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책임

0 개 961 김준

성인이 되었다는 증명서와도 같은 주민등록증을 처음 손에 쥔 날이나 대학 신입생이 되어 교복 없이 등교하는 첫 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을 흐믓하게 바라보시며 대개의 한국 아버지들은 칭찬이나 격려의 말과 함께‘책임감’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으십니다.

 

“이제는 다 컷으니 너의 판단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네가 감당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인지 먼저 생각해 보도록 해라”

 

등으로 함축, 요약 될 수 있는 메시지를 길고 긴 시간 동안 풀어서 설명하시고, 예를 들어 설명하시고, 그러다가 뒤집어서까지 설명하시느라 하루 해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지요. 

 

이제 어른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자식은 “알았어요~ 걱정마세요~”를 연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미덥지 못하고 불안한 것은 모든 부모님의 똑 같은 마음일 겁니다. 

 

자녀가 독립해 나가는 첫 수순을 밟는 그 순간, 어른들이 이렇게 책임감을 강조하시는 것은 당신들이 살아오신 삶의 경험에서 기인할 것 같습니다. 

 

살아보니 책임질 일도 많았고, 책임 져 주기를 기대할 일 또한 많았고, 책임을 등한시 했다가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매장’을 당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성인이 되는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 겸 당부로 책임감을 이야기 할 수밖에는 없는가 봅니다.

 

인간이 어떤 경우에도 버려서는 안될 기본적인 책임은 바로 가족에 대한 책임입니다. 천륜이라 말하는 자녀, 부모를 끝까지 돌보는 것은 인간이기 이전에 하나의 피조물로서 지고 나가야 할 의무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그늘진 곳을 이곳 저곳 들춰보면 가족을 향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지키지 못한 아픈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 잡지에 소개되었던 사연입니다.

 

5살짜리 남자아이가 서울역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은 벌써 어둑어둑 해졌고 11월 찬 바람이 살을 에이는데 아이는 눈물만 떨구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가슴앞에 모아쥔 얼어터진 두 손엔 그 역시 꽁꽁 얼어붙은 호떡 하나.. 한 두 번쯤 베어 먹은 자리엔 끈적한 흑설탕물이 단단히 굳어 검은색 눈물방울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 자리, 서울역에서 젊은 노숙자로 자라납니다. 긴 세월동안 동냥으로 번 돈을 차곡차곡 모아 결국엔 서울역 앞에서 호떡 포장마차를 시작 했습니다.

 

이미 어긋난 기대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20년 세월을 훌쩍 넘겨버린 엄마의 약속..

 

“여기 기다리고 있어. 엄마 금방 올게”

를 억지로 믿고 믿으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 청년의 사연이 잡지에 소개되고 장안의 화제가 된 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허영만씨의 만화책에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다시 만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랬다면 어머니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걱정스럽긴 합니다.

 2b80b80cd9886ae13601b761db442142_1512620718_2132.jpg 

 

바람 불어오는 방향으로 낙엽을 쓸어내 듯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는 세상살이는‘기본적 책임감의 포기’라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지만 피할 수 없는 불행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책임감의 유기’라는 마음 아픈 사례는 이야기책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시고기’라는 소설엔 주인공인 아이의 할아버지가 짧게 등장합니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재기해 보겠다는 의지마저 잊고 산지 몇 해.. 

 

아직도 철부지인 어린 아들에게 그토록 소원하던 자장면을 실컷 먹인 후 소화제라며 쥐약을 나눠 먹고 동반자살을 기도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냄새가 이상한 약을 곧바로 토해버렸고 아버지마저 잃은 이후 너무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되지요.

 

자식을 정성으로 양육해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내야 할 부모로서의 소명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 팽개칠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아픈 두 이야기 입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할 연말이 되어 그 동안 가르치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도 했고 방학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학원에 출석하며 끊임없는 향학열에 몸이 달아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수가 적다 보니 이렇게 조금은 한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군요.

