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시간의 우울한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날아라, 시간의 우울한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0 개 1,127 오클랜드 문학회

                                  장 석주

1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동편 서편 흩어지는 바람속을 질주한다

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

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

 

인가 근처를 내려오는 죽음 몇 뿌리

소리없이 밤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2

회양목 아래서

칸나꽃 같은 여자들이 울고 있다

 

증발하는 구름같은 꿈의 모발

어떤 손이 잡을 수 있나

 

3

밤이 오자 적막한 온천 마을

청과일 같은 달이 떴다

바람은 낮은 처마의 불빛을 흔들고

우리가 적막한 헤매임 끝에

문득 빈 수숫대처럼 어둠속을 설 때

가을 산마다 골마다 만월의 달빛을 받고

하얗게 일어서는 야윈 목소리

 

4

어둠 속을 쥐떼가 달리고

공포에 떨며 집들이 긴장한다.

 

하나의 성냥개비를 켤 때

또는 타버린 것을 버릴 때

더 깊고 단단하게 확인되는 밤

 

쥐떼의 탐욕의 이빨이 빛나고

피묻은 누군가의 꿈이 버려져 있다

 

5

하오 3시 바다는 은빛처럼 빛난다

흰 공기 속을 통과하는 햇빛의 정적

 

바람이 분다, 벌판에

흰 빨래처럼 저 어두운 바다가 운다.

 

포악한 이빨을 드러내는 바다, 하오 4시

위험한 시간 속으로 웃으며 뛰어드는 아이들

 

6

전파는 다급하게 태풍경보를 에보하고 탁자의 유리컵에는

바다가 갇혀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폐쇄된 전파만

새파랗게 질린 풀들이 울고 그 풀들 사이에 누군가의 거꾸로

처박힌 전생애가 펄럭이고 있다

 

오, 병든 혼,

아이들은 폭풍속을 뚫고 하얗게 떠 있는 바다로 달리고 내

붉은 피들은 혈관을 뛰어다니며 울부짖고 있다

 

7

햇빛 그친 낡은 문짝에 쇠못들이 박혀 녹슬고 있다

잊혀진 누군가의 이름들

 

8

바람은 오늘의 뿌리를 흔들며 지나가지만

흙 속의 풀의 흰뿌리는 다치지 못한다

 

9

통제구역  팻말이 꽂혀 있다

끝없이 거부하며 어둠으로 쓰러지고

풀뿌리 밑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잠들곤 했다

팻말 뒤에서 펄럭이는 막막한 어둠

어두운 창너머 벌판에는 비가 뿌리고

잠자면서도 절벽을 보았다, 밤마다

 

시간, 오오, 가혹한 희망과 다정한 공포여

소멸의 이마를 스치는 푸른 번개

서치라이트의 섬광만 미친 짐승처럼

이빨을 번득이고

나는 꿈속에서도 필사적인 질주를 하며

땀을 흘리고 울었다

아,1975년 여름

절벽에 부딪혀 산산히 튀어 오르는

파도 조각처럼 부서지고 싶었다, 그때 

 

■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digdak@hotmail.com 




먼지의 무게

댓글 0 | 조회 1,040 | 2019.03.27
시인: 이 산하복사꽃 지는 어느 봄날강가에서 모닥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쌀이 익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저녁노을 아래 밥이 뜸 들어갈 무렵강 건너 논으로 물이… 더보기

아버지의 마음

댓글 0 | 조회 1,040 | 2019.01.31
시인: 김 현승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더보기

낙타는 십리밖에서도

댓글 0 | 조회 1,040 | 2019.10.09
시인 허 만하길이 끝나는 데서산이 시작한다고 그 등산가는 말했다길이 끝나는 데서사막이 시작한다고 랭보는 말했다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구겨진 지도처럼로슈 지방의 푸른… 더보기

농담

댓글 0 | 조회 1,041 | 2019.07.10
시인 이문재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 더보기

아, 아프리카

댓글 0 | 조회 1,046 | 2017.08.09
​ 이 운룡​​신이 죽은 땅 아프리카여.열두 살 천사의 맨손, 맨발이인류의 입이 되는 희망이며 목숨이여.적산積算 역설의 호사를 누리는 침묵의 땅,깊이 머리 숙인 … 더보기

