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0 개 1,564 오소영

5f74a3eebd714afe8034bff5343b45b5_1506410329_4227.jpg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 

 

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 

 

“거긴 요즘 날씨 어때요? 춥지않아....” 

유난히 손이 시린 친구. 자녀집에 쉬러 왔다가 추위를 못견뎌 서둘러 여름나라로 다시 돌아간 사람이다. 

 

오늘같은 날에...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있었다. 

 

그는 손만시려 추운게 아니었다. 공허한 마음이 더 추워 석달 예정 나드리에 두달도 못 버티고 떠나버린 것이다. 

 

어디에 가 있든.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은 여전한가보다.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남편을 저 세상 보내고 그리 의연한척 했지만 그건 진심을 숨긴 과장이었다. 딸들을 따라서,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게 두려웠다. 텅 빈 집안이 모랫 벌처럼 허허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식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가끔씩 호소하기도 했다. 그 친구 마음의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그분 내외가 여기에 올 때마다 내 입은 호강을 했다. 짧은 여정이지만 빈 텃밭이 싱그러운 채소들로 너울거렸다. 

 

낚시때문에 여기에 오신다던가. 싱싱한 회를 먹을 기회도 참 많았다. 잡아온 물고기를 식탁에 올리기까지 손수 해내는 솜씨가 또한 일품이었다.

 

재미로 해서 누구를 즐겁게 먹도록 하는게 남편분의 특기였다. 가까이 이웃해 산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된 우정이었다. 

 

이젠 단골 손님이 되어 주저없이 식탁앞에 함께 앉곤 했다. 진정 사람냄새 물씬 풍기며 사는 따뜻한 인심을 한가득 가슴에 안고 돌아오곤 했다. 

 

어찌 그리도 간을 잘 마추는지? 바로잡아 담근 간장게장은 줄어드는게 아까웠다. 입 맛 없을 때 별미로 밥을 먹여주기도 했다. 

 

가끔씩 저녁시간이 심심할 때면 아드님을 내게 보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 환한 불빛속에 그 분들 방으로 초대를 받는다. 둥그런 밥상에 그득한 음식들이 내 구미를 자극한다. 

 

“어서 앉으셔, 오늘 안주는‘와이카토’강에서 잡아온 장어 요립니다. 맛이 괜찮던걸요.” 

장어 특유의 냄새를 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의 요리는 정말 특별했다. 냄새는 커녕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새로히 개발한 비법을 써 봤는데 제대로 되었다고 흐뭇해 했다.(역시나.....) 

 

“안주 좋은데 술을 못 한다니 말이 됩니까? 딱 석잔만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친구가 되실텐데 어쩌나...” 

 

은근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따뜻한 배려였음이기도 했다.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주자는 그 분들의 마음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 술석잔 못마실까? 까짓거 만취가 된 들 어떠리... 옥죄고 살았던 긴장이 서서히 풀어졌다. 술잔을 부딪히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술 석잔을 거뜬히 마셔버렸다. 

 

우리는 긴 세월 살아온 이야기 허물없이 나누며 더 좋은 친구. 이웃으로 정이 도타와만 갔다. 

 

모처럼 나가는 고국 나드리땐 반드시 그 댁엘 들려야만 했다. 잠깐 만났다 헤어짐은 너무 아쉬어 며칠씩은 묵고 와야만 했다. 질펀한 수다에 늦잠이 들어 게으른 아침을 맞으면 식탁엔 정갈한 반찬과 새로지은 밥솥에서 밥냄새가 구수하게 반겨주었다. 

 

자상하고 너그러운 남편분의 특별한 배려였다. 세상엔 이런 남편도 있구나,라고 살짝 부러운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자녀들 다 잘 키워 출가시키고 부부 오롯이 남아 다정하게 깨소금 냄새 풍기며 진솔한 삶 살아가는 부부였다. 

 

도토리가 지천으로 딩구는 계절에 그 분들이 또 왔다. 바람을 타고온 낙엽속에서 꿈처럼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다. 바쁜 일상으로 바뀐 아들이 픽업을 못해서일까? 낚시를 가지 않았다. 왠지 전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했다. 

 

어느날 데크에 널어 말리는 도토리 가루를 보며 놀랬다. 저녁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아다니며 도토리를 주워왔다고 했다.(그러면 그렇지) 

 

“몸만 움직이면 돈 주고 사 먹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여기에요”그렇게 말하는 부지런한 분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어느 밤. 도토리 가루를 한봉지 들고 친구가 내게 왔다. 내일 갑자기 떠나게 되어 인사차 왔다는 것이다. 

 

의아해 하는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애들 할아버지가 폐암이래.. 조금 안 좋은가봐”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그게 그 분과는 끝이었다. 내게 마지막 선물이 된 묵가루를 냉동실에 참 오랫동안 보관했다.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묵을 쑬 때마다 그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 만리 여행을 떠나도 따라다니는 남편의 영상. 지워지지가 않아 힘드는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도 먼저 떠나는 행위는 배신이라고 들었다. 그 위안의 말을 친구가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 때 이후 나는 지금까지 술을 입에 대 본적이 없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42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4 | 3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5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4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1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9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4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6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1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