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0 개 1,573 오소영

cc78643d8e42af9172354a3e5b239ff2_1508881677_2989.jpg
몇 년 전이었다. 

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 

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음식들을 찾아먹고 싶었다.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눈으로 보면 땡기리라 믿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가는 길. 동네 입구에 들어서니 울긋불긋 과일가게 진열대가 화사했다. 

 

그 한켠에 보라색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포도 였다. 

 

아... 지금이 포도의 계절이구나!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있던 식욕이 무섭게 꿈틀대는걸 의식했다. 

 

실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이변이었다. 과일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도. 그 상큼한 포도알을 얼른 입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온갖 먹거리로 요란스러운 간판들을 지나쳐 왔지만 반응이 없었는데...

 

문득 내 몸에 맞는 보약을 벌써 반쯤은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가웠다. 

 

이심전심이랄까. 집에 도착하니 큰  딤채안에 포도가 그득했다. 오래 헤어져 살았어도 엄마가 포도 좋아하는 걸 잊지않고 기억해 준 딸이 고마웠다. 

 

“그런걸 잊고 살면 엄마 딸이 아니죠....” 

 

부모 자식이란 끈끈한 연결이 이런 것이구나. 가슴이 뭉클했다. 

 

매일아침 눈만 뜨면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탱글탱글한 포도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순간 상큼한 기분으로 머리가 맑아졌다. 축 쳐져가던 어깨에 힘이 생기는 것도 같아서 늘 아침이 상쾌했다. 

 

거침없이 한송이 뚝딱 먹어치우면 정신이 번쩍들었다. 내가 긴 세월 살아온 땅에서 열매맺은 입에 딱 맞는 포도. 내 몸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거였어. ‘신토불이’

 

알맞게 신맛에 단맛이 조화로운 상콤함이라고 해야하나. 간을 잘 맞춘 음식처럼 감칠맛이 여간 아니다. 

 

농사도 어찌 그리 알차게 잘 지었는지... 빈틈없이 촘촘하게 박힌 알이 하나도 허튼게 없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든가.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유혹하는 당당함이 너무나 당연했다. 

 

여기도 포도는 사시사철로 지천이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수확한 수입산이 어느 마트에나 쌓여있다. 

 

가끔씩 먹고싶어 사 먹어보면 늘 실망이다. 마치 간이 없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닝닝하다. 당도도 물론 떨어지지만 뭔가가 1% 모자란듯 확실하지가 않다. 시면 시든가 달면 달던가 어정쩡하니 감칠 맛이 없다. 

 

한참 전의 일이었다. 

 

핸더슨쪽 어느 농장으로 우리품종 포도를 사러 간 적이 있었다. 여기에 그게 있다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여럿이서 달려갔다. 

 

일손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본인들이 직접 들어가서 따 오라며 가위 하나씩을 내줬다. 대단히 큰 농장임에도 그 포도는 딱 두 고랑 뿐이었다. 

 

왜 그건 조금만 심는지? 무슨 이유가 분명 있겠지만 다른 포도보다 짙은 보라색으로 탐스러움을 뽑내고 있었다. 

 

마치 저들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반기는듯 몸 자랑이라도 하는걸까? 

 

공짜도 아니건만 모두들 욕심을 부려 큰 그릇을 채웠다. 값이 만만치 않았다. 먹을 만큼씩만 사고 남는 것은 일손 도와준 걸로 만족해야 했다. 

 

얼마 지나서 다시 갔을땐 벌써 끝이 나고 없었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우리 코리안 말고도 또 있었나보다. 

 

고국에서 포도수입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었다. 지금 우리 포도와는 맛의 차이가 많이 달랐다고 생각된다.

 

여기는 지금 봄이 무르익는 계절이다. 벗꽃보다 한걸음 뒤늦은 복사꽃이 아름답다. 요즘 한국 마트에 가보면 ‘포도의 계절’ 고국의 가을 냄새가 풍성하다. 

 

한 손으로 들기조차 무거운 황금같이 노오란 배. 오고가는 과일상자에 추석명절이 담겨있다. 

 

둘러앉아 송편빚을 형편은 못 되어도 한가위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풍경이다. 엊그제 가까운 중국마트에서 그 포도를 발견했다. 일부러 멀리 안 가고도 사 먹을 수 있도록 나를 위함인 것 같아 너무 반가웠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까? 값도 의외로 한국마트보다 쌌다. 있다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값까지 싸니 횡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애기다루듯 곱게 다뤄야 하는 걸 마구 만져놓은게 틀림없다. 튼실한 송이가 많이 흩어져 있어 신선함이 덜했다. 

 

선물용도 아니고 나 혼자 먹을 것이니 별 문제는 없었다. 그 맛이야 다를바가 없다. 

 

근래 한국의 과일들 맛과 질이 대단히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적인 기술의 성과일 것이다. 딸기나 참외같은 것들도 그 맛이 전 에 먹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가끔씩 고국행에 밥보다 과일에 더 매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입이 즐거워 행복한 순간들. 모든 과일들이 수입이 돼서 여기서 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마를 때나 입안이 쓸 때. 조금씩 나눠 먹으니 너무좋다. 여기 계절이 바뀌어도 고국의 가을만은 길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 포도가 내 좋은 입맛 친구로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기에... 

 

옛날에는 포도가 끝물일 때, 몇 짝씩 들여왔다. 다른 사람들은 포도주를 담갔지만 난 원액을 만들어 병에 저장했다. 술보다 순수하고 강한 포도향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하얀눈이 싸락싸락 내리는 날. 마알간 유리잔에 포도쥬스를 따랐다. 빛깔이 너무 고와 단번에 마셔버리기가 아까웠다. 

 

창 너머로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며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잔을 비웠다. 얼었던 몸이 따뜻해져 오는 훗훗함을 느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잔잔한 행복감이었으리.                    

 

일찌감치 혼자 살아온 내 정서가 바로 그런거였나보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야릇한 향취속에서 낙엽따라 가버린 계절처럼 멀리 떠나간 사람들을 곧잘 생각해 내곤했었다. 

 

아득한 옛날 일이 돼버린 그 어떤 그림이 떠오르기도 했다. 

 

누구하나 기댈사람 없는 삼팔 따라지 초라한 문학도. 그와 연애하던 시절이었다. 모처럼 소사 포도밭에 놀러 갔을 때다. 포도넝쿨 얼크러진 속에 그를 들여 보냈다. 의아해 하는 그에게 가방 안에 넣어간 새 바지를 갈아입으라고 주었다. 

 

“그 때 당신 참 따뜻했어...” 

고맙다고는 끝내 말을 안했다. 남자의 마지막 지키고 싶은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가끔씩 그 때 일을 회상하며 옛날 앨범을 펼쳤다. 서로가 힘들 때 좋은 위안이 되었다.

 

지금의 내 삶은 낭만도 멋도 없다. 빈 껍데기 영혼조차 잃고 오직 본능으로만 사는 것 같아 안쓰럽다. 

 

봄이 무르익는 계절이다. 

앞집 화분에 달랑 한포기 심기운 딸기가 매일 조금씩 빨개지고 있다. 재미있다. 이제부터 그라스에 빠알간 딸기쥬스를 따라볼까나 잃었던 낭만을 되찾기 위해서...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41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3 | 3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5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4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1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9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4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6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