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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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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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on is a shepherd in South Island.”

 

귀를 의심했다. 아들의 직업이 ‘양치기’(shepherd)라니.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훨씬 더 많다. 올해 2월 현재 2,700만 마리에 이른다. 그 양을 기르려면 양치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직업으로써의 양치기는 너무나도 낯설다. 뉴질랜드 시골 생활을 다룬 ‘컨트리 캘린더’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양치기 생활을 엿보기는 했다. 이민 생활이 10년이 넘어도 ‘양치기’하면 떠오르는 건 동화 속의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나 잘생긴 백인 예수님이 광야에서 양을 치고 있는 그림이다.

 

키위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랐다.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이 어릴 때 이혼한 뒤 혼자 오랫동안 아이들을 키웠다. 1년 전쯤 인터넷으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최근에 시내의 새 아파트로 이사해 파트너와 함께 살게 되어 너무나 행복해한다. 덩달아 나까지도 기분이 좋다. 직장도 가깝고 장보기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헬스장도 근처에 있어 편리하다고 한다. 이사 가서 새로운 가구로 장식한 아파트 사진을 찍어서 아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Mum! I am so sorry.”라고 했단다. 친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크게 웃었다.

 

“나와 우리 애들은 시골에서 살았거든. 내 아들은 자연을 좋아해.”

 

아들은 자정이 넘도록 시끄럽고 불빛이 찬란한 번화가의 좁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가 안돼 보였던 것이다.

 

그 친구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딸이 나에게 있다. 

 

“엄마! 나 갭이어(Gap year)를 하면 어때?”

 

식구가 다 모여 앉아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툭 던진다.

 

“나 잘 모르겠어. 뭐 하고 싶은지.”

 

심장이 빠르게 뛴다. 

 

‘모르다니. 뭘 몰라. 당연히 의대 가야지.’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속에서 0.1초도 되지 않아서 비집고 나왔다. 큰애는 적성이 이과 쪽 같으니 의대, 작은애는 적성이 문과 쪽 같으니 법대. 정답. 엄마인 내 마음이 편하다.

 

갭이어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아는 사람의 아들이 갭이어를 가진다고 했을 때는 “참 좋네요. 좀 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라고 우아하게 말했지만 내 딸이 그러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다.

 

갑자기 아이가 실패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정해진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하다. 나는 저녁 식사 시간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이민자로서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서 뉴질랜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대가가 요구되었다.

 

‘그래 나는 이렇게 무시당해도 내 아이들은 너희들보다 나은 사람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상처에 대일밴드를 붙여 왔던 것 같다.

 

내 상처와 불안이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론으로는 너무나 잘 안다. 양치기와 의사 중 누가 행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행복은 감정의 문제이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는 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딸이 행복하다면 불편한 내 마음은 살짝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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