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문제인가, 태도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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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문제인가, 태도가 문제인가

0 개 2,700 김임수

‘뉴질랜드에 오래 살고 있으니 영어는 이제 자유자재로 구사하겠네?’ 고국의 친구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 질문은 마치 ‘인생을 오래 살면 지혜와 덕이 충만해진다’라는 주장과 흡사하게 들린다. 세월이 해결해 주는 것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민생활 최고의 골칫거리 ‘영어’. 이 녀석과 씨름하며 살아온 나의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성문종합영어’라는 책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수학의 정석’과 함께 대학 입시서적의 쌍두마차 베스트셀러.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이 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나는 어느 날 난해한 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A whale is no more a fish than a horse (is). 이른바 ‘고래공식’.  이 문장의 정확한 해석은 ‘고래가 물고기가 아닌 것은 말이 물고기가 아닌 것과 같다.’라고 한다. 도대체 뭔 소리? ‘고래가 더 이상 물고기가 아니다’라는 의미 같기는 한데 왜 비교형 (than)을 붙이고 거기에 또 말 (horse)은 왜 나오냐고??!!” 

 

이 고래는 나의 무의식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오랜 시간 잠복해 있더니, 뉴질랜드에 이민을 와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부터 준동하기 시작했다. 꿈에 나타나 사나운 얼굴로 달겨들며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라고 절규를 하기 시작한 것. 영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악몽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그룹토의와 발표로 이루어지는 생소한 교육환경속에서 나는 말 그대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구석에 내동댕이 친 외톨이와 다름없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비참함과 자괴감의 연속이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첫번째 과제에 캐나다 출신 여교수가 써 놓은 평가가 나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Your English is problematic’. (당신의 영어는 문제가 있습니다) 젠장!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친절하게 확인까지 해 주시다니!!! 

 

그녀는 절망에 빠져 있는 나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렀다. 

 

‘임쑤! 나의 임무는 학생들이 뉴질랜드교육부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야. 네가 영어에 자신감이 없어서 수업시간에 발표도 못하고 과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현재 너의 영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야. 그렇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 네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용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문제는 영어가 아니야!  태도 (attitude)이지. 너는 잘 할 수 있어! 그러니 용기를 내!’ 

 

그녀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대학에서 제공하는 비영어권 학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다.  그 만남 이후, 그녀가 연결해 준 Student Learning Centre에 매일 출근하여 잘못된 영어 표현과 문법오류 등을 교정받으며 학업을 계속해 나갔다. 한국의 고3 생활과 같은 2년의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지 10년.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는가?’ 대답은 유감스럽게도 ‘아니오’이다. 발음과 액센트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엉터리 표현 투성이에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영어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영어 뒤에 숨어 있는 나의 불안감과 수치심을 잘 들여다 보고 이를 돌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어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최선을 다해서 나의 진심을 전하면 된다고!!!’. 

 

또 다른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분께도 답변을 드리겠다.  아직도 고래가 꿈에 나타나냐고? 이 질문에는 자신있게 답변을 드릴 수 있다. 

 

친하게 지내는 키위 분께서 퇴마사가 되어 나의 트라우마를 깨끗이 날려주었다. 철학박사이신 그분 왈. ‘임쑤! 이것 어디에서 나오는 표현이야?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알겠어. 하지만, 우리들은 이런 표현 잘 사용 안해!'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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