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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풍

0 개 1,856 박기태

경기가 있을 때는 먼저 열을 식혀주세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놀라고 마음 졸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부모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데 경기만 한 것도 없다.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고 눈이 돌아가며 팔다리가 비틀어지는 상태가 되면 아무리 침착한 부모라도 경황이 없어진다.

 

경기(驚氣) 혹은 경풍(驚風)은 주로 생후 6-24개월의 어린아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6개월 이전은 중추신경이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24개월 이후에는 중추신경이 90% 정도 발육하기 때문에 발병이 드물다.

 

나이에 따라서도 발생하는 원인이 다른데, 24개월 이전에는 주로 인후염·중이염·독감이 원인이며, 3-4세 때는 식체나 음식 때문에 비위가 상한 것이 원인이다. 간혹 6세까지도 발생하는데, 이 때는 증세가 간질과 비슷하므로 잘 구별해야 한다.

 

참고로 간질은 주로 뇌의 기질적 장애로 인한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 출생시 뇌 손상을 입어서 생기는데, 중추신경 발육 후에도 생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나타날 수 있다. 빠르면 3세 이후 보통 6세 이후에 발생하는데, 경기와 엄연히 다른 질병이지만 옛말에 하루 3번 이상 경기를 하면 간질이 된다고 했을 만큼 경기를 자주하는 아이는 간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경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화(火), 즉 열이며 병원에서는 보통‘열성 경련’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급하게 오는 경기라고 하여 급경품, 보다 천천히 오는 경기라고 하여 만경풍, 그리고 만경풍 후에 구토와 설사로 인해 병이 깊어지는 만비풍 등으로 나누어서 치료한다.

 

먼저 급경풍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감기·인후염·편도선염을 앓다가 열이 높아져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둘째, 위장 질환으로 오는 수도 있다. 즉, 장염으로 고열·구토·설사를 많이 할 때 걸리기 쉽다. 

 

한편 급경풍에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거나 과식·폭식하여 급체에 걸리면 만경풍이 온다. 이 때는 전신경련보다 부분적으로, 특히 밤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자다가 움찔움찔 놀라기를 잘 한다. 

 

넷째, 드물게는 유생성 이하선염과 홍역 등에 의해 병발되는 뇌염이 경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경풍은 급경풍에 비해 발작 정도가 약하고 천천히 발생하며, 경련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급경풍에서 오기도 하고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허약하면 오는데, 그 원인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한 경우, 

둘째 급경풍 치료를 잘못하여 정기를 손상한 경우, 

셋째 오래된 만성 소모성 질환이나 큰병을 앓고 난 후 정기가 쇠약해진 경우이다.

 

일단 경기가 올 때는 열을 식혀주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냉찜질이나 알코올 마사지를 심장에서 먼 곳부터 손발, 이마의 순서로 해준다. 또 손가락 끝부분이나 첫째마디 오목한 곳을 소독한 바늘 등으로 찔러 피를 내준 다음 해열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대개 이 정도 치료하면 경기가 풀린다.

 

다만 이런 경우가 여러 번 반복되면 뇌에 기질적인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정밀하게 검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기 든 아이를 업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경우, 경기 발작은 대개 5분 내외이기 때문에 한의원으로 오는 도중에 거의 회복되어 정작 치료하려고 보면 아이가 멀쩡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자주 있을 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진찰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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