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죽음 Love and death 1975 우디 앨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사랑과 죽음 Love and death 1975 우디 앨런

0 개 3,946 한하람

“츄레스키 식당보다 더 별로라고?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겠지.”

 

1139d3da7ff85fe9d5f3d0ba094a5f05_1493277644_4731.jpg

 

 겨울이 다가옵니다. 두 번의 연휴가 끝이 나고 이젠 제법 쌀쌀해진 날씨입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고향이 시골이라 날이 추워지면 마을 어르신 분들이 한 두 분씩 돌아가시는 것을 수시로 봐왔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어르신들의 장례식에 목사님께서 오셔서 기도를 하시며 평안한 죽음과 내세의 안녕을 기원하시는 모습 또한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저를 교회와 성경이야기에 아주 열성적이게 만들고, 심지어 엄마나 아빠가 기독교적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될 때, 울고 불며 두 분을 심판하고, 그 비도덕적인 행동을 못하게끔 했던 원동력은 아마도“죽음”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에게 가장 크게 여겨졌던 죽음은 고양이 까망이의 죽음이었습니다. 안방 침대에서 몸이 굳어가며 죽어가는 작은 털뭉치 고양이를 바라보며,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면서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동물은 사후세계가 없다고 했어. 영혼이 없어서 육체가 죽으면 그냥 소멸되는 거야. 사라지는 거라구.”

 

다른 사람들의 죽음, 혹은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이들의 죽음보다도 저에겐 까망이의 죽음이 더 슬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죽음 이후에 대한 종교적 해답이 진리로 받아 드려지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저는 사후세계라는 종교적 해답을 우리를 기쁘게 하는 좋은 자기기만 정도로 여기고 가끔은 저에게 희망을 주는 종류의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허나 죽음이라는 것이 빈칸으로 남고 또한 알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가 아닌“죽어감”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하는 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임마누엘 칸트의“죽음 이후나, 영혼, 신과 같은 인간의 인식과 이성의 작용을 가능케 해주는 기능의 범주 이전의 개념들에 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한 칸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젠가 죽을 우리들이 죽음 이전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상들을 어떻게“그 자체”의 진위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여 올바르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르게 까지는 아니지만 저에게도 죽어감을 어떻게 조금 더 뽕을 뽑아(?) 겪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오늘 그러한“죽어감”의 삶의 태도에 관해서 다루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 이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과 죽음에 대해서 다룬 영화입니다. 우디 앨런이라는 한 사람이 가진 인생 전반에 걸친 고민, 곧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큰 두 가지의 질문과 그가 나름대로 내린 해답을 영화 전반부에 걸쳐 제시합니다.

 

우디 앨런 스스로도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우디 앨런 본인의 젊은 시절에 많은 영향을 준 스웨덴의 천재감독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대표작인 제 7의 봉인의 문제의식과 몇 가지 영화적 요소들을 가지고 와 우디 앨런 본인만의 방식으로 푼 영화인데요. 오늘은 이 두 가지 영화가 같은 질문을 각자 어떻게 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답은 어떠한지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십자군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는 베리만의 제 7의 봉인에서는 흑사병, 고행의 행렬, 불신, 마녀 사냥 등의 절망적 상황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리만은 그러한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블록이 영화 시작부에 바닷가에서 만나는 의인화된 죽음, 그리고 그를 대면해 체스를 제안하는 장면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회자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랑과 죽음의 주인공인 보리스는 죽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나폴레옹 시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그는 전쟁에 나가기 싫어하는 겁쟁이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 처음으로 대면한 의인화된 죽음에게 죽음 뒤에 가는 곳에 다른 여자애들도 있냐고 묻기도 하는 아주 재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베리만의 주인공과 우디 앨런의 주인공 모두 죽음이라는 관념과 대면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하여 각기 다른 성향으로 반응하는 듯 보여집니다. 

 

하지만 둘은 모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이미지에 따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던집니다. 그것도 집요하게 말이죠. 끊임없이 던지고 던지고 던집니다. 

 

그들이 결코 답을 얻지 못할 것이 뻔한대도 말이지요.

 

블록은 신에게 묻습니다. 세상은 왜 이러는 것입니까. 이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인생에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 입니까, 하고 말이죠. 

 

게다가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나도 참혹합니다. 흑사병과 마녀사냥, 각종 증오와 살인, 죽음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은 이 물음에 신은 없다는 답을 내린 사람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그에게 신은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약간 모자란 분 정도로 여겨집니다. 

 

그는 신에게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내릴 수 있는‘한계로 가득한’결론을 찾아 그것에 만족하기를 선택합니다.

 

니체는 그의 저서 비극의 탄생에서 인간 실존의 비극적 상황이 인간 스스로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파멸이 아닌 더 건강한 쾌락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끝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말하면서, 인간의 의식이 살아있는 동안에, 곧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아감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과 그로 인해 더욱 강해지는 정신을 찬양하고 그로 인한 쾌락을 긍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디 앨런은 그의 영화에서 그러한 니체의 착상에 집중합니다. 모든 비극 상황 속에서, 그리고 환상으로 계시된 위기의 모면이 사실은 그저 환상일 뿐이었던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도 그는 더욱더 자신을 기만하고 정신승리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트로 웃어 넘깁니다.

 

“그들에게 가장 나쁜 것은 곧 죽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나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었다.”라는 니체의 저서의 한 문장처럼, 영화는 죽음이란 것이 우리에게 정말 나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될 것이고 황혼녘은 밀:위트(wheat, wit)로 덮일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잉마르 베리만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그러한 메시지를 즐거운 춤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죽음과 함께 추는 흥겨운 춤으로 말입니다.

 

길고 재미없는 것처럼 풀었지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좋을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한바탕 웃으시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으시다면 우디 앨런의 사랑과 죽음을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는 취업난, 부채의 행렬, 자살, SNS 마녀 사냥 등의 수많은 문제들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로 하여금 신의 도움을 청하게 만들고, 영웅의 등장에 기대게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총체적 의미 없음”그 자체를 웃어넘기게 해줄 것 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영화 대부 시리즈로 찾아 뵙겠습니다. 

 

 함께 들을 노래 : Internal Rondo Section (ABACADA) from Prokofiev’s Troika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12 | 10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2 | 10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4 | 11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6 | 11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1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88 | 11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9 | 16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6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7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2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45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4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8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