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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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보라

0 개 946 김준

세상엔 각양각색의 많고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외로운 직업을 꼽으라면 아마도 등대지기가 아닐까 합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뭍에 나와 생필품을 사는 것 이외엔 거의 모든 시간을 말한마디 섞을 사람도 없이 바람과 파도 만을 바라보며 혼자서 지내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간혹 큰 규모의 등대는 팀을 이룬 몇 분들이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니 훨씬 낫겠습니다만 아직도 대부분의 등대지기들은 ‘혼자’라는 다소 감상적인 상황의 현실적 절박함 속에서 살아가고 계십니다. 

 

이 분들이 파도를 이겨내며, 외로움을 견뎌내며, 그 험한 벼랑가 끝에 거주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등대가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동일한 모습으로 어둠을 밝힐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망망대해를 오가는 배들의 안전과 효율적 운행을 위해서는 등대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지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과는 달리 등대는 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서 있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배들은 등대를 피해가듯 항해하면서 보이지 않는 바다위의 길을 따라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전진합니다. 가까이 오면 다치니까 멀찌감치 돌아가라는 경고성의 빛을 읽어가며 길을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등대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신호 체계가 있어 몇 분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불빛이 어느 등대에서 오는 빛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30초간 밝았다가 이후 30초간 5초 간격으로 깜빡이고 30초를 쉰 후에 다시 처음 패턴으로 돌아가는 등대는 Cape Ringa 등대다.. 라는 식이지요. 등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선원들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이야 GPS 를 이용해 배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나 진행 방향 등을 알아낸다지만 그 이전엔 사방 탁 트인 바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라곤 배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 하는 정도였을 뿐이니까요. 

 

결국 배의 위치를 정확이 찾아내는 방법은 항상 고정된 자리에서 고정된 패턴의 신호를 보내는 여러 등대들을 잘 인식하고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등대의 위치를 기반으로하여 배가 나아가는 방향의 올바름을 판단하는것 뿐이었습니다.

 

배는 등대의 신호를 읽습니다. 그리고 분석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새까만 암흑속에서 명멸하는 반딧불이 같이 희미한 불빛이지만 그 빛에 실린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의지하기에 배는 자신의 위치를 찾고 오류를 밝혀내고 목적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세파를 떠도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현주소를 알게 해 줄 등대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어느 인생선배의 한마디가 등대의 빛처럼 빛날 수도 있고 때론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사의 한 범주에 속하는 공부와 시험이라는 행위에도 분명 등대의 불빛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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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써 시간이 9월 말이 되었습니다. 지난 컬럼을 쓴 것이 2주 전이니 연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자신들에게 허용된 시간의 20% 가량이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2주의 시간 동안 초심을 기억하며 쓸데없는 일에 신경쓰지 않고 전진해 왔기를 바라며 이번엔 시험준비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뉴질랜드의 현행 교육과정인 NCEA와 IB, 캠브리지 과정의 Final exam을 준비하면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자료는 누가 뭐라 해도 기출문제지입니다. 기출문제들은 학교에서 배부하는 연습문제와는 달리 권위 있는 시험 기관에서 엄격한 절차와 감수를 거쳐 만든 문제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내용과 깊이면에서 여타 출판사들이 만든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수준이 높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올해 치를 시험의 경향을 암시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연말 시험준비 방법에 대한 질문을 할 때면 여지없이 ‘무조건 기출문제 풀이부터 시작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할 때면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지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내용이 많으니 공부를 더 하고 ‘좀 지나서’문제풀이를 시작하겠다는 현실회피성 대답을 합니다. 아마도 다짜고짜 한 해의 전 과정을 한꺼번에 물어보는 문제를 접하는게 두려울수도 있고 시험삼아 풀어보았다가 그 결과에 질색하게 될 것이 뻔하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면을 빌어 학부모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의 공부부터 해야 한다며 정리노트를 만들거나, Syllabus 를 외우고 있거나, 책만 붙들고 읽고 있다면 우선 문제부터 풀으라고 다그쳐 주십시요. 

 

모르는 부분을 찾아 공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아직 문제를 풀어볼 준비가 안 되었다며 책만 붙들고 있는 아이들은 시험 당일, 학교 가는 차에 앉아서도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학생들이 연말 시험준비를 문제풀이로 시작해야만 하는 이유는 밤 바다를 유랑하는 배의 선원들이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그들은 먼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나의 위치가 목적한 그곳에서 동쪽에 위치했는지, 서쪽에 위치 했는지, 오히려 지나친 것은 아닌지, 동서로는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남북으로 아직도 어긋나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모든 ‘현실적 주제파악’에 활용될 자료는 오직 기출문제 뿐입니다. 

 

아이들은 흔히 자기변호에 능합니다. 스스로가 남을 훈계하기 보다는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는 쪽의 약자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엄마의‘등짝 스메쉬’를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기도 하고 아양을 떨기도 하고 때론 없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상황을 직접 믿어버리게 되기도 하지요. 

 

예를 들면 ‘학교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주지 않아서 공부를 못하는거야..’등등 의 책임전가 말입니다. 이러한 자기 암시적 환영에서 깨 어나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아가야 할 거리와 방향을 재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기출문제 풀이 입니다. 

 

평소에 자신있다며 의기양양했던 파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공부의 깊이가 낮은 것이니 지식의 수준을 올려야 합니다. 

 

이런 경우엔 대학교 저학년 문제나 타 과정의 문제들을 풀어보며 지식의 날을 세워야 하겠지요. 

 

반대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생각보다 썩 괜찮은 점수를 받는 경우엔 우선 자신의 채점이 너무 후한 것이 아니었는지 확인해 보고 채점에 문제가 없다면 몇 세트의 문제를 더 풀면서 시험문제에 대한 감각을 키워내고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합니다. 

 

틀린 문제가 많았지만 채점을 하다 보니 실수가 대부분이었다며 속상해 하는 학생들은 문제 분석력이 모자라는 경우이니 이런 학생들이야 말로 풀어내는 문제의 양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객관식보다 주관식 시험의 점수가 현저히 낮은 경우는 전체적인 학습과정에서 게으름을 부렸다는 증거이니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몇 개의 챕터를 선정해 철저히 공부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앞으로 연말 시험까지 길게는 6주, 짧게는 3주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짧게 본다면 한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잘 활용한다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단 그 첫 번째 과정이 기출문제 풀이를 통한 자기 확인이라는 것만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목적지 언저리의 어느 한 곳에서 방향을 몰라 길을 잃거나 애먼길 돌아가며 시간낭비 하지 않도록, 여리게 명멸하는 등대의 불빛에 신경을 집중하는 지혜가 우리 아이들에게 있기를 기원합니다. - 이전 컬럼 중 기출문제 풀이 1, 2편을 참고하셔도 자녀 지도에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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