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인가, 착각인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자만인가, 착각인가

0 개 1,516 오소영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사는 사람같아 챙피하다. 

 

오죽하면 살 드러내놓고 수영복을 못 입을까? 수영장에 안 간지가 몇년 되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괜찮은 몸매에도 다이어트 해야한다고 야단들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들의 문제가 사회적인 풍조가 된 것같다. 다이어트 식품에 약까지 여기저기 정보가 흘러넘친다. 그 반대의 입장에서 그들을 부러워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들은 알리가 없다. 세상은 그래서 요지경 속이다. 몸이 허약한 나는 허리가 취약해서 늘 말썽이다. 허릿병을 자주 앓는 편이다.

 

“어쩌면 이 병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요?”

 

허리통이 깍지둥치 처럼 굵게 튼실해지면 안 아프다고 의사가 일침을 놓는다. 내겐 바랄수 없는 꿈이었다. 몸이 가벼우니 걷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ba534dbdec6796b8d3758d77719cff63_1487735580_5429.jpg
 

 

육십대엔 산이 좋아 등산을 많이 했다. 하산할 때는 토끼처럼 깡총깡총 잘도 뛰어내려 젊은이들을 놀라게 했다. 

 

등산대신 지금은 골프장을 누빈다. 다리가 건강하다는 자부심으로 가방을 끌면서 골프를 치고있다. 늘 보는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씩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칭찬인지 야유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던진다. 

“어이구 그 연세에 가방을 끌고 다니십니까?”

 

운동삼아 걸으려고 나온 걸 알면서도 오지랖이 넓어 탈이다. 어느때는 측은하게 보는것 같아 기분이 나쁠 때도 있다. 그런걸 신경 쓰다보면 운동을 망친다. 그냥 나 좋아서 하는일. 여기 사람들은 별 관심없어서 편하게 살아간다.

 

며칠전부터 허리가 또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운동을 나갔었는데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나흘째 되던 날. 드디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날은 처음부터 몸이 가볍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3번 홀을 나가는데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려는데도 그걸 잡을 힘도 없었다. 기진을 해서 공을 치기는커녕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난 한발짝도 더 이상 못 걷겠어요”구겨진 종이조각 처럼 주저앉고 말았다. 

 

운동을 포기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이 수 천리로 멀고 아득했다. 죽을것 같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뿔사!. 참을만큼 참아주던 내 몸이 단단히 화가 난 것이었다. 부질없는 자만에 경고가 떨어진 것이었다. 결국은 초기의 병을 더 악화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일어나지 못하는 지경으로 스스로를 몰고갔던 것이다. 처음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건 쉬어달라는 신호라는 걸 무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리를 했으니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는가. 꼼짝 못하고 누워있으니 환자일 수 밖에...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고 쾌청했다. 사위가 너무 조용했다. 마치 세상에서 날 차버린듯한 고적감.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분노같은게 끓어 올랐다. 대상없는 어떤 미움이 명치끝을 조여왔다. 그 순간 문득 내 눈앞을 스치는 어느 먼 옛날의 스크린이 있었다. 

 

힘차게 창공을 날으는 새 한마리. 어둑한 방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한 소년이 서 있다. 

 

그는 하염없는 눈길로 날아가는 새를 쫓고 있었다. 몸이 자유롭지못한 소년의 절규가 그 그림속에 담겨져 있었다. 어떤 봉사단체 쎄미나에서 아침 명상시간에 보았던 영상이었다. 

 

날개를 달고 훨훨 자유롭고 싶다는 강한 메세지. 회생할 수 없는 병으로 이렇게 누워있다면 어찌 살아낼 수 있을까? 그런걸 생각하는게 싫어서 바쁜척 허둥대며 살아왔던게 사실이었다.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나름 찜질도 하면서 죽은듯이 며칠을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2월 18일 우리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해밀톤’초청 공연이 있다. 큰 일을 앞에 두고 길게 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날짜가 임박해오니 연습을 서둘러야 했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출준비를 해야했다. 새털처럼 가볍던 몸이 이렇게 무거울줄은 정말 몰랐다. 

 

ba534dbdec6796b8d3758d77719cff63_1487735345_5901.jpg
 

 

꼿꼿하던 허리가 90도 각도에서 더 펴지지를 않으려 했다. 세수를 하려니 엎드릴 수도 없다. 옷도 입기가 거북했다. 양말신기가 뭐 이리 어려운가. 대수롭지않던 일상의 일들이 이렇게 대단한거였나....(아무것도 투정 하지말고 살자) 모든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이 절절해 졌다.

 

요즘 서울 친구들이 무슨무슨 수술을 받았느니 마음 무거운 소식을 자랑처럼 전해온다. 우리가 그럴 때이다. 놀랠 일도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드린다. 

“다시 살아났으니 좀 더 재미나게 살아야지”“재미같은 소리 하시네 그저 그냥 사는거지요”대화가 그런식으로 시시하다.

