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잡으러 가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고사리 잡으러 가자∼

0 개 3,425 코리아포스트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연신 동태를 살피셨다.

“아범아~ 혹시 애들 닭장에 간 거 아니냐?”

내가 닭장에 내려 가보니 닭장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토끼장을 갖다 놓고 병아리를 잡아 넣으려고 했는지 병아리 집에는 몽둥이며 돌이 잔뜩 들어 있었고 병아리 한마리가 없어져 버렸다. 달걀도 많이 없어진 것 같았다. 닭장을 대강 정리하고 미정이와 미나에게 병아리를 어찌했냐고 물어 보았더니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미정이네가 돌아간 후 손자를 닭장에 데리고 가서 달걀을 몇 개나 깨트렸냐고 물어 보았으나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고 하였다. 병아리는 어찌했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입을 안 열다가 조건을 달았다. “하지~ 미정이가 병아리 아프게 했어, 오케이?” “오케이...”

손자랑 같이 창고에 가보니 다 죽어가는 병아리가 바구니 안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 미정이가 그랬어, 오케이?” “이놈아~ 뭐가 오케이야~ 병아리 죽여 놓고,”

“하지~ 병아리 살아 있어, 오케이?”

병아리를 엄마 품속에 넣어 줬지만 다음날 죽었다. 앞으로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다는 나의 말에 손자는 달걀을 깨트리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나저나 달걀을 몇 개나 깨트렸는지 알아야 어머니에게 무슨 말이라도 돌려 댈 텐데...

아침에 어머니가 전동차를 타고 서둘러 닭장으로 가시고 있었다.

“어머니... 어제 미정이 아빠가 병아리 깬다고 우리 달걀을 가져갔는데... ”

“미정이네도 닭이 많은데 뭔 소리여~”

“아, 우리 닭이 종자가 좋대요. 근데, 몇 개 가져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들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어머니는 전동차를 타고 부랴부랴 닭장으로 가셨다가 성급히 돌아 오셨다. 그리고 화가 잔뜩 나서 나를 불러 세웠다.

“나 이제 닭장에서 손 뗀다! 세상에~ 달걀이 17개나 없어졌어. 지난번에 증손자 친구가 왔을 때도 7개나 깨트렸는데~ 그러게 내가 자물통 채워 달라고 안하든~”

모두 내 잘못이다. 언젠가 손자가 보는 앞에서 닭똥이 잔뜩 묻은 달걀을 깨트려 닭을 준 적이 있는데 손자가 그것을 재미로 느낀 모양이다. 어머니는 닭장바닥에 달걀껍질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내가 이 곳에 친구가 있냐? 경로당이 있냐? 오직 닭이 친구고 달걀 세는 재미로 살아가는데, 세상에~ 17개나 깨버리다니... 다 큰 병아리도 죽이고... 아이고~ 나 절대 닭장에 안 간다. 고사리나 따러 다닐 테니 고사리 있는 곳이나 당장 가르쳐 줘라~ ”

어머니는 달걀 넣는 곳에 자물통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 놓자 진정이 되셨다.

아내에게 고사리 있는 곳을 찾아보라 했더니 길가 구석진 곳이면 고사리 나무가 있다고 고사리를 많이 꺾어 왔다. 손자도 고사리 꺾으러 가는 걸 좋아하여 같이 가기도 한다.

“하지~ 고사리 잡으러 가자~” 손자의 말에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이놈아, 고사리는 잡는 게 아니라 꺾는 거야~”

“아니야~ 이렇게 손으로 잡는 거야~” 둘 다 맞는 거 같다, 손으로 잡아서 꺾으니 뭐...

아이고... 문화도 다른 곳에 4대가 한집에서 같이 살아가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39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젊은 시절의 아내가 그립다

댓글 0 | 조회 3,695 | 2010.04.27
"형님, 멋진 셔츠하고 바지랑 같이 보냈습니다. 골프할 때 입으세요. 형수님 셔츠도 샀습니다.” 한국에서 후배가 담배를 부치면서 옷도 사서 부쳤다고 전화가 왔다.…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692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 더보기

마누라 단속하기......

댓글 0 | 조회 3,663 | 2010.05.11
닭들에게 먹이를 주면 수탉이 먹이하나 입에 물고 꼬꼬꼬 하면서 암탉들을 꼬시는 폼이 참 꼴 볼견이다. 내가 먹이를 주는데 네놈이 왜 생색을 내, 언젠가 닭 모이를…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49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3,645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집에 송편을 만들러 갔다. 강 사장 집은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만드는데 형제들이 다 모여 음식 준비를… 더보기

무정한 엄마

댓글 0 | 조회 3,645 | 2009.11.24
소들을 다른 풀밭으로 옮겨 주기 위해 풀밭에 갔는데 송아지가 땅에 코를 박고 이상한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너무 이상해서 가보니 굴이 있었고 소가 밟아서 안쪽… 더보기

살이 찐 아내.....

댓글 0 | 조회 3,635 | 2008.12.23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언덕 위의 작은집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꽃밭과 연못도 보기 좋더군요. 여러 종류의 장미꽃이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80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476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드가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뉴질랜드가 정말 속 터지는 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글 한번 쓰려면…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444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에선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린다. 난방시설도 안 좋고 온돌이 아니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비염에다 먼지 알레르기까…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31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현재 고사리 잡으러 가자∼

댓글 0 | 조회 3,426 | 2009.12.08
미정이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온 날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 연신 동태를 살피셨다. “아범아~ 혹시 애들 닭장에 간 거 아니냐?” 내가 닭장에 내… 더보기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3,382 | 2009.12.22
일곱 살인 손자 샘이 일찌감치 가족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엄마 선물은 강아지 인형이고 할머니 선물은 주방용품이다. 엄마는 인형가지고 놀고 할미는 주방일이…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354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있었습니다. 거지인 아버지가 아파서 죽기 직전에 두 아들들에게 유산을 물려줍니다. 큰 아들에게는 헌 구두 한 켤레를 물려주자 …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53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46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배리와 앤디

댓글 1 | 조회 3,342 | 2010.03.23
저녁에 돌담길을 걷다보면 윙윙거리며 트렉터를 타고 일하는 로저와 만나게 된다. “하이~ 로저,” 내가 인사를 하면 로저는 일을 하다 말고 달려와 말을 건다. 아,…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336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친구들, 사회친구들, 사람들은 고향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 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오는 바… 더보기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311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 더보기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308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팅이 되도록 까만 밤을 새우고 또 새웠어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닭발에 쥐가 나도, 며칠씩 굶으면서도 내 새끼들이 나올 날만을… 더보기

취권

댓글 0 | 조회 3,297 | 2010.02.09
몇년 전부터 공작새 한 쌍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목동개가 공작새에게 달려들어 암컷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수컷공작이 어릴 때에는 닭들과 친구처럼 지내더니 어른이…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296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2개 국어 이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2개…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76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먹든가 조심을 하여 몇 년 동안 무사히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딱 걸려들고 말았다. 거의 초죽음이 됐으니 감기가 이… 더보기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250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옆에 같이 자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막 지껄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집에서 자고 있는가? 얼른 방 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