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달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사탕, 달다

0 개 1,406 오소영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위급한 사람도 살려내는 묘약(?)임도.... 사탕 - 내겐 소중해서 더 달다.

 

군것질거리가 없던 집안에 이젠 사탕봉지가 이것 저것 제법 많이 굴러다닌다. 외출할 때 백에 넣고 다니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백을 바꿔들고 나올 때 혹 잊고 나오는 때가 있다.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이상하게도 그런날 꼭 사탕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탕은 그를 위한 일상의 준비이기도 하다. 항상 같이 다니는 그림자같은 친구이기에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챙긴다.

 

나이 먹으니 자식들보다 친구가 더 가깝다. 공감할 수 있는 말벗이 되어 서로가 위로하면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친구를 챙기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돌봄과 같은 이치다.

 

7ff92b7a12ae9992a3798732730bba82_1498513437_6317.jpg
 

 

십 수년 전의 일이다. 네 명의 일행들과 등산을 했다. 목적지 중간쯤. 제각기 편편한 자리를 찾아 앉아 숨을 고르며 쉬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저만치 앉아있는 친구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핏기 싹 가신 얼굴에선 굵은 땀이 비오듯이 뚝뚝 마냥 흘러내리고 있었다. 불편하게 웅크려 앉은 자세에서 고통의 모습이 진하게 묻어났다.

 

“왜 그러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뒤늦게 알아차린 일행들도 당황해 한마디씩 걱정의 말을 던졌다.

 

“어머 왜 그러신데, 어떡해...”나중에 와서 쉬던 팀들이 안쓰러워하며 먼저 출발을 했다. 대답조차도 귀찮은지 한참을 지나서야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사 탕---”그때서야 깨달았다. 갑작스레 혈당이 내려갔던 것이다. 모두가 한숨을 돌렸다.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그 형상은 처음 경험한터라 많이 놀라고 당황했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이마에 식은땀이 베인다. 사탕하나 입에 물더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나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온종일 내 불안은 괜한 기우로 그 날의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 

 

사탕 하나의 위력. 세상에 허투루 볼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일깨웠다. 오랜동안 운동을 같이 하면서 여러차례 그런 상황을 만났다. 이젠 친구의 주치의가 된듯 사탕을 내가 챙긴다.

 

요즈음은 왜 그리 입 안이 쓴지. 나도 가끔씩 사탕을 찾는다. 이제 필수품으로 한 몫을 단단히 하는 사탕. 쇼핑 할 때마다 가방에 하나씩 찔러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류도 다양해서 골라 먹어보는 재미도 그럴듯하기에... 가끔 누군가가 전해주는 것은 홍삼 사탕이 주류다. 

 

홍삼 냄새만 맡아도 힘이 나는지. 흔히 효도 사탕이라고 말들을 한다. 향만으로도 효를 드러내게 만들었을 얄미운 상흔에 웃음이 절로난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계피사탕은 왠일인지 흔하지가 않아 북쪽 멀리까지 가서 구해(?)오기도 한다. 사탕을 입에 물때면 자주 언니가 떠오르곤 했다. 시시한 사탕때문에 딸에게 자존심 구겨졌다는 말이 생각나서다.

 

하늘나라로 떠나신 울언니 이젠 홀가분 하실까?

나이 칠십이 넘었어도 시어머님을 모셨던 언니. 언제부터인가 입이 쓰기 시작했다. 까짓 사탕 한봉지 사서 깨물어 먹으면 되련만 그게 그리 쉽게 안되더라고 참고 살았다. 그런게 바로 시집살이인가. 가끔씩 자식들이 방문할 때 뭔가를 꼭 사서 들고 오지만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다. 그냥 그런거려니 감정없이 살았다.

 

어느 날 큰 딸 집을 방문 했을 때다. 아이들이 늘어놓은 방을 서둘러 치우던 딸애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다.

 

“먹다가 아무데나 흘리니 개미 때문에 귀찮아 죽겠어요”버리려고 들고 나가는 것을 뺏어 펴보니 적잖은 사탕들과 쵸코렛 과자 부스러기였다.

 

“아니 이 에미는 입이 써도 참고 사는데 이런걸 버리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괜스레 화가 치밀어서 나오는대로 쏘아 붙였다. 시집살이 한(恨)을 은연중에 쏟아놓은 것일까? 문득 자식에게 속 마음을 들킨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민망해하는 딸을 달래놓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며칠 후 느닷없이 소포상자가 날아들었다. 열어보니 각가지 사탕이 한 가득이었다. 옆에 곱게 접은 편지 한통이 함께였다.

 

“할머니 죄송해요. 자주 보내드릴테니 경노당에 가지고 가셔서 친구분들과 나눠드세요”손녀의 따뜻한 사랑에 솜사탕처럼 마음이 녹아내린 할머니. 할머니만 노인인줄 알았던 딸애는 엄마도 어느새 칠십 노인이란걸 새삼스레 깨닫고 놀랬다. 이제 저 세상 가셨으니 손녀의 사탕 나르기도 끝이 났을 터. 옛날 이야기 한 자락이다.

 

며칠 전 언니의 49제 기일이었다. 조카로부터 사진 한장이 날아왔다. 젯상에 언니와 형부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는게 아닌가.

 

“어머님 49제가 아버님 기일과 겹쳤어요”생전에 유별나게 잉꼬부부 아니랄까봐 때 찾고 시 찾아서 떠난 언니. 참 특별한 부부였음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은 어디쯤서 함께 계실까? 맛있는 냉면집 찾아 손잡고 다닐 때처럼 그렇게 계실까? 사탕하나 입 안에서 다 녹을 때까지 언니는 내 곁에 함께하신다.

 

인생 노을 끝자락에서 입이 쓴 건 아마도 용해(鎔解)되지 않은 인고(忍苦)의 앙금 때문이 아닐까? 쓴 앙금을 녹여주는. 사탕-달다. 막대사탕 하나 입에물고 일곱살 아이의 꿈을 꾸어본다.

(※ 창간 25주년을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64 | 3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89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45 | 3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62 | 3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75 | 3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13 | 3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33 | 3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29 | 4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1 | 4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19 | 4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5 | 4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16 | 4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3 | 4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8 | 8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4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7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88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1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7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59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4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2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5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1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