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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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봄 처녀.....

0 개 3,138 코리아포스트
뉴질랜드는 포플러 나무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개나리 피고 버들피리 꺾어 부는 봄이 왔다는군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부는 쓸쓸한 우리 집에 한국에서 봄소식을 듬뿍 안은 봄 처녀가 왔습니다.

몇 달 전 결혼한 외손자 색시가 사 주었다는 꽃 분홍 샤스를 입은 우리 어머니는 그네도 잘 타시고 풀밭에서 나물도 잘 캐시니 영락없는 봄 처녀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잔디밭을 전동차로 드라이브 하다가 그네 있는 곳에서는 그네도 타고, 닭장에서는 달걀도 꺼내오고, 텃밭에서는 깻잎도 따고 고춧잎도 따고...

그런데 봄 처녀가 많이 늙긴 늙으셨더군요. 몇 년 전 뉴질랜드에 와서 몇 달 계실 때엔 아들 밥도 잘 차려주고, 라면도 잘 끓여 주고 커피도 타주곤 했는데 지금은 아들이 다 챙겨 줘야 합니다. 생선을 좋아하시니 낚시 가서 고기도 잡아다 드리고...

그러나 봄 처녀 때문에 반찬은 많이 늘었습니다. 민들레도 무치고 돌미나리도 삶아 무치고, 고춧잎도 무치고, 무우잎을 삶아 시레기 국도 끓이고 뉴질랜드는 봄 처녀 살기가 딱 좋은 곳이로군요. 겨울에도 풀이 자라니 항상 나물을 캘 수 있으니까요, 재작년에 내가 한국 갔을 때 전동차를 사 드렸는데 뉴질랜드 오실 때 가져온다고 말씀 하셨는데 마침 한국에서 이삿짐 부치는 사람이 있어 그 편에 가져왔습니다.

차고에 넣어 두면 복도로 한참 걸어가야 하니까 거실 문만 열면 탈수 있게 데크에 주차시켜 놓지요.

봄 처녀는 기억력도 좋으셔서 우리 집 소가 몇 마리 닭이 몇 마리 금붕어, 거북이까지 기억하십니다. 예년 같으면 암탉들이 깐 병아리를 친구들에게 다 나누어 줬는데 어머니가 계시니 다 길러야지요. 알둥지에서 달걀 꺼내오는 재미가 솔솔 하시니...

며칠 전에 검둥이가 얼룩송아지를 낳았습니다.

"어머니~ 소가 송아지를 낳았어요.~" 어머니는 신이 나서 전동차를 타고 송아지를 보러 갔습니다.

"얘야, 이젠 소가 4마리 됐다. 부자다~ 호호호."

크큭, 부자지요, 송아지가 담배 1보루 값인데...

그런데 봄 처녀는 잔소리꾼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하는데 담배를 피우면 담배 피운다고 잔소리, 술 마시면 술 마시다고 또 잔소리, 하루에 담배 두가치만 피고 술도 2잔씩만 마시라는데 우리 집 수탉도 2잔은 먹는데 내가 덩치 값 하려면 한 병씩은 마셔야 한다니까,

"야~ 닭이 어떻게 술을 마시냐? 거짓말마라~"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수탉 두 마리가 커가면서 매일 싸움질만 하여 닭장에다 가두었습니다. 실컷 싸워 보라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온종일 싸우더군요. 한 마리가 꽁지를 내리면 싸움은 쉽게 끝날 텐데, 서로 막상막하다 보니 싸움이 끝날 줄을 모릅니다.

정말 저러다 한 마리 죽겠다 싶어 사료에다 소주 2잔을 부어 갔다 줬더니 잘 먹더군요. 잠시 후 가보니 수탉들은 피투성이가 된 몸을 서로 기대고 사이좋게 주저앉아 있더군요. 그 뒤로 닭들이 싸움을 안 한다니까 어머니는 깔깔깔 웃으십니다.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소주 몇 잔은 더 마셔야 합니다.

밤은 깊어 가는데 늙은 봄 처녀의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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