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던 옛집 지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우리 살던 옛집 지붕

0 개 1,274 오클랜드 문학회

                                       이 문재 시인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 아니다 

이러는게 아니었다 울고 있을 때 

나는 빈집을 흘러나오는 음악 같은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 

우리가 울면서 이름붙여 준 울음 우는 

별로 가득하고 

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 

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 

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 

아주 둥글게 그렸었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 위를 흘러 

지나가는 별의 강줄기는 

오늘밤이 지나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집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천장을 바라보며 죽을 수 없었다 

우리는 코피가 흐르도록 사랑하고

코피가 멈출 때까지 사랑하였다 

바다가 아주 멀리 있었으므로 

바다 쪽 그 집 벽을 허물어 바다를 쌓았고 

강이 멀리 흘러나갔으므로 

우리의 살을 베어내 나뭇잎처럼 

강의 환한 입구로 띄우던 시절 

별의 강줄기 별의 

어두운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는 새벽 

그 시절은 내가 죽어 

어떤 전생으로 떠돌 것인가

 

알 수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집을 떠나면서 

문에다 박은 커다란 못이 자라나 

집 주위의 나무들을 못박고 

하늘의 별에다 못질을 하고 

내 살던 옛집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집과 나는 서로 허물어지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죽음 쪽으로 허지고 

나는 사랑 쪽에서 무너져 나오고 

알 수 없다 

내가 바다나 강물을 내려다보며 죽어도 

어느 밝은 별에서 밧줄 같은 손이 내려와 

나를 번쩍 번쩍 들어올릴는지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digdak@hotmail.com 

인생의 네계단

댓글 0 | 조회 1,416 | 2016.06.22
글쓴이: 이 외수사랑의 계단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는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그 사람이 소유… 더보기

그리운 명륜여인숙

댓글 0 | 조회 1,408 | 2020.06.10
오 민석잠 안 오는 밤 누워 명륜여인숙을 생각한다. 만취의 이십 대에당신과 함께 몸을 누이던 곳 플라타너스 이파리 뚝뚝 떨어지는거리를 겁도 없이 지나 명륜여인숙에… 더보기

내 젖은 구두를 해에게 보여줄 때

댓글 0 | 조회 1,406 | 2019.03.14
시인 이 문재그는 두꺼운 그늘로 옷을 짓는다아침에 내가 입고 햇빛의 문 안으로 들어설 때해가 바라보는 나의 초록빛 옷은 그가 만들어준 것이다나의 커다란 옷은 주머… 더보기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댓글 0 | 조회 1,405 | 2019.09.11
시인 : 원 구식오늘밤도 혁명이 불가능하기에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다.돼지기름이 튀고,김치가 익어가고소주가 한 순배 돌면불콰한 얼굴들이 돼지처럼 꿰액… 더보기

고려장

댓글 0 | 조회 1,372 | 2022.09.14
시인 최 재호10년 전 이른 겨울커다란 이민가방에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떠나온 고향행여 하나 빠뜨릴까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빠져버린 홀어머니낯 설은 생활의 골목… 더보기

슬픔의 힘

댓글 0 | 조회 1,371 | 2016.10.26
글쓴이: 김 진경1욕망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긴 하지만욕망은 세상을 멸망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한 그릇의 밥을 끊이는 불이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듯이그렇게… 더보기

예술가들

댓글 0 | 조회 1,364 | 2018.04.13
심보선우리는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모든 것을 똑같이 견디진 않아요.방구석에 번지는 고요의 넓이.쪽창으로 들어온 별의 길이.각자 알아서 회복하는 병가의 나날들.우리에… 더보기

껍질과 본질

댓글 0 | 조회 1,359 | 2016.03.10
글쓴이: 변 희 수쳐다도 안 보던 껍질에 더 좋은 게 많다고온통 껍질 이야기다껍질이 본질이라는 걸 뒤늦게사 안 사람들이껍질이 붙은 밥을 먹고 껍질이 붙은 열매를 … 더보기

밥과 쓰레기

댓글 0 | 조회 1,355 | 2017.03.07
이 대흠날 지난 우유를 보며 머뭇거리는 어머니에게버려붓씨요! 나는 말했다그러나 어머니는아이의 과자를 모으면서멤생이 갖다줘사 쓰겄다갈치 살 좀 봐라, 갱아지 있으먼… 더보기

