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사랑의 변주곡

0 개 1,125 오클랜드 문학회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기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간단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미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  김 수영 : <<달나라의 장난>>간행(1959), 유고시선집 <<거대한 뿌리>>(1974),  산문선집 <<시여, 침을 뱉어라>>(1975), <<김수영전집>>(개정판 2003)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 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4c6536c1758c2688e8abddae04856c24_1542495287_887.jpg

  

아버지의 마음

댓글 0 | 조회 1,040 | 2019.01.31
시인: 김 현승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더보기

낙타는 십리밖에서도

댓글 0 | 조회 1,040 | 2019.10.09
시인 허 만하길이 끝나는 데서산이 시작한다고 그 등산가는 말했다길이 끝나는 데서사막이 시작한다고 랭보는 말했다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구겨진 지도처럼로슈 지방의 푸른… 더보기

먼지의 무게

댓글 0 | 조회 1,040 | 2019.03.27
시인: 이 산하복사꽃 지는 어느 봄날강가에서 모닥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쌀이 익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저녁노을 아래 밥이 뜸 들어갈 무렵강 건너 논으로 물이… 더보기

농담

댓글 0 | 조회 1,040 | 2019.07.10
시인 이문재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 더보기

아, 아프리카

댓글 0 | 조회 1,044 | 2017.08.09
​ 이 운룡​​신이 죽은 땅 아프리카여.열두 살 천사의 맨손, 맨발이인류의 입이 되는 희망이며 목숨이여.적산積算 역설의 호사를 누리는 침묵의 땅,깊이 머리 숙인 … 더보기

공무가空無歌

댓글 0 | 조회 1,052 | 2020.12.23
시인 이 운룡껍질 벗긴 시간은 달콤하여 베어 먹을수록 어금니를 감돈다.허공을 얽어맨 잔뼈들, 그게 우주의 받침대다. 시간은단단해서 쭈그러들지 않고 그 틈새를 촘촘…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056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한때 안팎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여전히 공포에… 더보기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댓글 0 | 조회 1,057 | 2017.11.22
글쓴이 : 류근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친구여 나는 시가 오지 않는 강의실에서당대의 승차권을 기다리다 세월 버리고더러는 술집과 실패한 사랑 사이에서몸… 더보기

그대에게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1,063 | 2023.02.01
시인 안 도현해 뜨는 아침에는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더보기

저녁의 노래

댓글 0 | 조회 1,070 | 2020.02.26
시인: 이 상국나는 저녁이 좋다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어떤 날은 딸네 집 갔다 오는 친정아버지처럼뒷짐을 지고 오기… 더보기

‘나’라는 말

댓글 0 | 조회 1,072 | 2017.10.25
심 보선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내게 주어진 유일한 판돈인 양나는 인생에 ‘나’라는 말을 걸고 숱한 내기를 해왔습니다.하지만 아주 간혹 나는 ‘… 더보기

귀가

댓글 0 | 조회 1,080 | 2021.01.27
시인 도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총총히 돌아서 갔다그들은 모두 낯선거리를…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087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나도 … 더보기

봄비 2

댓글 0 | 조회 1,087 | 2020.09.08
시인 김 용택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고운 봄비가 내리는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파랗게… 더보기

레몬

댓글 0 | 조회 1,089 | 2018.12.12
시인 : 김 완수레몬은 나무 위에서 해탈한 부처야그러잖고서야 혼자 세상 쓴맛 다 삼켜 내다가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 맛 좀 봐라 하고복장(腹臟)을 상큼한 신트림으로… 더보기

물빛

댓글 0 | 조회 1,090 | 2018.08.09
마 종기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냇… 더보기

길 밖에서

댓글 0 | 조회 1,120 | 2019.06.12
시인 이 문재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밖이다 헝겊 같은 바람 치렁거리고마음은 한켠으로 불려다닌다부드럽다고 중얼대며길 밖을 떨어져 나가는푸른 잎새들이 있다 햇살이비치는… 더보기

명자나무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22 | 2021.02.11
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봉투 속에 고요히 접힌 다섯 장의 붉은 苔紙도 여전하다花頭 문자로 씌어진 편지를 읽으려면예의 붉은별무늬병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지만장미… 더보기
Now

현재 사랑의 변주곡

댓글 0 | 조회 1,126 | 2018.11.18
김수영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도시의 끝에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 더보기

날아라, 시간의 우울한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댓글 0 | 조회 1,127 | 2018.01.18
장 석주1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동편 서편 흩어지는 바람속을 질주한다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인가 근처를 내려오는 죽음 몇 뿌… 더보기

하늘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39 | 2020.12.09
시인 이 병철하늘 우체국에 가본 적 있다구름이 치는 전보 속에서는깨알빛 새들이 시옷자 날개를 펴고텅 빈 서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우체국을 품고 있는 산맥의 품에… 더보기

경계를 넘어

댓글 0 | 조회 1,140 | 2017.08.23
송 경동 나는 내 것이 아니다.오늘은 평택 쌀과 서산 육쪽마늘과영동 포도와 중국산 두부와칠레산 고등어를 먹었다내 뼈와 살과 피와 내장과상념도 실상 모두 이렇게태어… 더보기

소금

댓글 0 | 조회 1,142 | 2019.01.16
시인 : 장석주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마냥바닷물은 과묵하다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저 땡볕을 보아라바다가 말없…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댓글 0 | 조회 1,151 | 2018.11.28
도 종환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동짓달 스무날 빈… 더보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삶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1,161 | 2017.09.13
채 성병한때는 밥 먹듯이 詩를 쓸 때가 있었다詩를 쓰면서 詩가 곧 밥이라 생각했다아니다, 아니다 詩는 결코 밥이 될 수 없고밥은 詩가 될 수 없지만아니다, 아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