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누웰레 소녀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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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누웰레 소녀 4편

0 개 1,297 송영림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원주민들을 야만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나 인디언 옛이야기 등을 보면 그들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신성하고 수준 높고 솔직하며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특히 ‘하이누웰레 소녀’와 같은 이야기는 자연과 문명, 죽음과 탄생, 남자와 여자, 낮과 밤, 달과 해, 음식과 배설물, 사유재산에 대한 개념, 농경문화의 기원, 제의적 행위들과 신화적 사유, 살해와 징벌, 동물과 정령에 대한 유래 등 매우 많은 생각거리 또는 고민들을 남기고 있다. 

 

사실 ‘하이누웰레 소녀’는 나로 하여금 너무나 많은 화두를 갖게 하여 내내 그 의문점들에 둘러싸여 애를 먹은 이야기이다. 어느 순간 이야기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다가도 아닌가 싶었고, 주제를 잡았다는 확신을 갖는 순간 또 다른 메시지나 이슈를 불러일으켜 마음속에 혼란을 야기하곤 했다. 

 

결국 옛이야기에 대한 분석이나 해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위로 삼으며 이 이야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누누사쿠 산에서 내려온 아홉 씨족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산과 세상은 신성하고 세속적인 두 공간으로서 서로 대비를 이룬다. 세상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하이누웰레를 시기하고 죽음으로 모는 것은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속성을 보여주며,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아메타는 그 세속적인 결핍 상태로 인해 오히려 신성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중간자의 모습을 띈다. 

 

아메타의 핏방울이 야자나무 꽃에 떨어져 생겨난 하이누웰레의 탄생 과정은 매우 독특하다. 흔히 꽃을 생식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 안에서 꽃즙은 난자가 남성의 정액과 만나듯 아메타의 핏방울과 만나 서로 뒤섞이고 그렇게 하이누웰레의 존재와 탄생이 시작된다.

 

태초 야자나무가 없던 때 처음으로 생긴 이 야자나무는 태초의 모성, 어머니와 같다. 그리고 그 야자나무의 코코넛은 탄생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알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어쩌면 동물의 알보다도 더 강인한 형태로 자연의 모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하이누웰레의 생성과정을 자세히 지켜보면 엄마 뱃속에서 태아가 자라듯 야자꽃 안에서 점점 자라나고, 여성의 월경 주기나 달이 차오르고 지는 것처럼 그 주기가 규칙적이며 생산과 소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이누웰레는 얼굴과 몸의 순서로 형상을 갖춘 후 9일 만에 세상에 태어나 단 3일 만에 결혼할 수 있는 처녀가 된다. 그래서 코코넛을 심은 후 하이누웰레가 태어나기까지 걸린 15일이라는 숫자는 꽉 찬 보름달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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