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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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

0 개 2,278 오클랜드 문학회

                                김승희 

 

아침에 눈을 뜨면 세계가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 

 

당연의 세계는 왜, 거기에,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처럼, 

왜, 맨날, 당연히, 거기에 있는 것일까, 

당연의 세계는 거기에 너무도 당연히 있어서 

그 두꺼운 껍질을 벗겨보지도 못하고 

당연히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당연의 세계는 누가 만들었을까,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당연한 사람이 만들었겠지, 

당연히 그것을 만들 만한 사람, 

그것을 만들어도 당연한 사람, 

 

그러므로, 당연의 세계는 물론 옳다, 

당연은 언제나 물론 옳기 때문에 

당연의 세계의 껍질을 벗기려다가는 

물론의 손에 맞고 쫓겨난다. 

당연한 손은 보이지 않는 손이면서 

왜 그렇게 당연한 물론의 손일까, 

 

당연의 세계에서 나만 당연하지 못하여 

당연의 세계가 항상 낯선 나는 

물론의 세계의 말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 

물론의 세계 또한 

정녕 나를 좋아하진 않겠지 

 

당연의 세계는 물론의 세계를 길들이고 

물론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를 길들이고 있다. 

당연의 세계에 소송을 걸어라 

물론의 세계에 소송을 걸어라 

나날이 다가오는 모래의 점령군, 

하루종일 발이 푹푹, 빠지는 당연의 세계를 

생사불명, 힘들여 걸어오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은 

 

그와의 싸움임을 알았다. 

물론의 모래가 콘크리트로 굳기 전에 

당연의 감옥이 온 세상 끝까지 먹어치우기 전에 

당연과 물론을 양손에 들고 

아삭아삭 내가 먼저 뜯어먹었으면.

 

 

김승희 :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 1991년 제5회 <소월 시문학상> , 2003년 제2회〈고정희상〉, [2013년] 제4회 질마재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태양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빗자 루릏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이 있고 산문집으로 <<고독을 가르키는 시게바늘>>, 70년대 작가와의 대화집 <<영혼은 외로운 소금밭>>, <<벼랑의 노래>>, 이상 평전 <<제13의 아해도 위독하오>>, <벼랑의 노래>>, <<단 한 번의 노래 단 한번의 사랑 >>,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너를 만나고 싶다>, <<남자들은 모른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산타페로 가는 사 람>>,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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