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누웰레 소녀 5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하이누웰레 소녀 5편

0 개 1,402 송영림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 

 

태초의 어머니인 야자나무와 아버지 아메타를 통해 하이누웰레가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특히 ‘검은’ 또는 ‘어두운 밤’이라는 이름의 아메타가 코코넛이나 야자나무 그리고 하이누웰레로 인해 결핍을 해소하게 된 것은 자연의 음과 양, 그 조화로움을 뜻하는 것 같다. 또 아메타는 자연과 접속할 수 있는 신성성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하이누웰레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고, 그래서 하이누웰레 역시 자연과 모성의 신성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증거들로 하이누웰레의 배설물과 훼손된 사체가 구근이 되는 화소들을 들 수 있다. 

 

이야기에서 구리로 된 시리통이나 금귀고리, 징, 파랑과 같은 중국도자기가 소녀의 배설물이라는 점이 퍽 흥미로운데 이는 하이누웰레의 창조성, 생산능력, 예술적 재능 등을 말하며 특히 중국도자기는 이국적인 문명이나 문화 유입의 상징과 더불어 포용력과 열린 마음 등을 뜻하는 것 같다. 또 그것은 화수분처럼 계속 생성되고 아낌없이 베풀며 나누어 주는 자연이나 농경문화, 여성의 생산성과도 닮아 있다. 

 

파톨라 사롱에서 왕뱀의 뜻을 가진 파톨라는 남성성을, 랩치마나 보자기의 의미를 가진 사롱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합해져 아이를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상징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도 아이가 태어나면 야자나무 위의 코코넛을 파톨라 사롱으로 감싸 가져오는 관습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이누웰레가 야자꽃이라는 식물에서 태어나고, 죽어 구근식물이 된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의미한다. 소녀의 몸에서 생겨난 구근작물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결국 죽음과 탄생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하이누웰레의 죽음과 희생은 두 가지의 대비되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하나는 남자들의 폭력과 살해라는 벌 받아 마땅한 죄, 그리고 하나는 소녀의 죽음과 희생을 통한 인간 생명의 존속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동하고 있는 아기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생겨났고 어머니의 피와 살로 영양분을 섭취하며 최종적으로 어머니의 살을 찢고 밖으로 나온다. 어머니들은 출산 이후에도 계속되는 신체적ㆍ정신적 희생과 고통 속에서 자신조차 돌보지 않고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기를 지켜낸다. 

 

남성들의 폭력과 살해는 사실 요즘 세상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며 인터넷을 떠도는 엽기적인 범죄나 집단폭행과 같은 사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구근작물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대지를 뚫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에서 시기심을 갖고 살해를 저지른 대가는 모든 것의 재분화와 재구성이다. 그들은 이제 영원하고 안락한 삶을 죽음과 고통에게 나눠주어야 하고, 여러 씨족으로 나뉘어 더 이상의 공동체 생활이나 공동재산을 형성할 수 없게 되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일부는 짐승이나 정령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령은 죽은 혼이나 귀신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죄를 저지른 그들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하이누웰레가 죽음과 희생을 통해 생산한 구근작물인데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불효막심한 아들을 위해 자신의 먹을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더 나아가 죄 지은 자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처럼 거룩하고 위대하다. 

 

미국의 인디언 옛이야기인 ‘옥수수 어머니’ 역시 하이누웰레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며 포용적이고 한없이 생산하고 베푸는 자연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하이누웰레 소녀’와 다른 점은 외부 인물이 아닌 가족이 어머니를 해친다는 점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이 원해서 행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신의 희생을 통해 모두가 영원히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존재의 지속과 생명 유지는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5 | 23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4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6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7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