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죽음 Love and death 1975 우디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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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 Love and death 1975 우디 앨런

0 개 3,911 한하람

“츄레스키 식당보다 더 별로라고?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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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다가옵니다. 두 번의 연휴가 끝이 나고 이젠 제법 쌀쌀해진 날씨입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고향이 시골이라 날이 추워지면 마을 어르신 분들이 한 두 분씩 돌아가시는 것을 수시로 봐왔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어르신들의 장례식에 목사님께서 오셔서 기도를 하시며 평안한 죽음과 내세의 안녕을 기원하시는 모습 또한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저를 교회와 성경이야기에 아주 열성적이게 만들고, 심지어 엄마나 아빠가 기독교적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될 때, 울고 불며 두 분을 심판하고, 그 비도덕적인 행동을 못하게끔 했던 원동력은 아마도“죽음”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에게 가장 크게 여겨졌던 죽음은 고양이 까망이의 죽음이었습니다. 안방 침대에서 몸이 굳어가며 죽어가는 작은 털뭉치 고양이를 바라보며,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면서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동물은 사후세계가 없다고 했어. 영혼이 없어서 육체가 죽으면 그냥 소멸되는 거야. 사라지는 거라구.”

 

다른 사람들의 죽음, 혹은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이들의 죽음보다도 저에겐 까망이의 죽음이 더 슬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죽음 이후에 대한 종교적 해답이 진리로 받아 드려지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저는 사후세계라는 종교적 해답을 우리를 기쁘게 하는 좋은 자기기만 정도로 여기고 가끔은 저에게 희망을 주는 종류의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허나 죽음이라는 것이 빈칸으로 남고 또한 알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가 아닌“죽어감”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하는 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임마누엘 칸트의“죽음 이후나, 영혼, 신과 같은 인간의 인식과 이성의 작용을 가능케 해주는 기능의 범주 이전의 개념들에 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한 칸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젠가 죽을 우리들이 죽음 이전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상들을 어떻게“그 자체”의 진위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여 올바르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게 까지는 아니지만 저에게도 죽어감을 어떻게 조금 더 뽕을 뽑아(?) 겪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오늘 그러한“죽어감”의 삶의 태도에 관해서 다루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 이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과 죽음에 대해서 다룬 영화입니다. 우디 앨런이라는 한 사람이 가진 인생 전반에 걸친 고민, 곧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큰 두 가지의 질문과 그가 나름대로 내린 해답을 영화 전반부에 걸쳐 제시합니다.

 

우디 앨런 스스로도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우디 앨런 본인의 젊은 시절에 많은 영향을 준 스웨덴의 천재감독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대표작인 제 7의 봉인의 문제의식과 몇 가지 영화적 요소들을 가지고 와 우디 앨런 본인만의 방식으로 푼 영화인데요. 오늘은 이 두 가지 영화가 같은 질문을 각자 어떻게 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답은 어떠한지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십자군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는 베리만의 제 7의 봉인에서는 흑사병, 고행의 행렬, 불신, 마녀 사냥 등의 절망적 상황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리만은 그러한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블록이 영화 시작부에 바닷가에서 만나는 의인화된 죽음, 그리고 그를 대면해 체스를 제안하는 장면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회자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랑과 죽음의 주인공인 보리스는 죽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그는 전쟁에 나가기 싫어하는 겁쟁이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 처음으로 대면한 의인화된 죽음에게 죽음 뒤에 가는 곳에 다른 여자애들도 있냐고 묻기도 하는 아주 재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베리만의 주인공과 우디 앨런의 주인공 모두 죽음이라는 관념과 대면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하여 각기 다른 성향으로 반응하는 듯 보여집니다. 

 

하지만 둘은 모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이미지에 따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던집니다. 그것도 집요하게 말이죠. 끊임없이 던지고 던지고 던집니다. 

 

그들이 결코 답을 얻지 못할 것이 뻔한대도 말이지요.

 

블록은 신에게 묻습니다. 세상은 왜 이러는 것입니까. 이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인생에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 입니까, 하고 말이죠. 

 

게다가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나도 참혹합니다. 흑사병과 마녀사냥, 각종 증오와 살인, 죽음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은 이 물음에 신은 없다는 답을 내린 사람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그에게 신은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약간 모자란 분 정도로 여겨집니다. 

 

그는 신에게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내릴 수 있는‘한계로 가득한’결론을 찾아 그것에 만족하기를 선택합니다.

 

니체는 그의 저서 비극의 탄생에서 인간 실존의 비극적 상황이 인간 스스로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파멸이 아닌 더 건강한 쾌락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끝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말하면서, 인간의 의식이 살아있는 동안에, 곧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아감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과 그로 인해 더욱 강해지는 정신을 찬양하고 그로 인한 쾌락을 긍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디 앨런은 그의 영화에서 그러한 니체의 착상에 집중합니다. 모든 비극 상황 속에서, 그리고 환상으로 계시된 위기의 모면이 사실은 그저 환상일 뿐이었던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도 그는 더욱더 자신을 기만하고 정신승리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트로 웃어 넘깁니다.

 

“그들에게 가장 나쁜 것은 곧 죽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나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었다.”라는 니체의 저서의 한 문장처럼, 영화는 죽음이란 것이 우리에게 정말 나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될 것이고 황혼녘은 밀:위트(wheat, wit)로 덮일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잉마르 베리만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그러한 메시지를 즐거운 춤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죽음과 함께 추는 흥겨운 춤으로 말입니다.

 

길고 재미없는 것처럼 풀었지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좋을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한바탕 웃으시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으시다면 우디 앨런의 사랑과 죽음을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는 취업난, 부채의 행렬, 자살, SNS 마녀 사냥 등의 수많은 문제들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로 하여금 신의 도움을 청하게 만들고, 영웅의 등장에 기대게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총체적 의미 없음”그 자체를 웃어넘기게 해줄 것 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영화 대부 시리즈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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