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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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봄날

1 3,307 코리아포스트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팅이 되도록 까만 밤을 새우고 또 새웠어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닭발에 쥐가 나도, 며칠씩 굶으면서도 내 새끼들이 나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알을 품었어요. 그런데 왜 우리새끼들하고 갈라 놓는 거예요. 아직 크지도 않은 병아리만한 새끼들을... 엄마를 부르면서 울고 있는 우리 새끼들 좀 보세요.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엄마~ 거기서 뭐해, 빨리 집에 들어와~ 너무 추워서 엄마 품속에 들어가고 싶어..."

병아리들과 엄마 닭을 갈라 놓았더니 엄마 닭의 항변이 만만치 않다. 병아리들은 온종일 삐악 삐악 울어 대고 엄마 닭은 꼬꼬꼬 병아리를 부르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봄이 되어 암탉들이 이곳저곳에서 병아리들을 까놓으니 닭장이 부족하여 한집에 두 가족을 몰아 넣었다. 그런데 엄마 닭들이 핏발을 세우며 온종일 싸워대니 병아리들이 겁에 질리고 닭발에 밟히고 완전 난장판이었다. 그래서 암탉 한 마리를 꺼냈더니 이번에는 자기새끼가 아닌 병아리들을 쪼아 대었다. 다른 암탉을 바꿔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암탉들은 모두 팥지 엄마인 셈이다.

한심스런 암탉들... 사람들은 한 지붕 밑에서 여러 가족들이 잘만 살아가는데, 오죽 잘 살아가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연속극도 있었을까,

엄마 닭들이 온종일 싸워대자 보다 못한 수탉이 참견을 한다.

"제발, 한 집에 넣어놔도 싸우지들 말아라. 암탉들아~ 이 새끼도 내 새끼 저 새끼도 내 새끼, 깐 새끼들이 다 내 새끼들 아니냐. 처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날 없다더니... 어휴~"

암탉들이 알을 품을 때에는 두 눈이 충혈 되어 거의 식음을 전폐하는데 어쩌다 먹이를 먹으러 나오면 다른 닭들이 막 쪼아대도 당하기만 한다. 그러나 일단 병아리만 까고 나면 엄마 닭은 싸움꾼으로 변한다. 묶은 닭들이 엄마 닭을 얕잡아 보고 덤볐다가 큰코 다쳐서 줄행랑을 친다. 수탉도 병아리에게 함부로 접근을 못 한다.

닭이 네발 달린 짐승처럼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것은 아니지만 병아리들을 품속에 품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모양이다. 매나 고양이 등, 들짐승 때문에 풀어 놓지도 못하고 독방을 주지도 못하니 갈라 놓는 수 밖에 없다. 처음엔 서로 울어 대며 난리를 피우지만 1주일 정도만 지나면 모두 다 잊어버린다. 나에게 새끼가 있었던가? 나에게 엄마가 있었던가?

그래도 병아리들의 기억력은 나은 편이다. 병아리집 앞을 엄마 닭이 지나갈 때 병아리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저기... 아줌마 어디서 많이 봤는데, 혹시 저 모르겠어요?"

엄마 닭은 멈춰 서서 생각이 깊은 표정으로 눈알을 말똥거리다가 입을 연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와~ 너도 닭털 표 옷 한 벌 입고 태어났구나, 수지맞은 거지, 평생 옷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에이고 벌레나 잡아먹으러 가자~"

암탉은 예전으로 돌아가 수탉도 만나고 유정란도 쑥쑥 낳으면서 새끼 깔 날만을 꿈꾸며 봄날을 보낸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bc
감동적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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