 길이라 가당키나 하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딸은 국토 도보종단이 꿈이었다고 했다. 스무 살 때부터 꿈꿔 온 것을 지금 이루지 못하면 평생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요모조모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하루 이틀 생각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딸은 오랜 진통 후 난산 끝에 첫아이를 낳았다. 이제 곧 둘째 아이도 가져야 하니 자신의 건강을 다지는 것이 국토 종단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했다. 두 번째 목적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가 암투병중이어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 친구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담겠다고 했다. 그러면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 아니냐는 거였다. 

 

그렇다. 꿈을 꾼다고 그 꿈이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 목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지만 실행이 있어야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한다. 

 

엄마만 도와주면 끝까지 해낼 수 있다고 딸은 자신 있게 말했다. 작은 체구에 저 용기와 자신감이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국토 도보종단을 성공하려면 어느 한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도보의 주인공인 딸과 남편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치다꺼리와 8개월 된 아기를 맡아야 하는 나까지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실 촘촘한 삶에서 벗어나 낯선 길로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도 언제나 설렘의 대상이었다. 낯선 길도 떠나고 나면 금세 익숙한 길이 되어 내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가끔 그 길을 되새김하여 다시 떠날 때는 속살까지 보게 되어 더없이 친숙한 길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국토 도보종단은 여느 여행과는 다르다. 평소의 설레었던 여행과는 달리 낯선 길에서의 맞닥뜨릴 상황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두 달 동안 나의 공간인지 능력을 총동원하여 구간거리를 재고 숙소를 검색했다. 걷는 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아름다운 풍광과 안전한 곳으로 경로를 선택했다. 하루에 가야 할 거리를 30Km씩 계산해놓아도 23일의 긴 여정이다. 점심 한 끼만 사먹고 아침저녁은 숙소에서 장만해 먹기로 계획하고 일정을 짰다. 꿈을 이루려는 딸과 동행하는 남편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짐을 꾸리고보니 그 짐이 만만찮았다. 특히 육아용품과 이유식거리가 절반이 넘었다. 

 

국토종단을 계획하고 몇몇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반응들도 각양각색이었다. 부녀(父女)의 도보종단 용기에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무모하다’와‘왜 사서 고생하느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러니까 해보는 것’ 이라 일축했지만, 내심 밀려오는 불안감과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모든 사물을 실루엣으로 바꿔버린 황사 가득한 낯선 길에서 종일토록 젖먹이 아기와 보내야한다는 불안감이 자꾸만 엄습해 오는 것이다. 더구나 도보하는 딸과 남편의 에너지원이 될 밥상을 길 위에서 날마다 차려야 한다는 중압감도 떨칠 수가 없었다. 행여 중도에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때의 부담감도 가슴 밑바닥에서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왔다. 

 

진부령과 미시령의 분기점인 용대 삼거리에도 황사는 여전하다. 즐비하게 늘어 선 가게의 네온불빛만 희미한 가로등처럼 밝혀져 있다. 최대의 황태덕장이라는 명성답게 온통 황태판매장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좋다는 황태를 한 축사서 다시 출발지인 고성으로 향한다. 

 

저 멀리 소나무 방풍림이 보인다. 드디어 화진포해변이다. 찰싹찰싹 방죽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파도소리는 두려워했던 일들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린다. 내일이면 딸과 남편은 그 현실 속을 걸어 갈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무사흘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감격의 순간을 맞을까. 

 

내일쯤은 아마 황사가 환히 걷히고 고성의 푸른 하늘은 국토 도보종단의 첫걸음을 걷는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잘 할 수 있으니 힘내라고. 

 

=========

■ 이 숙희 

계간 수필세계 발행인, 대구수필가협회 부회장, 알바트로스문학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회원. 

 

10c86b0ab47c1240874c5980b0a5d08d_1552433282_9493.jpg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74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401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64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64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카페에서 설교를 준비하다

댓글 0 | 조회 510 | 2023.1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의 한 칸짜리 빌린 방에아내 혼자 두고 나와유명 카페에 앉아 말씀을 펼친다뜨거운 커피 내리는 소리주문한 사람 부르는 소리컴퓨터 자판 두드… 더보기

비가 오면 손발이 저리나요?

댓글 0 | 조회 297 | 2023.11.28
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 더보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댓글 0 | 조회 611 | 2023.11.24
필자의 오랜 친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가 지난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을 1940년대 왜관국민학교(초…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428 | 2023.1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아들을 본 사람들은나와 꼭 닮았다고 한다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면내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있다아버지의 삶을 싫어했다가난한 목사가 싫었다… 더보기

리커넥트 2023년 연말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415 | 2023.11.15
1. 홍수 피해 “LEND A HAND” 프로그램2023년 1월 말 오클랜드의 역사상 가장 심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또한 홍수 이후에 주… 더보기

하루 10분 초간단 복근 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94 | 2023.11.15
흔히들 복근 운동하면, 식스팩을 만들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막상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그런 운동을 따라하려다 보면, 괜히 어렵기…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31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집에 웅덩이를 발견했다면

댓글 0 | 조회 528 | 2023.11.15
최근들어 물 누수나 물 웅덩이에 관한 질문이 많아 교민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아래 글은 워터 케어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개인 주택이나 카운실 소… 더보기

요가와 어떻게 다른가?

댓글 0 | 조회 312 | 2023.11.15
‘웰빙하면 요가’ 이렇게 떠올리는데 요가에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습니다. 챠크라라고 해서 우리 몸에 신성을 깨우는 일곱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자 영주권 카테고리)

댓글 0 | 조회 1,196 | 2023.11.15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 는 2023년 10월 9일에 시작되었으며 6점 시스템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설계된 신청 프로세스는 … 더보기

나쁜 남자, 나쁜 문제

댓글 0 | 조회 490 | 2023.11.15
시험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을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차분합니다. 그동안 놀아재낀 시간이 미안해서일수도 있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신 부모님의 얼굴이 상…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16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62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댓글 0 | 조회 316 | 2023.11.14
시인 유하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그대가 오리라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 더보기

부처님처럼 음식을 대하고 부처님처럼 음식을 먹는다

댓글 0 | 조회 401 | 2023.11.14
여러분은 ‘사찰음식’ 하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푸릇푸릇한 푸성귀나 야채, 나물들로 구성된 밥상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고요. 부처님오신날 나들이 삼아 절에 가면 공… 더보기

新기술이민,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1,170 | 2023.11.14
지난 10월 9일 시행에 들어간 새로운 기술이민법에 의하여 좀 더 간소화된 방법을 통해 보다 많은 전문기술인력이 영주권을 신청하고 이전보다 빠르게 승인받게 될 것… 더보기

AP 시험이란? 그리고 신청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526 | 2023.11.14
한국 대학(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및 카이스트, 등등)이나 미국(Ivy league), 영국 등의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AP(Advance… 더보기

잘못 알려진 한약의 효능

댓글 0 | 조회 396 | 2023.11.14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까?”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 여름철에는 날씨가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먹은 한… 더보기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793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199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1,857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