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개 2,037 한하람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8

 

 

본 영화는 필립 카우프만 감독에 의해서 각색된 작품으로, 영화의 원작자는 작가 밀란 쿤데라입니다. 이야기는 탄압과 억압 그리고 자유에의 갈망으로 가득찼던,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사비나의 가벼움의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배반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지속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공허함을 보여줍니다. 

 

종국에는 더 이상 그녀를 탄압한다거나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그녀로부터 뭔가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허나 남은 것은 사비나 스스로가 느끼는, 존재에 대한 공허함뿐입니다. 안티 오이디푸스의 끝에는 견딜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장황하고 긴 서사를 통해 하지만 결코 살살하는 법 없이, 인간 조건의 무의미함을 아주 날 것으로 우리에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86257920918c632565e6ee6d745221fd_1495596072_2336.jpg

 

쿤데라는 니체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낡은 도덕을 부수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가치전도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니체는“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이란 없다.”고 이야기하고 우리에게“지금 당신이 직면한 실존적 상황이 영원히 반복 된다고 해도 좋을 만한 일들”만 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쿤데라는 이러한 니체의 사상이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삶의 가벼움을 선사해주었고,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욕망하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식의 목가적인 삶을 열어주었다고 서사를 통해 넌지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원작에서“한번은 없는 것과 같다.(Einmal ist Keinmal)”로 대표되는 영원회귀적 가벼움이 우리를 공허와 무거움으로 짓누를 것이라 이야기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저는 니체의 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저도 쿤데라처럼 이 세상이 참을 수 없이 허무하며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다고 믿습니다. 허나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 자기 기만의 믿음을 통해서 각자의 삶에“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식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 누군가는 사랑을 믿습니다. 초월자를 믿기도 합니다. 혹은 정치에 의해서 국가와 인간조건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반대로 어떤이들은 사랑도, 신도, 정치도 믿지 않습니다. 운명적 사랑이란 없다고 믿으며 가벼운 사랑을 합니다. 신은 없다며 무신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초월자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정치는 국내의 간판 사안들만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국민으로서의 복무에 충실하도록 만들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절대로 인간 조건 자체는 개선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무엇인가 행동을 하려 할 때, 우리는 믿음이라는 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팔을 들어올릴 때 조차 우리는 우리가 팔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핸드폰 충전기에 핸드폰을 접속시킬 때도 우린 그것이 충전될 것이라 믿습니다. 급여일에는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흑갈색의 액체와 함께 얼음이 동동 띄워진 컵에 고소한 향이 나는 것을 확인하면 우리는 그것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마셔도 되는 상황이라 믿게 되면 우리는 서슴없이 마십니다. 독이 들어있을 줄 어떻게 알고! 이러든 저러든 우리는 무언가를 믿고 산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며 무엇이라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입니다.

 

 

얼마전 들었던 이야기인데, 간혹“초파리 자연발생설”이라는 가설을 우스개로 믿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분명 어제 마트에서 사온 과일봉투에는 과일들만 들어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초파리가 있었다는 경험으로부터 추론하여 초파리는 자연적으로 갑자기 창조되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초파리가 항상 발생할 것이라 믿기 때문에 과일 관리에 더 신경을 씁니다.그리고 초파리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한 행동에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초파리의 탄생과정을 담은 과학적 사실들을 믿는 과학신봉자들에게는 조금 다른 일들이 생길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그들은 무조건 약품처리한 과일만을 사먹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약품처리의 해로움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을 믿기에 초파리의 아이러니에 빠져 그저 비타민 보충알약을 먹을지도 모릅니다.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이 무가치하고 무의한 삶에서 기왕 그러한 무의미를 웃어넘기기엔 전자의 믿음이 조금더 건강한 자의 믿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볼 때, 니체의 무한긍정은 쿤데라가 걱정하는 것처럼 도덕적 파국으로 치달아 공허함을 맞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떠한 신념을 긍정함과 동시에 그러한 신념을 여러 이유에서 부정하고 저지하는 측면 또한 긍정하고 그 둘의 관계를 생성적 가능성으로서 다시 한 번 긍정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가벼움의 추구가 우리에게 공허함을 가져다 주지만, 그러한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해 무거움을 추구하는 것 또한 긍정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가벼움으로서의 무거움을 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개인이 당면하는 무거움을 각기 다른 가벼움으로 변화시키는 중화제의 역할로서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말들은 모두 이해되지 못하는 말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 스스로의 말과 그를 통한 믿음은 이해되어지지 못합니다. 우리는 쉽게 이분법적으로 외적 세계와 내면의 감흥을 구분하지만 우리들 스스로는 그리 간단하게 존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것이 가벼움일 수도 있고,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이 가벼움일 수도 있는, 그리고 정치를 믿는 것이, 혹은 믿지 않는 것이, 종교를 믿는 것이, 혹은 믿지 않는 것이 가벼움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던 간에 우리는 결코 그것의 진정한 무게와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 아래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알던 삶이라는 것의 가벼움과 무거움, 그 폭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각자에게 맞는“믿음의 분량대로”스스로 가벼움과 무거움을 조절하며 무의미와 무가치, 허무함 위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다채로운 삶의 가능성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믿음이라는 것의 상대성과 그 끝에 있는 무의미함의 피할 수 없음을 조금 더 능숙하고 유쾌하게 축제처럼 받아드릴 수 있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무한긍정의 토대 아래 여러분이 원하는 어느 쪽이던지 가벼움으로서 선택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자전거 도둑 1948”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88 | 5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10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80 | 5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90 | 5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00 | 5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34 | 5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49 | 5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42 | 6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7 | 6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6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00 | 6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0 | 6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6 | 6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0 | 10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8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9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0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94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7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8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9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8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4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