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말, 말, 말!

0 개 1,589 김준

세상 누구나 인정하는 낭만의 도시 파리.  

하늘도 맑은 어느 가을날 오후, 한 중년 신사가 맵시있게 빠진 철제 가로등을 끼고 돌아 광장입구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누군가가 다급하게 그의 소맷부리를 잡아챘습니다. 

깜짝 놀라 뒤 돌아본 신사의 눈엔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법한 20대 아가씨 한 명이 울상을 짓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신사를 애절하게 바라보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도움을 간청합니다. 

내용인즉슨.. 

근처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려 광장 반대편 코너를 지나가는데 왠 불량스러운 사내들 서넛이 자꾸 따라오며 말을 시키더니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며 치근대더니, 급기야 그녀의 전화기를 빼앗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돌려달라 해도 빙글거리며 놀리기만 할 뿐 도통 말을 듣지 않고 그렇다고 중요한 내용이 많이 보관되어 있는 전화기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 함께 가서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간청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사는 고개를 들어 살짝 찌뿌린 회색빛 눈으로 광장 건너편을 바라보았습니다. 아가씨의 말대로 좀 껄렁껄렁해 보이는 젊은이 몇몇이 이쪽을 바라보며 뭐라뭐라 자기들끼리 쑥덕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노닥거리다가 하릴없이 행인들에게 잡다구레한 시비나 걸며 하루를 소일하는 불량배쯤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그렇게 거칠어 보이지는 않는 것이 말로 잘 타이르면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고..  혹시나 그 중에 하나라도 나서서 힘으로 우격다짐을 한다면 새파란 아 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을것 같아 짐짓 바쁜체하며 자리를 쓰는 것이 상책일듯도 하고.. 

도와주자니 지나버린 20년간 사위어버린 체력이 맘에 걸리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자니 명색이 파리의 신사가 기사도의 진 면목을 발휘할 절호의 챤스를 잃는것이 되겠고.. 참으로 난처하군요. 중년은 햇빛도 좋은 가을 오후에 뜻하지 않은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사실 위의 상황은 연출된 장면입니다.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연상’에 관한 심리학 실험의 과정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 눈물많아 보이는 아가씨나 껄렁한 젊은이들이 다 학생들이었고 그들은 불특정의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피 실험자가 된 중년 남성들은 광장에 들어서는 동시에 실험실의 생쥐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아니, 이미 그 이전부터, 그러니까 그들이 ‘눈물 그렁그렁 아가씨’를 만나기 전부터 실험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기 5분쯤 전에 그들에게 또 다른 젊은 아가씨가 길을 물어보았던 것이 그 시작입니다. 이제 막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붉은 뺨을 가진 아가씨는 무작위로 두 가지 장소 중 한 곳으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요. 하나는 ‘발렌타인’가 였고 다른 하 나는 ‘마틴’가 였습니다. 물론 그 남성들은 친절히 길 을 알려주었고 그 짧은 만남의 기억과 자신들이 주의 깊게 들었던 지명에 연관된 각종 이미지가 채 사라지기 전에 광장에서 두번째 아가씨를 만난 것입니다. 

실험의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기 전에 발렌타인가로 가는 길을 묻는 질문을 들었던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두번째 아가씨를 돕겠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아가씨의 아버지나 애인이라도 되는 양 분노를 터뜨리며 팔을 걷어 붙혔고 이제는 말라붙어 앙상해진 주먹을 휘두르며 비신사적인 행위를 처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마틴가로 가는 길을 묻는 질문을 들었던 신사들은 절반 이상이 난색을 표하며 자리를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다 합니다. 

 

실험결과를 분석한 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렌타인’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프랑스 성인들이 매우 낭만적이라 여기는 단어입니다.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향기로우며 전통적이고 고색창연한 연애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로 각종 낭만적 이미지를 연상시키지요.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보호자로, 여성은 남성의 내조자로 자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단어를 듣고 말하고 그에 대해 대화를 했던 신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고전적 가치를 활성화 시 키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두번째 학생을 만난 것이구요. 

반대로 ‘마틴’이라는 단어는 전형적인 남성형 이름이구요. 그중에도 특히 지극히 사무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를 들었던 신사들은 냉철하고 자기 보호적이고 이익과 손해를 분명히 따지는 이성적 가치를 활성화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행동을 하고싶어하지 않았던 거지요.” 

제가 어릴적, 어른들 사이에서 ‘좋은말로 꾸지람하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에라이.. 이 성공할 녀석아’ 

‘커서 박사가 되려고 이리 공부를 안하는게야? 응?’ 

‘또 오락실이지 또.. 내 이 놈에 다리몽뎅이를 잘근잘근... 음.... 주물러 줘야 할까 보다....!’ 

저도 한 두 번 들어봤던 것 같은데 어머니의 창의력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으셨던지 ‘에라이.. 이 크게 될 아들아!’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어쩐지 그런 반어법적인 꾸지람을 들을 때면 화를 꾹꾹 눌러 참으시는 어른들의 얼굴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최소한 내가 정말 나쁘고 못난 놈인가보다 하는 자괴감은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며 간단한 암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가운데 연상법이라는 것이 있지요. 예를 들어 분자간력(Inter molecular force)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땐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볼펜과 지우개가 서로를 끌어 당기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 두 물체를 분자로 가정해 기억하는 겁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서로 간에 인력이 작용하는 볼펜과 지우개의 모습은 신기한 현상으로 머리 속에 각인되고 이후 그 두 물건을 볼 때마다 분자간력이란 명칭이 연상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상법을 학습에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도 매우 가치있는 활용법이겠으나 그보다 더 근본적 부분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고무시키고 격려할 수 있는 연상법의 활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을 자꾸 들려주어 스스로 암시에 걸리게 하는 방법인데요.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네가 이래가지고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수 있겠니?’라며 힐책하기 보다는 ‘아유.. 우리 엔지니어가 이번에 속 좀 상하시겠네.. 좋은 물건 생산하는 엔지니어니까 다음엔 성적도 좀 더 낫게 생산해 주시지~~’라며 위로반 격려반의 암시적 응원을 보낸다면 멋적어하는 모습 뒷편으로 이루어내야 할 자신의 모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현실화시키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설마하니 세상사 모든일이 말하는대로 다 이루어지지야 않겠지만 인간의 두뇌에 태초부터 각인되어 있는 연상의 능력은 이 속담을 어느정도 현실화 시키는 통로인 듯 합니다. 

이제 2018년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7월이 되어갑니다. 

청소년기의 중요한 한 해를 반 접어 넘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긍정적인 자아상이,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성공적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하나의 효과적인 연상의 효과를 거쳐 현실화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7 | 23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4 | 2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7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7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