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대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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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살아가기

0 개 1,748 김임수

 

휴가기간중 가족들과 함께 영화 ‘The greatest showman’을 관람했다. 전설적인 엔터테이너 P.T. Barnum이 만든 Barnum & Bailey 서커스와 그의 자전적 삶을 소재로 만든 헐리우드 뮤지컬영화이다.  관람 후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게 되었는데, 아들은 주인공의 일생을 너무 미화한 것 (원래 Barnum은 희대의 사기꾼이었다나…)을, 아내는 뮤지컬 음악이 어디서 많이 들은 듯 하여 독창성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나는 자신들의 희귀한 모습 (왜소증, 거인증, 샴 쌍동이 등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얘기했다. Barnum이 숨어 있던 그들을 설득하여 무대에 세우는 장면이 감동적이다.‘당신들은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갈채를 보낼 것입니다’. 

서커스 단원 중 유독 나의 눈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발군의 가창력을 소유한 수염이 덥수룩한 여성 (Bearded Lady). (이 역을 맡은 Keala Settle은 마오리 피가 흐르는 미국 배우인데, 그녀가 부른 This is Me는 2018년 골든글로브 주제가 상을 받았다) 오랜세월 남자에게 허락된 권위의 상징인 수염이 여성에게 났으니, 일반 사람들에게는 분명 진귀한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이 자리에서 성차별의 역사를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염이 남성우월주의와 마초문화의 상징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어줍잖은 수염의 역사적 문화적 고찰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2018년 들어 내가 수염을 기르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새해에 새 마음으로 산뜻하게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미장원에 들려 이발을 하게 되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헤어드레서분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의 탈모의 진행속도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 왈, 머리 숱이 없어지면, 소위 ‘빡빡머리’도 괜찮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지는 않을까요?’걱정을 했더니, 사람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익숙해 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소하다가도 그 사람의 얼굴에 집중되어 점점 멋있어진다나! (원판불변의 원칙으로 인하여 저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머리 심리학이라고나 할까. 그분의 역발상적 식견에 감탄은 했으되, 아직은 그런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현재 나의 모발분포 상태로 보아 앞으로 5-6년은 족히 버틸 수 있다고 위로를 건네니,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닌 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없으면 잇몸’, 수염을 기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야무진 바램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수염으로 돌리고, 푸근한 아저씨 인상으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의도와는 달리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지만…..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네 맘대로 하세요’. 

일주일 면도를 안하고 수염을 기르다 보니 답답하고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염기르기를 전폭 지지하는 아들이 조언하기를 초기 1-2개월은 ‘Beard Oil’ 바르며 관리를 해 줘야 한단다. ‘빛나리 집안’의 내력을 익히 알고 있는 아들이 호기있게 선언한다. 자신도 중년이 되어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면 머리를 깨끗이 밀고 수염을 기르겠다고. 빛나리 DNA를 물려준 아빠의 죄스런 마음을 헤아린 것일까, 아들의 통큰 선언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이렇게 듬직한 아들이라니! 아들에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집 가훈은 ‘생긴대로 살자’라고.  

생긴대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내 생긴대로 살아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고맙고, 자랑스럽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너 생긴 그대로, 자신의 분수대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살다보면, 내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도 있을거야. 그러면, 잠시 물러서서 너의 이쁜 구석을 살펴보렴. 그래도 찾기 힘들면, 네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렴. Barnum이 서커스단원들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듯이 말이야. 분명 너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꼭 있을 것이다. 왠지 아니? 너도 다른 사람의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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