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랬었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예전에는 그랬었지

0 개 1,606 여디디야

잔잔한 이야기 (17)

해외에서 살다 보면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 돌아와도 그저 다른 날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고작 떡만두국이나 송편에 잡채랑 모듬전, 갈비찜 그리고 약식 정도 만드는 것으로 그런대로 족한 듯 하다. 그런데 이 음식들은 평소에도 가끔 해 먹는 것이어서 별로 명절 음식이다 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긴 올해 이 나라에선 처음으로 송편을 만들어 보긴 했지만 생각 외로 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두 접시 만들려고 할 바에는 차라리 한국 마트에서 사다 먹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송편보다 인절미를 더 좋아하니 더 이상 송편 만들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요즘 한국은 김장철이어서 나의 절친은 백 포기나 되는 한 접 양의 배추를 구입하여 언니네와 두 집 김장을 함께 하느라 무척 힘도 들고 즐겁고 바빴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는 김장 하는 날이면 항상 양지머리 사다가 무우 넣고 푹 끓인 쇠고기 무우국, 굴을 넣고 버무린 겉저리, 그리고 통삼겹살을 사다가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 김장하는 날의 고정 메뉴였다. 

 

절여 놓았던 배추를 씻어 물을 뺀 후에 배추 켜켜에 속을 넣는 날에는 오빠까지 온 식구가 총동원 되어 돕기도 했고,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처럼 도와주러 오기도 했다.

 

월동 준비로 김장을 하면 겨울 내내 때로는 이른 봄이 되도록 기본 반찬이 준비되는 것이니 비록 며칠간 고생은 하지만 그 김치가 가득 채워져 있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 

 

김치 찌게, 김치 볶음밥, 콩비지 찌게, 김치 빈대떡, 김치 만두, 감자탕, 메밀전병, 김치를 넣은 김밥, 김치국, 순두부 찌게, 두부 김치 등등… 그리고 고등어나 꽁치 통조림에 김치를 넣고 조림을 만들어 보니 너무 맛이 있었다. (요리 강좌도 아닌 데 왜 이렇게 음식 이야기가 나오는 지 모르겠다 ^^)

 

김장을 담근 후에는 온 몸에 배어 있는 냄새와 피곤을 없애러 목욕탕에 가서 한증탕에서 땀을 내고 집에 돌아왔던 일도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그런가하면 예전에는 딸 보다 아들을 우선으로 여기곤 했다. 나의 아버지 역시 전형적인 그런 분이셨는 데, 아들의 경우에는 결혼한 후에 살 집을 한 채씩 사서 장만해 주시곤 했는 데,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혼수감 잘 챙겨서 시집 보내면 그만이었다.

 

큰 오빠가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는 항상 아버지는 병원비를 모두 다 지불해 주셨다. 아들인 데다가 특별히 장남이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 그렇지만 결혼한 둘째 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에는 한 푼도 도움을 주지 않으셨는데 나는 아버지의 아들과 딸을 차별 대우 하시는 것이 너무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무서운 아버지 앞에 앉아서 큰 오빠의 경우에는 병원비를 모두 내 주시면서 왜 형편이 어려운 둘째 언니에게는 병원비로 사용하라고 한 푼도 주지 않으시느냐고 말씀 드렸다가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세 명의 오빠와 두 언니, 동생 모두 아버지를 무서워했었고 나 역시 아버지를 무서워 했었는 데 그 날 입바른 소리를 하고 나서 부터는 나 혼자 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하핫!


아버지는 마음 속으로는 나를 대견해 하시고 무척 사랑해 주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친척 어른들이 오시면 아버지는 나에 대하여 잠깐 이야기를 하시며 칭찬하시는 것을 듣기도 했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명절이 되면 모두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모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하시던 그대로 하셨던 것 같다. 


이를테면 설날에 자식들이 세배를 하면 아들에게는 세뱃돈을 딸에게 주시는 것보다 더 많이 주셨던 것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 데 그도 그럴 것이 시집 가지 않은 딸인 나는 아들과 동격으로 대우하셨기에 몰랐던 것이다.


예전에는 유산 상속 받을 때도 그 당시 법으로는 시집 간 딸은 아들이 받는 유산의 4분의 1을 받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유산 상속이 이루어져서 그동안 상속법이 변경됨으로 아들과 같은 금액으로 받게 되었었다.


아무튼 어머니 앞에서 세배를 하고 온 막내 올케가 내 방으로 와서 어머니가 세뱃돈을 주셨다며 보여주었다. 나는 어머니 방으로 가서 큰 언니와 어머니께 세배를 했더니 세뱃돈을 주셨는 데 막내 올케가 받은 금액이랑 다르기에 아무런 말 없이 그냥 돌려 드렸다. 


차별대우 받음이 싫었던 것이었는데, 옆에 있던 큰 언니는 영문도 모르고 내 얼굴을 쳐다 보더니 이상하다 싶었는지 큰 언니도 어머니께 세뱃돈을 돌려 드렸다. 어머니는 화를 내시더니 “이제부터 세뱃돈 주지 않는다”라고 하셨고 결국 없어졌다.


나는 그 때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네에, 지당하십니다. 어머니! 결혼해서 아이들까지 둔 장성한 자식들이 세배를 하고 세뱃돈 받아 가는 것보다 도리어 어머니께 드려야지요. 세뱃돈은 어린 손주들에게만 주시면 되지요. 7 남매 키우느라 아버지랑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요. 재물이 넉넉하고 많이 있다 하더라도 자식들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기회도 주셔야지요.”라는... 


생각 같아서는 “어머니께 세배드리며 오히려 어머니께 드리자”라고 말하고 싶었는 데 내가 7 남매 중 6 번째이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나로서는 말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언젠가 기도를 하고 있는 데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 외에  “어머니께도 내가 받는 소득의 십분의 일을 드려라”는 마음을 주셨다. 


나는 그 때부터 어머니께 다달이 드리게 되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재정적으로 전혀 궁핍하지 않으셨지만 어머니 몫의 많은 유산을 오빠가 차지하게 된 후에는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기억은 나의 삶 중에 기뻤던 일 중의 하나다. 어머니를 살아 생전에 섬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친구로 부터 김장을 했다는 말을 듣고 예전에는 그랬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글로 쓰다 보니 아련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누구든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시인하면 하나님이 저 안에 거하시고 저도 하나님 안에 거하느니라” (요한일서 4장15절) 

 

7a279f740efefa36eb6098e595be52f1_1512543890_238.jpg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10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6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6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6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6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4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