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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감止感 (Ⅱ)

0 개 1,095 수선재

지감이라는 것은 느낌을 멈추는 것인데 영화를 한 편 소개해 드리자면 중국 영화인데 제목이 화혼(畵魂)이에요. 감독은 장예모이고 공리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공리가 기생 출신 화가로 나와요. 

원래 기생은 아니었는데 너무 가난한 나머지 부모가 딸을 팔아서 기방에 갔거든요. 

 

그러다가 그 지방에 부임해 온 관리하고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임신이 안 되는 거예요. 

 

알고 보니 기방에서 약을 먹여 아이를 못 낳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러니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한편 고향에는 그 남자의 정혼한 여자가 있었는데 공리가 남편이 부르는 것처럼 편지를 써서 시골에서 그 여자가 올라옵니다. 

 

남자는 안 만난다고 질색을 했지만 공리가 억지로 방안에 들여 놓고 동침을 하게 해요. 그리고는 자기는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옆방에서 옷을 다 벗어요. 그래서 무얼 하려나 했더니 거울 앞에서 붓을 들고 자기를 그려요. 

 

그 장면을 보고 제가 ‘아,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는 방법이죠. 바로 그것이 지감입니다. 

 

무슨 설명을 하려고 이 영화 얘기를 했냐 하면 그렇게 마음의 동요가 없는 상태, 느낌을 멈춘 상태가 바로 지감이라는 거예요. 

 

부처라 하더라도 돌아앉는다고 하는 상황이잖아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하고 있는데 흔들림이 없을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것을 그림으로, 예술로 승화를 시키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괴로운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람 피울 때는 ‘내 배우자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아마 마음이 죽을 것같이 아프고 지옥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림을 그리면서 승화를 시키더라고요. 

 

그 후 남자는 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고, 마침 문화 혁명이 나서 예술가들이 많이 핍박을 받게 되어 공리는 프랑스로 유학을 갑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자유스러워요. 유학 온 동료들도 많이 있어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밤새워 토론도 하고 그랬는데 그 중 한 남자가 또 이 여자를 좋아하게 돼요. 전의 남자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멋있는 남자였는데 여자가 거절을 했어요.

 

자기는 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상대방은 자신만을 생각해 주므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계속 그림만 그리면서 고독하게 혼을 불태우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그냥 삭히면서 그림으로 불태워요. 

 

세월이 흘러 공부가 끝나 다시 돌아와 보니까, 그 남자는 본부인에게서 아들만 낳은 것이 아니라 줄줄이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었어요. 자기는 그렇게 고독하게 이 남자만 생각하면서 그림으로 불태웠는데 이 남자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래도 여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더군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거예요. 또 그 부인의 입장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아주 예뻐해요. 영화이지만 바라보는 눈빛에 질투 같은 것이 전혀 없더군요. 


나중에는 아주 대단한 화가가 되어 중국 정부에서 금하는 그림도 그리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도 하는데도 무릅쓰고 표현을 합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그림을 과감하게 그리면서 흔들림이 없는 거예요. 그런 것이 바로‘`지감’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수련을 하시는 분들은 바로 그런 마음 자세를 가져야 되겠죠. 만일 남편이 그런다고 나도 맞바람치면 삼류가 되는 것이고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그렇게 승화를 하시면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수련도 안 했는데 그런 경지가 되더군요. 


사랑이라고 해서 다 귀하고 성이라고 해서 다 천한 것이 아니라 항상 소재는 같은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술도 되고 천박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삼류가 아니라 예술로써 혹은 수련으로써 푸시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에서 얼치기면 안 봐도 뻔해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죠. 


예술에서 얼치기면 사랑에도 얼치기이기 쉬운데 공리는 아주 철저하더라고요. 예술적으로도 그렇지만 남자가 그러고 사는데도 끝까지 사랑이 변치가 않아요. 중국 영화 중에 아주 괜찮은 영화들이 꽤 있어요. 


문화대국이라는 것을 제가 느낍니다. 억압된 상황이었는데도 아주 잘 만들었어요. 전에 당 현종하고 양귀비를 다룬 영화를 봤는데, 양귀비가 원래는 자기 아들의 부인이더군요. 


그런데 첫눈에 반해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 왕이면 대단했죠. 더구나 그 무렵은 중국 역사상 가장 문화가 번성했던 시기이고 궁녀가 만 명이나 됐었다고 해요. 


그런데 현종이 양귀비를 알고 나서 십칠 년 동안 하루도 한눈을 안 팔았다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 한편으로는 만 명의 여자들이 얼마나 한이 맺혔겠어요?


현종이 아주 영리하고 기가 막힌 왕입니다. 당나라 역사 중 현종 때가 문화도 많이 발전하고 제일 번성했을 때였거든요. 왕의 권한이 아주 대단했고 비록 며느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어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면 웬만한 왕 같았으면 당장 수청을 들어라 했을텐데 그냥 멀리서 악기를 연주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만남을 합법적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시간을 오래 끕니다. 양귀비의 모습이 눈앞에 막 어른거리는데도 끝까지 기다려요. 


그러고 보면 현종도 상당히 지감을 잘 한 거죠.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 역시 대단하다.’했어요. 예술을 아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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