공무가空無歌

댓글 0 | 조회 1,053 | 2020.12.23
시인 이 운룡껍질 벗긴 시간은 달콤하여 베어 먹을수록 어금니를 감돈다.허공을 얽어맨 잔뼈들, 그게 우주의 받침대다. 시간은단단해서 쭈그러들지 않고 그 틈새를 촘촘…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056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때마다.난 얼어붙은 겨울 폭포를 찾는다.한때 안팎의 경계를 지웠던 이 폭포는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여전히 공포에… 더보기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댓글 0 | 조회 1,058 | 2017.11.22
글쓴이 : 류근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친구여 나는 시가 오지 않는 강의실에서당대의 승차권을 기다리다 세월 버리고더러는 술집과 실패한 사랑 사이에서몸… 더보기

그대에게 가고 싶다

댓글 0 | 조회 1,063 | 2023.02.01
시인 안 도현해 뜨는 아침에는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더보기

저녁의 노래

댓글 0 | 조회 1,070 | 2020.02.26
시인: 이 상국나는 저녁이 좋다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어떤 날은 딸네 집 갔다 오는 친정아버지처럼뒷짐을 지고 오기… 더보기

‘나’라는 말

댓글 0 | 조회 1,073 | 2017.10.25
심 보선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내게 주어진 유일한 판돈인 양나는 인생에 ‘나’라는 말을 걸고 숱한 내기를 해왔습니다.하지만 아주 간혹 나는 ‘… 더보기

귀가

댓글 0 | 조회 1,080 | 2021.01.27
시인 도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총총히 돌아서 갔다그들은 모두 낯선거리를…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087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나도 … 더보기

봄비 2

댓글 0 | 조회 1,088 | 2020.09.08
시인 김 용택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고운 봄비가 내리는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파랗게… 더보기

레몬

댓글 0 | 조회 1,090 | 2018.12.12
시인 : 김 완수레몬은 나무 위에서 해탈한 부처야그러잖고서야 혼자 세상 쓴맛 다 삼켜 내다가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 맛 좀 봐라 하고복장(腹臟)을 상큼한 신트림으로… 더보기

물빛

댓글 0 | 조회 1,091 | 2018.08.09
마 종기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냇… 더보기

길 밖에서

댓글 0 | 조회 1,120 | 2019.06.12
시인 이 문재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밖이다 헝겊 같은 바람 치렁거리고마음은 한켠으로 불려다닌다부드럽다고 중얼대며길 밖을 떨어져 나가는푸른 잎새들이 있다 햇살이비치는… 더보기

명자나무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22 | 2021.02.11
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봉투 속에 고요히 접힌 다섯 장의 붉은 苔紙도 여전하다花頭 문자로 씌어진 편지를 읽으려면예의 붉은별무늬병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지만장미… 더보기

사랑의 변주곡

댓글 0 | 조회 1,126 | 2018.11.18
김수영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도시의 끝에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 더보기

현재 날아라, 시간의 우울한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댓글 0 | 조회 1,128 | 2018.01.18
장 석주1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동편 서편 흩어지는 바람속을 질주한다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인가 근처를 내려오는 죽음 몇 뿌… 더보기

하늘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39 | 2020.12.09
시인 이 병철하늘 우체국에 가본 적 있다구름이 치는 전보 속에서는깨알빛 새들이 시옷자 날개를 펴고텅 빈 서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우체국을 품고 있는 산맥의 품에… 더보기

경계를 넘어

댓글 0 | 조회 1,140 | 2017.08.23
송 경동 나는 내 것이 아니다.오늘은 평택 쌀과 서산 육쪽마늘과영동 포도와 중국산 두부와칠레산 고등어를 먹었다내 뼈와 살과 피와 내장과상념도 실상 모두 이렇게태어… 더보기

소금

댓글 0 | 조회 1,143 | 2019.01.16
시인 : 장석주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마냥바닷물은 과묵하다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저 땡볕을 보아라바다가 말없…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댓글 0 | 조회 1,152 | 2018.11.28
도 종환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동짓달 스무날 빈… 더보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삶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1,161 | 2017.09.13
채 성병한때는 밥 먹듯이 詩를 쓸 때가 있었다詩를 쓰면서 詩가 곧 밥이라 생각했다아니다, 아니다 詩는 결코 밥이 될 수 없고밥은 詩가 될 수 없지만아니다, 아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