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욕이 마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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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자꾸만 욕이 마려운 세상

0 개 1,412 수필기행

라디오 PD를 하다가 TV PD로 옮겨 앉았을 때 나는 거의 숙맥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고 선배가 지시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 일쑤였다. 외부와의 접촉이 한정되어 있던 라디오 제작 체계와는 달리 수많은 스태프들을 컨트롤해야 하는 TV 제작 체계는 사람을 거칠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모신 선배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데도 툭하면 욕을 해댔다. 나는 그게 몹시 마음에 걸렸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되도록 공손하게 존댓말을 써 가면서 상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밤새워 녹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새벽 3시경쯤이었다. 잠시 연기자들의 분장을 고치려고 몇 분간 녹화가 중단되었다. 다시 녹화를 시작하겠다는 연출자의 지시가 떨어지고 조연출인 나는 분장실로 들어가 “녹화 들어갑니다. 스탠바이해 주세요.” 하고 외치고는 스튜디오로 들어가 소품, 세트, 카메라의 위치 같은 걸 점검하면서 연기자들을 기다렸다. 어라, 10여 분이 지났는데도 얼씬거리는 사람조차 없었다. 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연출자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야 인마, 너 뭐하는 놈이야!” 한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서 있으니까, “이 새끼야! 녹화 들어가는 데 뭐하고 있는 거냐? 응. 너 그 따위로 하려면 라디오로 다시 가, 알았어? 이 새끼야!” 한다. 한밤중에 욕을 먹고 나니까 순간적으로 감정이 치올랐다. 나는 분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스텐바이! 시발 더러워서 못하겠네. 빨리 안 모여! 욕먹어야 모일 거야?” 하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조연출 화났다. 빨리 가자.” 하면서 우르르 달려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필요에 따라서는 욕도 해야 이 작업이 순조로와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어지간해서 그런 거친 언어의 사용을 자제했다. 반면 나는 모든 일들을 원칙적으로 처리했다. 가령 대본 녹화 때도 약속한 정시에 반드시 모이도록 지시했다. “연기 잘하는 사람도, 또 부족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약속만큼은 지키려는 의지가 있으면 지킬 수 있다. 약속한 시간에 모여주길 바란다.” 첫 미팅 때 미리 못을 박는다. 두 번 이상 지켜지지 않을 때는 배역을 바꾸어 버린다. 지금은 작고하신 중견 탤런트 한 사람은 영화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오는 도중 고속도로가 막혀 연습시간을 댈 수 없게 대자 부인에게 연락해 그 시간에 부인이 대신 참석토록 했다. 나의 엄격함이 통했다. 스태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야외촬영은 보통 새벽에 출발한다. 그래야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분장사가 출발시간 10분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분장사는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를 뒤따라왔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욕을 하지 않고 탤런트나 스태프들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딱 한 번 지독한 욕을 한 적 있었다.

 

내 작품에 주인공 역을 많이 한 여배우였다. 그래서 만만해서인지 아니면 믿고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약속시간을 어겼다. 아니 어긴 게 아니고 아예 나타나질 않았다. 당시엔 모든 드라마가 후시 녹음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탤런트들이 모여 찍은 필름을 보면서 대사 맞추는 연습을 해야 정확하게 입과 대사가 맞아 떨어져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고 녹음시간도 절약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찍을 때 부족했던 감정 표현 같은 것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이 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덕분에 나는 1980년대에 만들었던 작품도 더빙했다는 느낌을 못 받을 정도로 입과 대사가 정확했다. 그런데 그 탤런트와 하루 종일 연락을 해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나는 화가 났다. 더빙 녹음 전날 저녁 때까지 나타나질 않아 나는 비슷한 목소리의 성우를 섭외했다. 그날밤 나는 그녀와 밤새워 필름을 보면서 대사를 맞추었다.

 

더빙날 아침 그 탤런트가 나타났다. 외부 영화촬영을 나갔다 온 것이다. ‘이미 촬영까지 했는데 지가 어쩔 것인가.’ 하는 배짱이 깔려 있는 듯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나는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욕을 다했다. 그리고 끝까지 대역 성우를 데리고 녹음을 했다. 만약 그 탤런트를 데리고 녹음을 했다면 그날 밤은 물론 그 이튿날까지 좋이 새웠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하자고 하면 연출자가 심술을 부린다고 삐죽거렸을 것이다. 약속은 탤런트가 어기고 욕은 연출자가 얻어먹는 꼴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욕 얻어먹은 일도 많았다.

 

연극계 중견 여배우 한 분을 캐스팅했는데 대본 독회를 거치고 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생각했던 연기가 아니었다. 끝나고 나서 나와 둘이 개인 독회를 다시 해봤는데도 영 나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실수였다. 연극배우는 보통 두서너 달씩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선다. TV는 다르다. 2-3번 정도 읽고 촬영에 들어간다. 순발력이 필요했는데 나는 그걸 간과한 것이다. 후회가 밀려왔다. 촬영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나는 과감하게 용서를 구했다. 미안하다고. 그녀는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울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엄청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또 한번은 촬영까지 하고 취소한 적도 있다. 방영시기가 촉박해 평소에 믿는 후배에게 캐스팅을 부탁하고 촬영을 떠났는데 현장으로 온 배우가 영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끝낸 후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배우를 섭외해 재촬영했다. 그 배우는 그 이후 내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나를 원망했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두 번 다시 방송국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탤런트 생활을 접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나를 평생 원수로 치부하고 이를 갈았을 것이다. 그 외, 인기 절정의 트로이카로 불리던 여배우들에게도 나는 그 어떤 특권도 허용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신했다. ‘개새끼’ 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출자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욕 얻어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연출자는 이런 저런 핑계가 필요없다. 오로지 작품만으로만 말한다.

 

연출자는 명예를 위해, 탤런트는 생존을 위해 뛴다. 그러나 연출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탤런트는 물론 모든 스태프들로부터도 멸시받는다.

 

“그 새끼 성질은 더러워도 작품 하나는 잘 만든단 말이야.” 하는 말이 연출자에게는 일종의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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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오

 

- KBS 대PD(한국 최초의 대PD) 드라마 제작국장 역임

- TV 문학관 <금시조>, <홍어> 등 47편의 드라마를 직접 연출

- 제1회 프로듀서상, 제25회 백상예술대상, 1989년 독일 후트라 Futra상, 제10회 상하이 TV페스티벌 백목련상, 그외 다수 수상

- 2004년 <<현대수필>>등단, 국제펜문학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 신곡문학상, 윤오영문학상 수상

- 수필집 <<나 또한 그대이고 싶다>>, <<사라지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다>>, <<장기오의 드라마론>>, <<TV드라마 연출론>>, <<TV드라마 바로보기, 바로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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