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황사

0 개 1,067 수필기행

한낮인데도 사방은 어둑어둑하다. 황사가 심하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집을 나섰다. 

 

강원도로 접어들자 황사 바람이 거세졌다. 전조등을 켰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10c86b0ab47c1240874c5980b0a5d08d_1552433360_3843.jpg
 

새해가 되자 딸이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도보로 국토종단을 하자는 거였다. 딸이 제안한 길은 동해안을 따라 조성된 해파랑길이다. 해파랑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 이란 뜻이다. 770Km나 되는 그 먼 거리를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모유를 수유하는 생후 8개월 된 애기를 데리고 걷는 길이라 가당키나 하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딸은 국토 도보종단이 꿈이었다고 했다. 스무 살 때부터 꿈꿔 온 것을 지금 이루지 못하면 평생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요모조모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하루 이틀 생각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딸은 오랜 진통 후 난산 끝에 첫아이를 낳았다. 이제 곧 둘째 아이도 가져야 하니 자신의 건강을 다지는 것이 국토 종단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했다. 두 번째 목적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가 암투병중이어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 친구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담겠다고 했다. 그러면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 아니냐는 거였다. 

 

그렇다. 꿈을 꾼다고 그 꿈이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 목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지만 실행이 있어야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한다. 

 

엄마만 도와주면 끝까지 해낼 수 있다고 딸은 자신 있게 말했다. 작은 체구에 저 용기와 자신감이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국토 도보종단을 성공하려면 어느 한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도보의 주인공인 딸과 남편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치다꺼리와 8개월 된 아기를 맡아야 하는 나까지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실 촘촘한 삶에서 벗어나 낯선 길로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도 언제나 설렘의 대상이었다. 낯선 길도 떠나고 나면 금세 익숙한 길이 되어 내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가끔 그 길을 되새김하여 다시 떠날 때는 속살까지 보게 되어 더없이 친숙한 길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국토 도보종단은 여느 여행과는 다르다. 평소의 설레었던 여행과는 달리 낯선 길에서의 맞닥뜨릴 상황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두 달 동안 나의 공간인지 능력을 총동원하여 구간거리를 재고 숙소를 검색했다. 걷는 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아름다운 풍광과 안전한 곳으로 경로를 선택했다. 하루에 가야 할 거리를 30Km씩 계산해놓아도 23일의 긴 여정이다. 점심 한 끼만 사먹고 아침저녁은 숙소에서 장만해 먹기로 계획하고 일정을 짰다. 꿈을 이루려는 딸과 동행하는 남편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짐을 꾸리고보니 그 짐이 만만찮았다. 특히 육아용품과 이유식거리가 절반이 넘었다. 

 

국토종단을 계획하고 몇몇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반응들도 각양각색이었다. 부녀(父女)의 도보종단 용기에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무모하다’와‘왜 사서 고생하느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러니까 해보는 것’ 이라 일축했지만, 내심 밀려오는 불안감과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모든 사물을 실루엣으로 바꿔버린 황사 가득한 낯선 길에서 종일토록 젖먹이 아기와 보내야한다는 불안감이 자꾸만 엄습해 오는 것이다. 더구나 도보하는 딸과 남편의 에너지원이 될 밥상을 길 위에서 날마다 차려야 한다는 중압감도 떨칠 수가 없었다. 행여 중도에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때의 부담감도 가슴 밑바닥에서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왔다. 

 

진부령과 미시령의 분기점인 용대 삼거리에도 황사는 여전하다. 즐비하게 늘어 선 가게의 네온불빛만 희미한 가로등처럼 밝혀져 있다. 최대의 황태덕장이라는 명성답게 온통 황태판매장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좋다는 황태를 한 축사서 다시 출발지인 고성으로 향한다. 

 

저 멀리 소나무 방풍림이 보인다. 드디어 화진포해변이다. 찰싹찰싹 방죽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파도소리는 두려워했던 일들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린다. 내일이면 딸과 남편은 그 현실 속을 걸어 갈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무사흘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감격의 순간을 맞을까. 

 

내일쯤은 아마 황사가 환히 걷히고 고성의 푸른 하늘은 국토 도보종단의 첫걸음을 걷는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잘 할 수 있으니 힘내라고. 

 

=========

■ 이 숙희 

계간 수필세계 발행인, 대구수필가협회 부회장, 알바트로스문학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회원. 

