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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려∼

0 개 3,110 코리아포스트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는 아내가 써 놓고 간 편지가 자주 놓여 있다.

[나 새벽미사가요. 이따가 양주 한 병 사 올게요. 여보, 사랑해요~] 뭐 이런 내용이 아니라 [망 꺼내서 생선 널어, 망이 찢어졌으니까 꿰매고. 까먹지 말고.] 주로 이런 심부름 내용이다. 아내가 워낙 악필이다 보니 몇 번 읽어보고 말을 맞춰야 한다. 글씨도 못쓰면서 뭔 놈의 편지는 그리 자주 써 놓고 가는지... [까먹지 말고]가 뭐야, [잊지 마세요~~ 물망초 드림,] 이런 좋은 문구도 있건만,

주방에서 커다란 솥이 거품을 품어 내고 있었다. 솥뚜껑을 열어 보니 고기 뼈가 열나게 끓고 있었다, 국을 안쳐 놓고 도대체 어딜 간 거야? 가스 불을 꺼야 되나 말아야 되나, 밖에는 바람이 불고 널어 놓은 빨래가 춤을 추거나 더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떨어진 빨래야 주우면 되지만 끓고 있는 국은 언제 불을 꺼야 되는 거야? 아내가 시간 다 측정하고 있겠지 생각했다.

고기 국 냄새다 온 집안을 휘 젖고 있었다. 솥뚜껑을 열어 보니 국물이 많이 졸아 있어서 그냥 불을 꺼 버렸다.

텃밭에서 야채를 한 아름 안고 온 아내가 주방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당신이 가스 불 껐어? 벌써 끄면 어떻게, 고기국물이 팍~ 울어 나야 되는데~” 이 말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아내가 솥뚜껑을 열어 보더니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이런~ 국물이 다 졸아 버렸네. 진작 끄지 않고 뭐 했어~ 그리고 빨래가 바람에 날아가 흙이 다 묻었는데 걷지 않고 뭐 했어~” 아이고 머리야~ 아내는 금방 자기가 한 말을 업어치기 하더니 빨래로 목조르기를 한다. 내 혈압이 팍~ 올라간다.

뭔 측정을 하고 살아... 몇 분 후에 가스 불을 끄라고 편지를 써놓고 나가던지... 빨래를 걷으라고 편지를 부치던지, 도대체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이렇듯 아내는 한 번에 몇 가지를 겹치기로 처리하는데 문제는 내 머리가 너무 산만해 진다는 것이다. 나는 라면 하나 끓여 먹을 때도 하던 일 다 멈추고 라면이 익어갈 때까지 곁에서 지켜보는데,

TV를 보고 있을 때도 산만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은 언제나 방문을 닫고 있는데 아내는 언제나 주방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댄다.

“아들~ 찬밥이 많아 김치볶음밥 할 건데 먹을래?”

“뭐라고? 안 들려~”

“김치 볶음밥 먹을 거냐고?”

“안 들려~”

거실에서 양쪽 말을 다 듣고 있는 내 속은 터질 지경까지 이르러 아들 방 앞으로 걸어가서 말한다.

“야~ 너 김치볶음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나는 또 주방으로 걸어와서 아내에게 말한다.

“먹는대~ 먹어~”

가수 송창식씨는 [마음 없이 부르는 소리는 안 들려~]라고 노래했다. 아, 나도 노래하고 싶다. [생각 없이 부르는 소리는 정말 안 들려~]라고...

온종일 닭 얘기만 하시는 어머니가 말을 그리고 있는 내방에 들어오셔서 말을 거신다.

“용을 그리는구나.” 그림을 자세히 보시더니 또 말씀 하신다.

“용 인줄 알았더니 악어를 그렸구나.”

내가 말이라고 말하자 말까지 지어내신다.

“아, 주인이 배타고 가니까 말들이 배웅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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