 

제가 수업중에 학생들에게 해 주는 여담 중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종의 동기부여를 목표로 하지만 실상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는‘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꿈을 물려주고 싶다고 할까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아주 부정확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너희들을 구속하고 있고 거역할 수 없는 그 이유. 그것은 바로 너희의 ‘책임’이다. 너희가 어른이 되어 살아갈 사회를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책임이 너희에게 있다. 그런 좋은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지 못한 것은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지금도 노력하는 거다.

 

만약 너희가 스스로의 책임을 거부한다면, 다시 말해 공부를 등한시 하거나 포기한다면 미래에 너희가 책임져야 할 그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누군가가 너희보다 덜 똑똑하고, 덜 양심적이고, 덜 너그러워서 야기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바로 너희들에게 있다. 너희가 책임을 유기했을 때 그 모든 피해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들은 너희들을 원망할 것이다.

 

명심해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책임을 지게 되어있으며 그 책임의 완수는 오늘,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 시간에 결정된다는 것을…”

 

다분히 ‘루소’의 ‘사회 계약’론에 근접한 이야기 입니다. 공동체 전체가 절대로 어겨서는 안되는 하나의 계약에 의해 사회가 구성되고 사회의 구성인자들은 보장된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대신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부과된 각각의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국가론’중의 하나 이지요. 

 

제가 특별히 장자크 루소를 흠모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요즘 학생들을 볼 때마다 세상에 팽배한 개인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반대격의 이야기를 해 주는 거지요. 처음 듣는 아이들은 눈이 반짝해서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지만 몇 번 듣고나면 어느새 귀에 앉은 딱지가 되어 신선한 자극이 되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에 관계없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한가지는 ‘공부는 책임이다’라는 변치 않는 사실 입니다.

 

학생이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깔끔하고 폼나는 하얀가운 이던 웬만한 직장인은 상상도 못할 ‘0’많이 붙은 월급이던 결과적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 심지어는 목숨을 좌지우지할 입장에 처하게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책임을 안아야 하고 배관공이 되는 학생은 한 가정의 안전하고 위생적인 일상의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결국 오늘 키워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나의 아이에서 사회의 일군으로 자라나고 철없는 말썽꾸러기에서 타인의 인생 중 의미 있는 한 부분을 책임 지는 전문가로 변모할 것입니다.

 

바로 미래의 자신에 대한 책임감, 스스로가 감당하게 될 타인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오늘 우리의 아이들이 지고 나가야 할 학습의 동기이고 목적이며 지향점이 될 때 어른들의 입에서 ‘키운 보람이 있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겠지요.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입니다.

 

부모님의 어깨는 한 해 만큼 가냘퍼 졌고 아이들의 키는 그만큼 훌쩍 커졌습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조금은 줄어든 뜨거운 백광의 여름,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책임과 사회에 대한 책임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융합 과학의 시대 - 논리적 분석 훈련을 하자 3

댓글 0 | 조회 1,171 | 2016.01.14
필자의 지인중 한 분이 자신의 전 회사 상사에 대해 해 준 이야기가 있다. 그 분은 당시 캐나다로 기술 이민을 가신 분 이었는데 그 분이 가진 ‘기술’이라는 것이… 더보기

리플리 신드롬

댓글 0 | 조회 1,166 | 2019.01.16
2015년 6월, 한국의 한 주요일간지는 일주일쯤 전에 올렸던 신문기사를 정정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정정된 이전 기사의 내용은 미국에 거주중인 한 한국인 이민… 더보기

마찰

댓글 0 | 조회 1,160 | 2021.01.13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며칠전.. 아침에 일어나 카페인충전을 하려다보니 제가 아끼는 커피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좋아하는 텀블러에 … 더보기

그대, 나의 뜨거운 국물

댓글 0 | 조회 1,154 | 2021.10.13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어갈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가 조금씩 커지고 어떻게 살아야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누릴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만 갑니다. 요즘… 더보기

Iceland, ‘I’s land

댓글 0 | 조회 1,131 | 2018.10.12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유독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 더보기

꽃을 피우다

댓글 0 | 조회 1,129 | 2017.08.23
햇빛 잘 드는 창가 서랍장 위에 올려 놓은 작은 화초가 드디어 꽃을 피웠습니다.손바닥보다도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앙증맞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잎 더미들 … 더보기