 

10c86b0ab47c1240874c5980b0a5d08d_1552433282_9493.jpg
 

생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댓글 0 | 조회 838 | 2024.02.28
여성의 건강 지표 중에서 월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경 이후 매달 치르는 이 생리현상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월경이 갑… 더보기

2024년 1월 영주비자 신청 변경 사항

댓글 0 | 조회 1,737 | 2024.02.28
영구영주권은 (Permanent Resident Visa) 일반적으로 영주권이 (Resident Visa) 부여된 후의 다음 단계입니다. 주된 차이점은 영구영주권… 더보기

의지를 주도하라

댓글 0 | 조회 208 | 2024.02.28
밀린 잡무를 힙겹게 마무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났고 오히려 저녁먹을 시간이 더 가까운 …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328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여름 사찰음식 이야기스님을 아는 이들은 곧 자취를 감출 끝물 가죽나무순이라든가 귀한 야생 산초열매 같은 것… 더보기

우리집 물에서 녹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534 | 2024.02.27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오클랜드에서 플러머로 일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집주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며 급하게 저… 더보기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421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565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자기 전 꼭 해야하는 스트레칭 (숙면 보장, 피로 회복)

댓글 0 | 조회 690 | 2024.02.27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것임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하는 것 만큼 수면의 … 더보기

시험 준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5가지 팁

댓글 0 | 조회 286 | 2024.02.27
시험은 학생들 사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시험에서 나올 문제들에 대한 소문이 돌며, 필기노트의 … 더보기

요즘은 비자 심사에 얼마나 걸려요?

댓글 0 | 조회 1,070 | 2024.02.27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타국적 소지자로서뉴질랜드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비자는 크게 딱 2가지로 영주권 비자… 더보기

아버지의 빛

댓글 0 | 조회 546 | 2024.02.27
시인 신 달자​1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하산하는 길에발이 오그라 들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저리게 황망하다자갈에 … 더보기

흉식호흡, 복식호흡,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306 | 2024.02.27
흉식호흡 : 가슴으로 숨 쉬는 호흡이다. 늑골이 움직이므로 늑골호흡이라고도 부르는데, 늑골의 개폐운동에 따른 기압의 차이로 공기가 드나든다. 흉곽과 어깨를 들썩이… 더보기

폐암(肺癌)

댓글 0 | 조회 552 | 2024.02.23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68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변기에서 물이 계속 흘러요

댓글 0 | 조회 1,093 | 2024.02.1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잠자리에 들어 주변이 고요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똑 소리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동시에, 아까운 물과 돈을 하수구로 … 더보기

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금 계획

댓글 0 | 조회 902 | 2024.02.14
세금 계획은 비즈니스 재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미리 계획을 세워 세금을 지불해야 할… 더보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54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빈 시간에

댓글 0 | 조회 372 | 2024.02.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으며아름다움이 넘쳐나슬픔 되어 옵니다쇼생크감옥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이중창을 들으며나도 자유한 존재가 되고파혹시 내게 … 더보기

리커넥트 2024 정신건강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402 | 2024.02.14
리커넥트 사회단체란?Reconnect는 무관심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영리 자선 단체입니다. 2016년에 설립되었고 사회적인 이슈인… 더보기

자신을 위한 용서

댓글 0 | 조회 276 | 2024.02.14
요즘 SNS를 통해 보여지는 개개인이나 가정들은 늘 행복하고 부족함없고 삶을 즐기고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 더보기

헛 수고? 첫 수고!

댓글 0 | 조회 222 | 2024.02.14
자.. 이제 마지막... 이거 하나만 더하면....휴우.. 조심 조심.. 이제... 완성... 완성이다!! 완성이다!! 드디어 해냈다!!‘리샤르 플로’씨는 가늘게… 더보기

허벅지가 날씬하고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18 | 2024.02.14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골반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선천적으로 하체가 상체보다 좀더 발달한 체형 등 다양한 이유로 하체 비만을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더보기

핵심만 파고드는 파트너쉽 영주권 가이드

댓글 0 | 조회 1,135 | 2024.02.13
애초에 영주권을 목적으로 교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사랑하고 영원을 약속한 사이에서 파트너쉽을 통한 영주권 신청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 더보기

사건의 지평선 그 너머

댓글 0 | 조회 372 | 2024.02.13
충주 석종사 참선 템플스테이‘5분만 바라봐’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어쩌면 우리 삶의 곳곳에 놓인 블랙홀들과경계 언저리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삶그러나 언제고 꼭 … 더보기

사랑은 싸우는 것

댓글 0 | 조회 439 | 2024.02.13
시인 안 도현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