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사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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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4대가 사노라니....

1 5,480 NZ코리아포스트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놀러와

“얘들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아버지 별 일 없으셨지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집안에 힘든 일 있으면 제가 다 하고 갈게요.”

이렇게 말하는 아들은 술을 잔뜩 사오고 며느리는 또 맛있는 안주거리를 잔뜩 사오고... 아이들이 돌아갈 때면 아내는 계란이며 채소를 한보따리 싸주면서 다음주말에 또 오거라 라고 말하고... 우리 집도 그럴 날이 오겠지 뭐,

해밀턴에 사는 배리가 크리스마스 이메일을 보냈다. 첨부파일이 들어있어 열어보니 가족들 사진을 슬라이드로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큰 딸네 새로 지은 집과 가족사진, 왕가레이에 살았던 큰아들 부부와 귀여운 손자들 사진, 호주에 사는 막내아들도 결혼하여 아기를 낳은 사진들... 나는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야~ 배리가 정말 부럽다 부러워,”

배리는 부인 앤디와 둘이 호젓하게 살면서 지척에 큰딸과 큰아들이 살고 있으니 주말마다 손자들을 만난다.

우리 아들은 언제 결혼을 해서 손자들을 안아보게 해 주려나... 할아버지 집에 놀러올 때는 반갑고 돌아갈 때는 더 반갑다는데...

방학을 맞은 우리 손자 샘은 거실이며 식당이며 온 집안이 장난감으로 어질어져 발 디딜 틈이 없다. 친구들도 놀러와 자고 가니 거실은 언제나 난장판이며 항상 만화채널을 틀어놓아 나는 안방에서 TV를 보거나 술도 안방에서 마신다. 옛날 안방 생활을 하던 한옥 식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손자는 강아지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는데 강아지도 집안을 어질러 놓는 것은 단단히 한몫을 하지만 손자는 마냥 즐겁다.

손자가 위스키 초콜릿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면서 따져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자기 선물을 안주냐고,

“샘, 너 트리하우스에다 미끄럼틀 만들어 달라했잖아, 그거 만들려면 나무 살돈 많이 드니 그걸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면 되잖아.”

손자는 슬라이더는 그냥 만들어주는 거고 선물은 따로 주어야 한다면서 머니를 주면 자기가 선물을 사겠다고 졸라 할 수없이 머니를 주고 말았다.

“하지~ 랜도가 슬라이더 타고 싶어 하니까 슬라이더 빨리 만들어, 알았지?”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한 그릇 퍼 담아 오셔서 안방 문을 두드리신다.

“아범, 아이스크림 먹어, 녹기 전에 얼른 먹어~”

손자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고 다 먹어치우기 전에 아들 챙겨주시느라고 숨 가쁘게 퍼 오신 것이다. 아이들이 음식이라도 먹다가 남기면 그게 아까워 너도 이것 좀 먹어라, 저것 좀 먹어라, 어머니는 온 종일 뭐 좀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그런 말을 하루에 열댓 번씩 들어야하니 일일이 대답하기도 귀찮을 때가 많다. 뭐 좀 먹으라는 어머니 말씀에 짜증을 부리는 아이들이 이해가 간다.

어머니는 하루에 닭장 몇 번 다녀오시고 한국연속극 비디오 보시고 손닿는 텃밭 둘러보시고 저녁이 되면 닭장에 가서 닭 숫자를 세어보고 집에 들어와서는 식구들을 세어보신다. 아범은 어디 있나, 어멈은 빨래하나, 손자는 들어왔나, 손녀는 방에 있나, 증손자는 강아지랑 잘 놀고 있나, 만약 하나라도 안 보이면 궁금해서 안달을 하시면서 식구들에게 물어보고 다니시는데 좋은 소리도 못 듣고 사시는 게 매일의 일과이시다.

4대가 한집안에 살아가니 어떤 땐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게 다 착한 아내를 둔 탓이다. 3년 전 어머니는 형님 댁에서 홀대한다고 전화를 하시면서 우셨고 아내는 당장 뉴질랜드로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나도 뉴질랜드에서 오라고하는 아들이 있다!”라고 형님에게 큰소리치시며 생색을 내셨는데 결국 그것이 기미가 되어 뉴질랜드로 밀려오신 것이다. 형님식구들이 기회포착을 제대로 한 셈이다.

늙으신 말년의 어머니와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뒷날 후회가 덜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요즘은 아내에게 술 사왔냐고 치사하게 안 물어봐도 된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일을 하는 아들이 주급을 타면 술을 잔뜩 사다 놓기 때문이다. 맛있는 안주거리 준비해주는 며느리가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가족은 넘 중요해요.

특히 이민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언저리이니까요.

삼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것도 부러운데

사대가 함께??

넘  부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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