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미학 산책(漢詩美學散策)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한시 미학 산책(漢詩美學散策)

0 개 1,107 김영안

a8addc1ef5bfa6cbe6e820a5699ab9a1_1511224258_4997.jpg
 

독서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독서 취향이 생기는 것이다. 문학에서 철학으로 그리고 다시 처세술로 필요에 따라 장르가 바뀐다. 또한, 즐겨 찾는 작가도 생기게 된다. 어떤 한 책을 읽고 감명을 받으면 그 작가의 책을 계속해서 읽게 된다. 작가의 사상과 문체를 좋아하여 관련된 모든 책을 섭렵하곤 한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문이 바로 시(詩)이다. 학교에서 배운 시가 거의 전부다. 대학 입시를 위한 교과서의 시가 전부다. 세간에 유행하는 시집도 거의 안 읽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교과서에 실리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던 유명한 도종환 시인의 ‘접씨 꽃 당신’도 안 읽었다.

 

영. 미시 역시 마찬 가지다. 바이런, 워즈워드, 푸시킨, 롱펠로우 등. 나의 독서 취향은 시보다는 소설이 더 가깝게 다가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시(漢詩)는 유독 관심이 많았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 그리고 당시선(唐詩選) 등 한시는 접했지만, 한시에 대한 지식은 턱 없이 부족했다.

 

막연히 좋아했던 한시에 대한 이론과 묘미를 알려 준 책이 바로 정민의 ‘한시미학산책(휴머니스트: 2010)’이다. 1996년 초판을 새로 개정 보완한 것으로 스물네 개의 주제로 풀었다.

 

정민 교수는 한양대 교수로 한 시에 대한 조예가 깊지만 18세기 영정조의 지식인- 선비에 대한 연구가 깊다. 처음 접한 책은 선비들의 내면을 그린 ‘미쳐야 미친다(푸른 역사: 2004)이다. 특히 다산에 관한 많은 저술을 남겼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2006)’, ‘다산 어록 청상(푸르메: 2007)’ 그리고 최근작인 ‘다산의 재발견(휴머니스트: 2011)’ ‘아버지의 편지(김영사: 2008)’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일침(김영사: 2012)’에서는 고사 성어를, ‘불국토를 꿈꾼 그들(문학의 문학: 2012)’에서는 삼국유사의 비밀 코드를 풀어 헤쳤다.

 

한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당나라의 당시와 송나라의 송시이다.

 

시에서 서정의 함축을 중시하고 의흥이 뛰어난 시를 ‘당음(唐音)’이라 하고, 생각에 잠기고 이치를 따지며 유현한 맛을 풍기는 시를 ‘송조(宋調)’라 일컬어왔다.

 

당시가 대상 그 자체에 몰입함으로서 자연스레 시인의 정의(情意)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데 반해, 송시는 시인이 자신의 정의를 대상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홍만종의 ‘시화총림증정’에서 두 시의 특징을 이렇게 설파했다.

 

‘당시(唐詩)를 존중하는 사람은 송시(宋詩)를 배척하여 비루하여 배울 바가 못 된다고 한다. 송시를 배우는 사람은 당시를 배척하여 나약해서 배울 것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모두 편벽된 언론이다. 당이 쇠퇴하였을 때 어찌 속된 작품이 없었겠으며, 송이 성할 떼 어찌 고아한 작품이 없었겠는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어려운 해설보다는 시는 쓰여진 그대로 느끼면 된다.

 

한시의 매력은 함축미다. 그리고 그 뜻을 여러 측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향시에서 나온 ‘호지무화초’라는 시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오랑케 땅 화초가 없다고 하나  

胡地無花草

오랑케 땅인들 화초가 없을까?  

胡地無花草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마는   

胡地無花草

오랑케 땅이라 화초가 없네     

胡地無花草

이처럼 같은 글자인데 읽는 감정에 따라 그 내용은 천양지차가 나는 것이 한시의 묘미이다.

 

차 주전자 둘레에 원을 그리며 써 있는 ‘다호시(茶壺詩)’는 한자씩 차례로 읽으면 시가 된다. 

마음을 맑게 할 수가 있고      

可以淸心也

맑은 마음으로 마셔도 좋다     

以淸心也可

맑은 마음으로도 괜찮으니      

淸心也可以

마음도 맑아질 수가 있고       

心也可以淸

또한 마음을 맑게 해 준다.     

也可以淸心

 

한 수 더 소개하고 싶은 한시는 우리 나라의 김 삿갓으로 유명한 김 병연의 해학시(諧謔詩)다.

서당이야 진작에 알고 있지만

書堂乃早知

방에는 모두 존귀한 물건뿐일세.        

房中皆尊物

생도는 모두 다 열 사람도 못되며       

生徒諸未十

선생 와도 인사할 줄 모르네            

先生來不謁.

시 내용 자체도 좋지만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우리만의 독특한 한시의 묘미이다.

 

시를 한꺼번에 다독할 수는 없다.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편이라도 좋다. 

 

잠시 시간을 내어 좋은 시를 읽고 명상에 잠겨보는 것이 어떨런지?

 

이병한 엮음 ‘하루 한 수 한시 365일(궁리: 2010)’도 권할 만 하다. 

 

중국은 물론 우리 나라 시인들의 시로 근대 한시까지 골고루 엮어진 좋은 책이다. 매 한편의 시를 원문과 함께 소개하면서 간략한 해설을 달아 한 시의 맛을 느끼게 한다.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91 | 3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76 | 4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2 | 5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72 | 5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8 | 5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9 | 5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0 | 5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3 | 5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2 | 5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9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9 | 6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02 | 6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5 | 6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7 | 6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2 | 6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2 | 6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02 | 6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8 | 8일전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3 | 10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1 | 10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99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3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1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2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4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