맨발

댓글 0 | 조회 1,349 | 2016.11.09
글쓴이: 문 태준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맨… 더보기

꽃 피는 세상의 그늘

댓글 0 | 조회 1,346 | 2017.06.13
백 학기새벽에 안방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팔십이 다 된 아버지와 평생을 뒷바라지해온 늙은 어머니가 일찍 일어났나 보다. 어제 그들은 온천에 다녀왔다. 골… 더보기

삼선짬뽕을 먹다가 문득

댓글 0 | 조회 1,344 | 2019.08.14
글쓴이: 오 민석​삼선짬뽕을 먹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난다생각은 안 보이는 바다를 떠다니지 않는다가령 해 저무는 몽산포에기우뚱 정박해 있던 나룻배처럼 오거나애인이여…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328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없는참새가 되고 싶다.곧 죽어도 짹 하고 죽는참새가 되어눈물은 말랐어도 목쉬게 울고 싶고노래는 못해도 실컷 짹짹거리고 싶다.그… 더보기

틈새의 말

댓글 0 | 조회 1,318 | 2017.01.25
글쓴이: 허 만하1.말이 한 마리 고원에 서 있다. 노을이 지고 난 뒤의 하늘에 솟는 누런 놋쇠가둥처럼 튼튼한 다리가 엉덩이 둘레 두툼한 야성미 한가운데 박혀 있… 더보기

갈색가방이 있던 역

댓글 0 | 조회 1,300 | 2017.09.27
심 보선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없었네갈색 가방 속의 컵라면과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아니, 고작… 더보기

체 게바라 생각

댓글 0 | 조회 1,298 | 2018.06.30
주 영국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체게바라 생각에 목이 멘다볼리비아의 밀림에서 체가 붙잡힐 때소총보다 더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는삶은 달걀 두개가 든 국방색 반합밀림에… 더보기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댓글 0 | 조회 1,295 | 2020.07.29
시인:류 시화너였구나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슬픔, 너였구나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날이 저물기 전… 더보기

섬진강 12

댓글 0 | 조회 1,293 | 2016.12.06
글쓴이 : 김 용택세상은 별것이 아니구나.우리가 이 땅에 나서 이 땅에 사는 것은누구누구 때문이 아니구나.새벽잠에 깨어논바닥 길바닥에 깔린서리 낀 지푸라기들을 밟… 더보기

꽃과 저녁에 관한 기록

댓글 0 | 조회 1,285 | 2020.11.24
시인 고 영민노을이 붉다.무엇에 대한 간곡한 답례인가.둑방에 메인 염소 울음소리가 하늘 끝까지 들렸다.배롱나무 가지엔 꽃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백일동안 붉게 핀… 더보기

불우한 악기

댓글 0 | 조회 1,284 | 2022.10.25
시인 허 수경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초라한 남녀는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여자가 남자 팔에 기대 노래하는데비에 젖은 세간의 노래여모든 악기는 자신의 불우를 다해노래하는… 더보기

어깨너머라는 말은

댓글 0 | 조회 1,278 | 2020.10.13
시인 박지웅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 더보기

현재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댓글 0 | 조회 1,275 | 2017.11.08
이 문재 시인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반짝여 … 더보기

걸어가는 사람 Someone Walking

댓글 0 | 조회 1,272 | 2018.10.26
김승희역사의엎질러진물을들고오늘설산을걸어가는사람남알프스를넘어국경선을향해걸어가는사람얼마나많은난민들이저설산에묻혔을까눈길이얼마나많은사람을덮쳤을까저하얀아름다운눈속에는무엇이… 더보기

여름의 추억

댓글 0 | 조회 1,271 | 2017.02.21
글쓴이:마 종기그 여름철 혼자 미주의 서북쪽을 여행하면서다코다 주에 들어선 것을 알자마자 길을 잃었다.길은 있었지만 사람이나 집이 보이지 않았다.대낮의 하늘 아래… 더보기

40년 만의 사랑 고백

댓글 0 | 조회 1,266 | 2018.07.27
성 백군한 시간 반이면 되는 산책길 다이아몬드 헤드를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 걸렸다 길가 오푼마켓에서 곁눈질하고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일일이 간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