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 시선처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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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때 시선처리 딜레마

0 개 3,901 김임수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엘레베이터나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대면하였을때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에서 하듯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가 ‘별 이상한 사람 다 보았네’라는 싸늘한 반응을 몇차례 받고 난 후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네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화할 때 시선을 어디에다 두느냐의 문제는 우리 이민자들이 삶에서 겪는 정서적 불편함 중의 하나이다. 독자 분들은 우리의 자녀들이 이 곳의 학교에서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특히, 잘못을 지적받을 때) 선생님의 눈을 쳐다 보지 않음으로써 오해를 받는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리테일샵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키위 점원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아시안 (특히 중년부인)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자기를 쳐다 보지 않고 “하우 머치 (How much?)”라고 퉁명스럽게 물어보면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 한다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교양이 부족한 무례한 고객도 있겠지만, 이것은 상당부분 의사소통 방식에 있어서 문화적 차이로부터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키위들은 우리가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벼운 ‘눈 인사법’에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키위들과 1대 1로 만남을 가질 때 시선처리가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때마다 나의 문화적 정서적 뿌리는 지극히 한국적임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나이, 지위, 권력, 성별 등의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상대방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사소통법은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학교, 군대 ( 남자의 경우)를 거치며 단단하게 형성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강화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변했겠지만, 필자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상사들이 내린 선문답식의 애매모호한 업무지시를 받고 그분의 의중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되돌아보면, 윗분들의 뜻을 잘 이해하고 받들어 모시는 능력이 결국 출세(?)의 핵심요소였던 것이다.   

반면, 뉴질랜드의 직장에서는 서로의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고 소통하여 문서화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이심전심’혹은 ‘꼭 말로 표현해야 하나? 내 맘 알지?’등 언어를 넘어선 정서적 교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에게는 대인관계에서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서구사람들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소통방식의 토대에는 기독교사상 (Christianity)이 영향을 끼친바가 크지 않나 싶다. 성경에서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수단으로서 계약 (covenant)이 제시된다. 구약의 십계명이 대표적이며, 신약에서의 예수의 십자가 죽음도 새로운 계약의 희생제사로 보는 것이다. 하찮은 인간이 어떻게 절대자인 하느님과 계약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부분은 동양의 정신 세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러한 전통으로부터 서구사회에서 과학적 합리주의가 보편적 사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곰곰히 생각하면, 내가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감의 결여에서 온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가 생긴다. 지레 마음을 웅크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겠다는 다분히 방어적인 자세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인 것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또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인 관계의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서, 서로를 존중하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는 의식적이라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연습을 해야 겠다.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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