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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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봄날은 오는가?

0 개 3,078 NZ코리아포스트
어느 날 밤, 내가 멀건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범, 술 떨어졌지? 계란이라도 한판 갖다가 술이랑 바꿔먹지 그래,”

이런 말씀을 한두 번 듣는 것도 아니고 세상 물정을 모르시니 듣고 있는 나는 속이 터진다.

“집에만 있지 말고 계란 한판 가지고가서 골프도 치고 그래~ 나 혼자 집에 있어도 괜찮아~” 어머니가 심심할까봐 내가 매일 집에서 죽치고 있는 줄 착각하시며 살아가신다. 어휴 답답해...

하긴 내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에 어머니는 물물 교환을 많이 하시며 살아오셨다. 내가 머리를 깎으러 갈 때도 어머니는 보리쌀 한줌을 보자기에 쌓아주셨다. 보리쌀이 이발료인 셈이었다.

정말 머리를 깎을 때가 됐는데... 윤영이 엄마가 한국만 안 갔어도 계란 한판 갖다 주고 머리를 깎는 건데,

아내가 머리를 깎아주는데 자연스러워지려면 한 1달은 기다려야한다. 그러면 또 깎아야 되고... 결국 쥐가 파먹은 머리로 살아간다. 우리 집에는 쥐가 너무 많으니 말이 되네, 집주위에는 작은 쥐들, 닭장 옆에는 큰 쥐들...

아내가 비닐 팩에 들어있는 와인을 사와서 1주일동안 먹으라고 한다.

“아니, 밥을 한 그릇씩 먹는 사람을 반 그릇씩만 먹으라니 배고파서 어떻게 살아~”

술이 밥이냐고 아내가 따지고 든다. 비닐 한 팩을 아껴먹으면 4일 먹고, 하루는 굶고 하루는 얻어먹고 하루가 남는데 어떻게 때우나...

옆집 말 목장에서 우리 땅과 경계된 울타리를 고친다고 했다. 울타리가 너무 낡아 새로 만들면 좋지만 혹시 우리에게 반을 부담하라고 고지서를 보내면 어쩌나... 워낙 고지서를 잘 보내는 나라라 걱정이 앞섰다. 어찌됐든, 울타리를 고쳐준 것은 고마운 일이야, 말 초상화라도 그려줘야겠어, 그럼 고지서는 안 보내겠지, 엄마 말과 아기 말을 그려서 목장주인 테리에게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며 액자를 맞춘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테리가 우리 집에 찾아와 그림이 너무 고맙다며 와인을 주고 갔는데 2병이 아니라 2박스였다. 으이...?

그날 밤, 몸매가 잘 빠진 와인 잔도 꺼내고 식탁위에는 촛불도 켰다. 달팽이 안주가 있으면 제격인데... 달팽이 대신 골뱅이? 아내에게 감춰놓은 골뱅이깡통 있냐고 물었더니 번데기밖에 없다고 했다.

비닐 팩에 들어있는 와인을 아무 컵에나 부어먹던 때와는 격이 한참 달랐다. 와인 맛이 기가 막혔다. 아내도 너무 맛있다며 아들이 안 보이는 곳에 감춰놔야 한다고 말했다.

“테리네 목장에 말이 30마리가 넘는다고 했지? 걔들 초상화 다 그려주면 한 1년 동안은 맛있는 와인 먹고 살 수 있겠어, 그치?” 내말에 아내가 신이 났다.

“여보, 요즘 새끼도 많이 낳아서 40마리도 훨씬 넘는 것 같던데...”

“그래? 그럼... 거의 2년은 먹을 수 있겠네~”

아주 오래전, 아파트가 별로 없던 시절 우리 고향분이 건축업을 하여 떼돈을 벌었다. 부자가 되어 커다란 집도 짓고 비싼 가구도 들여놓고 사는데 남의 집 거실에 비해 썰렁했다. 썰렁한 이유를 찾아내고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점원에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저쪽까지 몽땅 얼마야?”

그리하여 거실의 비싼 가구에 책을 잔뜩 진열해 놓으니 집안 분위기가 팍~ 살아났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커다란 집들이 많으니 나도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간다. 어느 날 키위가 찾아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림 한 30점만 우리 집으로 배달해 줄래?”

그래, 그날을 대비해서 지금부터라도 그림을 잔뜩 그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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