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0 개 2,202 새움터

fa4c174a289d5d7fc4c6f048da069084_1511301533_3044.jpg
 

“My son is a shepherd in South Island.”

 

귀를 의심했다. 아들의 직업이 ‘양치기’(shepherd)라니.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훨씬 더 많다. 올해 2월 현재 2,700만 마리에 이른다. 그 양을 기르려면 양치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직업으로써의 양치기는 너무나도 낯설다. 뉴질랜드 시골 생활을 다룬 ‘컨트리 캘린더’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양치기 생활을 엿보기는 했다. 이민 생활이 10년이 넘어도 ‘양치기’하면 떠오르는 건 동화 속의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나 잘생긴 백인 예수님이 광야에서 양을 치고 있는 그림이다.

 

키위 친구는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랐다.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이 어릴 때 이혼한 뒤 혼자 오랫동안 아이들을 키웠다. 1년 전쯤 인터넷으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최근에 시내의 새 아파트로 이사해 파트너와 함께 살게 되어 너무나 행복해한다. 덩달아 나까지도 기분이 좋다. 직장도 가깝고 장보기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헬스장도 근처에 있어 편리하다고 한다. 이사 가서 새로운 가구로 장식한 아파트 사진을 찍어서 아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Mum! I am so sorry.”라고 했단다. 친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크게 웃었다.

 

“나와 우리 애들은 시골에서 살았거든. 내 아들은 자연을 좋아해.”

 

아들은 자정이 넘도록 시끄럽고 불빛이 찬란한 번화가의 좁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가 안돼 보였던 것이다.

 

그 친구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딸이 나에게 있다. 

 

“엄마! 나 갭이어(Gap year)를 하면 어때?”

 

식구가 다 모여 앉아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툭 던진다.

 

“나 잘 모르겠어. 뭐 하고 싶은지.”

 

심장이 빠르게 뛴다. 

 

‘모르다니. 뭘 몰라. 당연히 의대 가야지.’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속에서 0.1초도 되지 않아서 비집고 나왔다. 큰애는 적성이 이과 쪽 같으니 의대, 작은애는 적성이 문과 쪽 같으니 법대. 정답. 엄마인 내 마음이 편하다.

 

갭이어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아는 사람의 아들이 갭이어를 가진다고 했을 때는 “참 좋네요. 좀 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라고 우아하게 말했지만 내 딸이 그러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다.

 

갑자기 아이가 실패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정해진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하다. 나는 저녁 식사 시간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이민자로서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서 뉴질랜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대가가 요구되었다.

 

‘그래 나는 이렇게 무시당해도 내 아이들은 너희들보다 나은 사람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상처에 대일밴드를 붙여 왔던 것 같다.

 

내 상처와 불안이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론으로는 너무나 잘 안다. 양치기와 의사 중 누가 행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행복은 감정의 문제이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는 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딸이 행복하다면 불편한 내 마음은 살짝 접어야 할 것 같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390 | 7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0 | 7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27 | 8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2 | 8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4 | 8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76 | 8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8 | 14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4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4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1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43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1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8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9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1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