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0 개 1,630 송영림

옛이야기와 치유

우뚜리 


옛날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도 못하는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 세상이 한번 뒤집어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한 마을에 너무 가난하여 품팔이로 간신히 먹고 사는 농사꾼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남겨둔 채 일터에서 쓰러져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아내는 만삭이 되어도 품팔이를 멈출 수가 없었고 어느 날 밭을 매다가 아기를 낳게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억새풀로 탯줄을 자르고 맥이 풀려 쓰러졌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아기를 살펴보니 아기는 입이 닫혀 있고 몸이 엉덩이 아래로는 없이 윗도리만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이를 몸이 윗도리만 있다고 하여‘우뚜리’라고 불렀고, 아이의 엄마는 ‘우뚤네’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느 날 우뚤네는 품팔이를 나가 우뚜리를 논둑에 앉혀 둔 채 사람들과 함께 모를 심고 있었다. 그때 악독하기로 소문난 아전이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모 심는 곳으로 다가와 우뚤네에게 지금까지 심은 모가 모두 몇 포기나 되느냐며 희롱하듯 물었다. 우뚤네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아전은 멍청하다며 욕을 했고 사람들은 속으로 화를 내면서도 삭이고 있었다. 

 

그때 뜻밖에도 우뚜리가 아전에게 당신은 지금까지 타고 온 발자국이 모두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다. 화가 난 아전이 말머리를 돌리자 사람들이 통쾌하게 웃었고, 벙어리로 알았던 우뚜리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날 밤, 우뚜리는 어머니에게 이제 자기가 떠날 때가 되었다며 나라에서 자신을 죽이러 올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은콩과 좁쌀 한 말을 구하되 검은콩은 볶아달라고 하였다. 우뚤네는 우뚜리의 말대로 콩과 좁쌀을 구해 밤을 새워 콩을 볶았다. 한참 콩을 볶던 우뚤네는 콩이 잘 익었나 보려고 무심코 한 알을 집어 맛을 보았다.

 

다음 날 우뚜리는 콩과 좁쌀 자루를 손에 들고 어머니의 등에 업혀 길을 떠났다. 산중의 집채만한 바위 앞에 이르자 우뚜리는 어머니를 멈춰 세운 후 억새풀을 꺾어 바위를 치게 했다. 우뚜리는 자신을 갈라진 바위 속에 내려놓고 삼 년이 찰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우뚤네가 갈라진 바위 사이에 우뚜리를 내려놓으니 바위는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우뚜리가 갑자기 사라지자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묻기 시작했고 우뚤네는 죽어서 산속에 갖다 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선뜻 곧이듣지를 않았다. 

 

그 후 언제부터인가 세상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늘이 우뚜리라는 장수를 내보냈는데 용마를 타고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가 나와서 세상을 바꿀 거라고 했다. 흉년이 들고 관가의 수탈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소문의 위력이 점점 커져 권력자들 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팔도로 장군과 군사를 보내 고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삼 년 전 우뚜리에게 망신을 당했던 아전이 우뚤네를 고문하여 실토하게 만들었고, 마침 그 날은 우뚜리가 바위 속으로 들어간지 삼 년에서 딱 하루가 모자라는 날이었다. 

 

장군은 수천 군사를 이끌고 바위로 가서 도끼와 망치로 때렸으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달이 난 장군이 홧김에 억새풀을 뜯어 바위를 후려갈기자 바위가 쫙 갈라졌다. 바위 속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뚜리가 가지고 들어간 수만 톨 좁쌀이 모두 군사로 변하여 우뚜리의 지휘 아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루가 모자라 햇빛을 받은 군사들은 그만 모두 녹고 말았다. 그리고 우뚜리는 그동안 아랫도리가 자라나 늠름한 장수가 되어 있었으나 하루가 모자라는 바람에 발가락이 덜 생겨서 뒤뚱거렸다. 또 우뚜리의 몸은 가지고 들어간 볶은 콩이 갑옷이 되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수십 명의 군사들이 우뚜리의 적수가 될 수 없었으나 한꺼번에 날린 화살 한 대가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죽고 말았다. 그것은 우뚤네가 콩을 볶다가 무심코 먹은 한 알의 콩이 빈 자리였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뚜리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2e421a10a53c4be39a2a8e8fa5ce8737_1535177456_2387.jpg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