갑옷입은 최고의 타자

댓글 0 | 조회 1,126 | 2019.12.23
과거의 삶을 기록해 놓은 역사서적들을 읽다보면 가끔씩 현대의 발명품들에 버금갈 정도로 효율적이고 뛰어난 기술의 활용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였던 … 더보기

길을 만드는 자

댓글 0 | 조회 1,122 | 2018.12.21
Be a brad.영어권 국가들의 이름들은 주로 그 사람의 직업에서 기인하거나 신체조건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 등장했던 최초의 … 더보기

공부의 왕도 6편

댓글 0 | 조회 1,116 | 2019.09.25
자료선별 (무엇을 어떻게 참고할 것인가?)몇 년전의 일이라 기억됩니다. 이른 오후 학원에 앉아 이것저것 관리적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계획에 없던 손님이 한분 찾… 더보기

상념

댓글 0 | 조회 1,116 | 2018.03.01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영국의 문인인 죠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이라 합니다. 94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니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머리에 피도 안… 더보기

다시 8월에 서서

댓글 0 | 조회 1,112 | 2020.07.29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 더보기

초심

댓글 0 | 조회 1,110 | 2017.09.13
중학교 2학년때였던 것 같습니다. 온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인 어느 명절 날, 당시로선 굉장히 좋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사촌형과 오랫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 더보기

과연 학교는 사라질 것인가?

댓글 0 | 조회 1,109 | 2021.06.23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다.’이제 세상을 좀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이야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응당 인정이되는 말입니다. 첫 직장의… 더보기

NCEA는 과연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1,098 | 2021.05.26
얼마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YOUTUBE에 뉴질랜드와 관련된 동영상이 한 편 올라왔습니다. 세상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를 영상으로… 더보기

공부해도 소용없는 그대에게

댓글 0 | 조회 1,095 | 2022.05.11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문화전승의 수단이며, 동시에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화의 수단이고, 또한 발랄한 젊은이들의 삶에 고통과 아픔을 선사하는 … 더보기

여인 열전1

댓글 0 | 조회 1,095 | 2017.04.11
그 날도 요즘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이었습니다.어느 누군가를 처음으로 방문하기엔 적합한 날씨도 적합한 시간도 아니었지만 직업 자체가 워낙에 일반적인 시간 프레… 더보기

기회의 방학 2018

댓글 0 | 조회 1,087 | 2018.11.2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더보기

노트의 제왕

댓글 0 | 조회 1,084 | 2019.04.10
노트절대론? 노트무용론!“이제 다음주면 Mid year 시험인데 준비는 잘 하고있니?”“아! 네.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엔 잘 해야죠!”“오~ 그래?… 더보기

공부의 왕도 6편 - 시험의 기술

댓글 0 | 조회 1,050 | 2019.10.09
이제 2019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이제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9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

동기와 노력

댓글 0 | 조회 1,018 | 2019.12.11
2014 년 11월 24일. 세계 제일의 경매업체인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희귀한 물건이 하나 등록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경매를 위해 출품된 것이죠. 하지만 그… 더보기

해(年)에게서 소년에게

댓글 0 | 조회 1,011 | 2020.01.29
코리안포스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경자년의 첫번째 칼럼을 쓰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더군요. 그동안 … 더보기

IA

댓글 0 | 조회 998 | 2021.05.12
어느 늦은 밤,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음이 띠링띠링 울렸습니다.이 시간에 누굴까..? 의아해하며 문자를 확인해 보니 어느 학부형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면서… 더보기

공부의 왕도 3편

댓글 0 | 조회 979 | 2019.08.14
지난 1편과 2편에선 공부의 기술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정리의 기술을 첫번째로 말씀드렸고, 두번째로 관리의 기술 중 목표관리와 시간관리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시간… 더보기
Now

현재 책임

댓글 0 | 조회 962 | 2017.12.07
성인이 되었다는 증명서와도 같은 주민등록증을 처음 손에 쥔 날이나 대학 신입생이 되어 교복 없이 등교하는 첫 날..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을 흐믓하게 바라보시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