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낙엽(春風落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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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낙엽(春風落葉)

0 개 1,201 오소영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  

 

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 

 

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꽃잎들이 훌훌히 떨어져 바람에 나부낀다. 앙탈하듯 어미품을 떠나는 작은 꽃잎 꽃잎들. 보기에 애처롭다. 갑자기 뭔지모를 슬픔같은게 가슴을 조여온다. 

 

저 꽃잎이 마지막 가는 곳은 어딜까? 혼자서 방황하듯 떠다니다 사라지는 그 정체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렇듯 청청한 신록의 나무만 오래도록 보겠지. 

 

올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폴’할아버지가 왠일일까? 

 

그가 난해한 표정으로 서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얼른 설명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 분도 나도 똑같이 답답하다. 한참을 망서리던 그가 목에다 손을 대고 ‘안나’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가리켰다. 아내 ‘안나’가 죽었다고 알리는 말이었다. 

 

“안돼, 안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 고 줄줄 흘러내렸다. 눈을 가리고 마냥 울었다. 노인이 괜찮다고 말했다. 주객이 바뀌어 버렸다. 그가 날 조용조용히 달래 놓고 천천히 돌아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표정만으로도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주고 받은 말 한마디 맘껏 전달 못했어도 우리는 돈독한 이웃 정으로 살았던게 틀림없다. 

 

그 집안에는 한국 민속풍의 작은 인형들이 몇점 걸려 있다. 영국풍의 실내장식과 별스러운 조화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자랑으로 아는것 같았다. 우리 집에도 물론 그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며 유럽풍 인형이 낯설지않게 놓여 있다. 열 다섯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눠진 따뜻한 온정의 표시였다. 부지런하고 자상한 남편과 늘 화사한 웃음으로 행복이 넘치는 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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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에 다녀가신 언니의 안부를 나보다 더 궁금해서 자주 물어주기도 한다. 아내 ‘안나’가 병을 얻은지는 이년 좀 넘었다. 

 

어느날, 부부가 외출에서 돌아오며 마주친 내게 말했다. 

 

“안나가 암에 걸렸어...” 

그는 무슨 자랑이라도 하듯 가볍게 손가락 두개를 세웠다. 이 년밖에 못산다는 말인가보다.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놀랜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크게 충격을 받았을텐데... 그런게 영국사람의 자존심일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것 같았다. 

 

몇년전 옆집의 ‘로즈’할머니가 죽었을 때도 그랬었다. 잠시 여행 떠난 사람 말하듯이 아주 가볍게... 살만큼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 일은 너무나 타당한 이치이기에 흔들림없이 조용히 그렇게 보내는 것일까? 

 

그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았다. 병수발을 자식들 한번 안 부르고 오직 혼자서 열심히 해냈다. 최근에는 급하게 휠체어를 끌고 아내를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살아있을 때 정성을 다하고 떠난뒤에 미련은 없는가보다. 인생을 바르게 살아내려면 그게 옳은 답이라고 생각되었다. 

 

‘안나’가 없는 집은 여전히 평온할 뿐이다. 남편이 가꾸는 뜨락에는 색깔 맞춰 심은 작은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웃고 있다. 아침 일찍 먹거리를 사서 들고오는‘폴’의 발걸음은 여전히 씩씩하다. 슬픔같은건 그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다.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뒷모습에서 억지로 외로움 같은 걸 찾아내는 내가 더 슬픈가. 

 

한쌍의 잉꼬처럼 항상 둘이서 외출하던 그들의 그림이 먼 옛일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남편을 대하던 예쁜 할머니. 그녀가 나와 동갑내기라는게 또 맘에 걸린다. 행복에 겨워서 남편의 멋진 배웅까지 받으려고 먼저 떠났을까? 

 

하얀 버짐을 얼굴가득 담고서도 휠체어에 실려 밝게 웃어 주던 ‘안나’할머니.

 

“베리 콜드...” 

날씨가 추운데 너는 괜찮으냐고 걱정을 해 준다. 죽기 바로 며칠전의 일이었다. 

 

백옥처럼 눈이 부신 레이스커텐이 빨랫줄에서 춤을 춘다. 

 

부지런한 ‘폴’이 또 창문을 벗겨놨다. 아내의 병중에도 늘 하던 부지런이었지만 지금은 그 부지런이 청승처럼 보인다. 아내의 뒷바라지가 없어 심심해서일까? 아니면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중의 하나일까? 

 

장례식에도 참석못한 내게 어느날인가 아내를 마지막 보냈던 날의 카드를 전해주었다. 열다섯살 어린 소녀의 귀여움이 묻어나는 사진이 앞면가득. 뒷면에 죽은이의 최근 모습이 담겨있다. 우리 한인들 장례식에선 한번도 본 적없는 품위있는 카드였다. 떠나보내는 이의 정중함이 한가득 느 껴졌다. 그 카드 안에 띄운 노랫말이 또한 너무도 감동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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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영국 가수‘실라 블랙’이 불러서 유럽전역에 대 히트를 했다는  유명한 노래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 영국인 부부가 아닌가. 그 둘만의 어떤 특별한 추억이 꼭 담겨 있을것만 같다. 봄바람에 낙엽되어 훌훌히 떠나간 ‘안나’는 지금 어디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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