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모 시집오던 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숙모 시집오던 날

0 개 1,771 오소영

 

45b56bd85f8298c32a647120396bb1dd_1511268616_5801.jpg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조카 사이였다. 우리 가문에 시집와서 한 가족으로 칠 십 몇년을 살아내신 분이다. 


오늘따라 새들의 지저귐이 유난스럽다. 활기찬 생명체의 움직임이 호흡을 멈추고 떠난 사람과 대비되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오래 병석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어머니의 밥상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네 년 밥은 이제 안 먹을란다.” 


시집살이 지독하게도 치뤄낸 어머니였다. 늙으막엔 치매 증상까지 겹쳐서 사뭇 횡포를 했다. 


일찍이 시집와서 시각장애로 힘든 시어머님을 대신해 아홉 살 개구쟁이 시동생을 아들처럼 돌보며 살아온 어머니다. 


이제 작은 며느리를 보고싶은 뜻이라고 깨달은 어머니는 서둘러 삼촌 색시감을 물색했다. 손아랫 동서가 될 신부의 나이는 열일곱. 삼촌과는 제법 나이차가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쯤이었을까? 조금씩 더워지고 있 었다. 


아버지는 늦둥이 동생을 신식결혼 시킨다고 특별히 신경을 쓰셨다. 하얀 치마저고리에 면사포를 쓴 신부옆에 까만 연미복의 신랑이 무척이나 멋스러웠다. 


그 시절엔 정말로 파격적인 결혼식이었다. 


예식이 끝나고 집으로 올 때 신부는 인력거를 탔다. 왠일인지 신부옆에 단발머리 계집애 나를 앉혔다. 예식장이 만리동 고개에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는데 어깨가 으쓱했다. 누가 봐주기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제일 먼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 잔치보다 할머니의 뒷처리가 더 급했다. 


음식 냄새보다 진하게 집안을 덮친건 할머니의 용변 냄새 였다. 그 날 할머니는 끝내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그리 기다렸던 새 며느리의 절도 못받고 벽에다 허배(虛拜)를 해야만 했다. 밥은커녕 얼굴도 보지 못한채 할머니는 두 어달 뒤에 돌아가셨다. 


1945년. 해방을 코 앞에 둔 무렵이었다. 


흰 소복차림으로 상주노릇을 흉내내느라 사람들 눈치만 살 피던 어린 새색시. 어른들이 곡(哭)을 할때마다 숙모를 지켜 보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어머니는 참 너그러운 맏동서였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집에서 커온 어린 동서를 딸같이 대했다. 


명절때마다 언니와 나 숙모까지 설빔을 해 입히고 부엌에도 들이지 않았다. 삼자매처럼 고루 색을 맞춰 입혀놓고 느긋하게 만족해 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어서들 나가 널이나 뛰어...” 


아버지는 앞마당 빨랫줄 밑에 튼튼한 널까지 놓아주었다. 동네 처녀들이 다 모여들었다. 


꼬마였던 나는 나풀거리는 치마자락을 움켜쥐고 신나게 널을 뛰는 그들이 부럽기만 했다. 내 몫은 언제나 널을 고정시키려는 한 가운데 자리였다. 거기 쪼그려앉아 하늘에 치솟듯 번갈아 오르내리는 언니들을 보느라 목만 아팠다. 


열다섯살 언니는 숙모와 동무하기에 딱 좋았지만 맏딸답게 집안 일을 돕느라 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웃에 분가해 사는 새내기주부 숙모는 늘 심심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제일먼저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숙모였다. 


우리둘이는 양지짝 툇마루에 걸터 앉아 공기놀이를 했다. 언니보다 잘 놀아주는 동무가 생겨 너무 좋았다. 


어머니가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가끔씩 혀를 차기도 했다.


 “쯔쯔 저사람 언제 철들어 어른이 되려나 . . .” 


숙모가 진짜 어른이 된건 첫번째 사촌동생이 태어난 뒤였다.


1.4 후퇴 당시. 삼촌은 나라를 지키러 제 2국민병에 차출되었다. 그 때 숙모는 둘째 애기를 임신한 만삭의 몸이었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떠나야하는 삼촌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너나없이 피난을 서둘러야했던 급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숙모가 안 가겠다고 버티었다. 몸도 무겁고 신랑도 옆에 없으니 얼마나 겁이 났을까? 아버지 어머니가 매일을 졸라도 농뒤에 혼자 숨어서 애기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부부싸움 끝에 가끔씩 큰집에 와서 투덜거리던 삼촌의 말이 떠올랐다. 


“고가네 고집은 아무도 못 당해 요.” 


고씨 숙모 고집에 번번히 져주고 투덜대던 말이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을... 시댁 어른들의 말을 끝까지 거역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매일밤 폭격으로 불바다를 이루는 전쟁통 피난지. 평택을 거쳐 온양까지 갔을 때. 종전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아이는 돌아오는 길목에서 태어났다. 그 핏덩이 동생을 내가 업고 다녔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을 업은게 아니었다. 그 물렁거리는 물체를 등에 업고 질질 흘러내리는 거 북함때문에 걸음을 걸을 수 없었던 불편함을... 


결국은 젖 한모금 배불리 먹어보지도 못하고 그 아기는 두어달 버티다가 저 세상으로 가 버렸다. 어찌 손 써볼 수 없는 전쟁통에 일곱살짜리 어린딸을 홍역으로 하늘나라 보낸 가족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이었다. 


그 무서운 폭격도 잘 피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냐고 목놓아 우시던 어머니. 이번에는 삼촌 볼 면목이 없어 어쩌냐고 더 많이 슬퍼했다. 우리는 그렇게 어린생명 둘을 피난 지에서 잃었다.


숙모는 너무 어려서였을까? 새 생명을 잃고도 씩씩했다. 삼촌의 생사 확인이 급해서 그 쪽으로만 생각하기에 바빴다.


삼촌은 인정스럽고 아주 싹싹한 분이었다. 사업수완도 좋아서 숙모와 가족들은 고생 모르고 편히 살았다. 그런분이 왜 그리도 단명하셨는지 50대에 세상을 버렸다. 슬하에 사남 매를 두었으니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았는데...


숙모 홀로 산지가 사십년. 이제 자녀들 든든한 가정 일궈 모두가 잘 산다. 증손까지 사대(四代)가 한 집에 살며 장수를 누렸다. 


요즘 세상에 드물게 보는 따뜻한 가정이었다. 시골에 집 짓고 백발 휘날리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촌동생이 참 대견하다. 돌이켜보니 숙모는 그런대로 괜찮은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어렸을 때부터 동무로 살아온 세 사람. 반년전에 언니가 먼저 떠나더니 숙모도 갔다. 내가 그런 나이에 와 있음에 문득 놀랜다. 


인력거 함께 탔던 새색시. 그 날의 숙모를 그려보며 하늘을 쳐다본다.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소담스럽다. 천사의 치마자락일까? 


“놀이동무 숙모! 하늘나라 따뜻한 천사의 품에 폭 안기시길 빌께요."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81 | 4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03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71 | 4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80 | 4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91 | 4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30 | 4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45 | 4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38 | 5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6 | 5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5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9 | 5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0 | 5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6 | 5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9 | 9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8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6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9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94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5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8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6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7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3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