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감止感 (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지감止感 (Ⅱ)

0 개 1,439 수선재

지감이라는 것은 느낌을 멈추는 것인데 영화를 한 편 소개해 드리자면 중국 영화인데 제목이 화혼(畵魂)이에요. 감독은 장예모이고 공리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공리가 기생 출신 화가로 나와요. 

원래 기생은 아니었는데 너무 가난한 나머지 부모가 딸을 팔아서 기방에 갔거든요. 

 

그러다가 그 지방에 부임해 온 관리하고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임신이 안 되는 거예요. 

 

알고 보니 기방에서 약을 먹여 아이를 못 낳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러니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한편 고향에는 그 남자의 정혼한 여자가 있었는데 공리가 남편이 부르는 것처럼 편지를 써서 시골에서 그 여자가 올라옵니다. 

 

남자는 안 만난다고 질색을 했지만 공리가 억지로 방안에 들여 놓고 동침을 하게 해요. 그리고는 자기는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옆방에서 옷을 다 벗어요. 그래서 무얼 하려나 했더니 거울 앞에서 붓을 들고 자기를 그려요. 

 

그 장면을 보고 제가 ‘아,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방법이죠. 바로 그것이 지감입니다. 

 

무슨 설명을 하려고 이 영화 얘기를 했냐 하면 그렇게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 느낌을 멈춘 상태가 바로 지감이라는 거예요. 

 

부처라 하더라도 돌아앉는다고 하는 상황이잖아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하고 있는데 흔들림이 없을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것을 그림으로, 예술로 승화를 시키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괴로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람 피울 때는 ‘내 배우자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아마 마음이 죽을 것같이 아프고 지옥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림을 그리면서 승화를 시키더라고요. 

 

그 후 남자는 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고, 마침 문화 혁명이 나서 예술가들이 많이 핍박을 받게 되어 공리는 프랑스로 유학을 갑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자유스러워요. 유학 온 동료들도 많이 있어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밤새워 토론도 하고 그랬는데 그 중 한 남자가 또 이 여자를 좋아하게 돼요. 전의 남자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멋있는 남자였는데 여자가 거절을 했어요.

 

자기는 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상대방은 자신만을 생각해 주므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계속 그림만 그리면서 고독하게 혼을 불태우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그냥 삭히면서 그림으로 불태워요. 

 

세월이 흘러 공부가 끝나 다시 돌아와 보니까, 그 남자는 본부인에게서 아들만 낳은 것이 아니라 줄줄이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었어요. 자기는 그렇게 고독하게 이 남자만 생각하면서 그림으로 불태웠는데 이 남자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래도 여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더군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거예요. 또 그 부인의 입장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아주 예뻐해요. 영화이지만 바라보는 눈빛에 질투 같은 것이 전혀 없더군요. 


나중에는 아주 대단한 화가가 되어 중국 정부에서 금하는 그림도 그리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도 하는데도 무릅쓰고 표현을 합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그림을 과감하게 그리면서 흔들림이 없는 거예요. 그런 것이 바로‘`지감’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수련을 하시는 분들은 바로 그런 마음 자세를 가져야 되겠죠. 만일 남편이 그런다고 나도 맞바람치면 삼류가 되는 것이고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그렇게 승화를 하시면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수련도 안 했는데 그런 경지가 되더군요. 


사랑이라고 해서 다 귀하고 성이라고 해서 다 천한 것이 아니라 항상 소재는 같은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술도 되고 천박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삼류가 아니라 예술로써 혹은 수련으로써 푸시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에서 얼치기면 안 봐도 뻔해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죠. 


예술에서 얼치기면 사랑에도 얼치기이기 쉬운데 공리는 아주 철저하더라고요. 예술적으로도 그렇지만 남자가 그러고 사는데도 끝까지 사랑이 변치가 않아요. 중국 영화 중에 아주 괜찮은 영화들이 꽤 있어요. 


문화대국이라는 것을 제가 느낍니다. 억압된 상황이었는데도 아주 잘 만들었어요. 전에 당 현종하고 양귀비를 다룬 영화를 봤는데, 양귀비가 원래는 자기 아들의 부인이더군요. 


그런데 첫눈에 반해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 왕이면 대단했죠. 더구나 그 무렵은 중국 역사상 가장 문화가 번성했던 시기이고 궁녀가 만 명이나 됐었다고 해요. 


그런데 현종이 양귀비를 알고 나서 십칠 년 동안 하루도 한눈을 안 팔았다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 한편으로는 만 명의 여자들이 얼마나 한이 맺혔겠어요?


현종이 아주 영리하고 기가 막힌 왕입니다. 당나라 역사 중 현종 때가 문화도 많이 발전하고 제일 번성했을 때였거든요. 왕의 권한이 아주 대단했고 비록 며느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어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면 웬만한 왕 같았으면 당장 수청을 들어라 했을텐데 그냥 멀리서 악기를 연주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만남을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시간을 오래 끕니다. 양귀비의 모습이 눈앞에 막 어른거리는데도 끝까지 기다려요. 


그러고 보면 현종도 상당히 지감을 잘 한 거죠.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 역시 대단하다.’했어요. 예술을 아는 나라입니다.


548443080fe1250bbac8ad5510442144_1517473467_1332.jpg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391 | 7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0 | 7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27 | 8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2 | 8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4 | 8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76 | 8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8 | 14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4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4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1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43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1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8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9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1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