 

“목소리 쨍쨍한거 보니 그 나라에서는 늙지도 않나봐 아직도 건강하시구만”내 건강은 목소리로 그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까짓 허릿병 따윈 알릴 필요도 없다. 한동안 고생을 하고나면 또 다시 건강을 자신하고 골프장으로 나갈테니까. 아직도 젊음을 착각하고 사는 내 자만은 이제 버릴때도 되었는데...

 

지금까지 내 인생 일지에‘겸손하자’는 말은 낙서처럼 많이도 써왔다. 자만할 일은 별로 없었기에 흔히 써보지 못한 말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처럼 위험한 생각. 자만은 그런거라고 멀리하며 살았다. 그런데 주책없이 이 나이에 건강을 자만 하다니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무 강한척만 하지말고 약한 모습도 보이며 살아야해요”

어떤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실은 자만이기보다 나의 주술임이 진실일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희망의 주술.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405 | 2014.01.30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누군가 가 분명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혼자가 되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같이했던 사람은 누구이며…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1,407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더보기

사탕, 달다

댓글 0 | 조회 1,423 | 2017.06.27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더보기

‘모스크바(MOSCOW)’의 하얀 밤(白夜)에 깜짝 선물을 받다

댓글 0 | 조회 1,454 | 2019.01.30
2012년 8월 어느날. 친구 C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SU(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삼년동안이나 별러서 이룬 여행이었기에 두 사람은 많이 들떠 있었다.나는 … 더보기

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댓글 0 | 조회 1,482 | 2017.01.25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더보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댓글 0 | 조회 1,497 | 2014.08.27
오늘은 예순 아홉번 째로 맞는 ‘광복절(光復節)’ 입니다. 여기는 지금 한겨울, 팔월의 칼바람속을 산뜻하게 때묻지 않은 새 ‘태극기’가 하늘을 향해 팔랑거리며 올… 더보기

모자(帽子)의 여인

댓글 0 | 조회 1,505 | 2016.05.26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 더보기

28세 천방지축 신림동 땡칠이​

댓글 0 | 조회 1,510 | 2018.04.24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무료히 창가에 앉으니 별별 일들이 다 떠오른다.반세기도 전에 살았던 신림동의 한 세월이 떨어지는 빗속에서 스멀스멀… 더보기
Now

현재 자만인가, 착각인가

댓글 0 | 조회 1,517 | 2017.02.22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더보기

엘리자벳이 남긴 선물

댓글 0 | 조회 1,519 | 2020.10.28
회초리같던 어린 장미가 이젠 나무가 되었다. 어느새 그리 자랐는지 실하게도 컸다. 옆집 할아버지 지팡이 만큼이나 굵어져서, 번들거리는 윤끼에 날카로운 가시가 보기… 더보기

검은마대(麻袋) 바지 ‘몸빼’ 그리고 달달이

댓글 0 | 조회 1,531 | 2018.12.21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주름진 나일론 천에 알록달록 꽃무늬가 요란스럽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바지라고 ‘라벨’이 붙은 몸빼 바지다.말 그대로 편하기로 치면 그… 더보기

특별한 감사를....잘가요 2020년

댓글 0 | 조회 1,546 | 2020.12.23
'감사! 또 감사!! 2020년에는 20배로 더 웃자’금년초, 내 카톡 프로필 란에 써놓은 메세지다. 꼭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의 소리였음은 두말할 나… 더보기

‘렌’을 처음 만나던 날

댓글 0 | 조회 1,547 | 2019.03.27
주말오후 말동무 오랜지기와 나란히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급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나왔다는 친구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 더보기

과격한 사랑

댓글 0 | 조회 1,550 | 2020.01.29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처럼 곱고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다.요즘 배우나 탈랜트중엔 비길만한 미인이 많기도 하다. 그렇지만 성형으로 만들어낸 인물들도 있어… 더보기

ㅎㅎㅎ 웃자구~요

댓글 0 | 조회 1,551 | 2020.09.22
코비드19란 요물인지 괴물인지가 사람들 발을 묶어 바쁜 생활인들을 일시에 집 안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러 길에 나다니는 … 더보기

꽃보다 어여뻐라, 민경씨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1,557 | 2022.03.22
작년 1월이었다. 견딜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계절 바뀌면 포근하게 입으라고 바지 몇개를 준비해 평소처럼 우체국으로 갔더란다. 그런데 … 더보기

연둣빛 행복이 움트는 목장을 가다

댓글 0 | 조회 1,559 | 2020.11.24
11월 중순 지금보다 더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구월 어느 날이었다. 길을 나설 때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은 예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 더보기

구공탄 2개 그리고 빨래판

댓글 0 | 조회 1,567 | 2019.07.23
백발이 성성한 칠십대 사촌동생이 늙은 누나를 부추겼다.자기 부모님들 옛날 행적이 궁금해서 알고 싶어 했다. 일찍 저 세상 가신 아버지의 한(恨)이 아직도 가슴속 … 더보기

뱃길 삼십분

댓글 0 | 조회 1,568 | 2018.03.27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1,576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 더보기

추억속의 아버지 그리고 갈대와 나

댓글 0 | 조회 1,577 | 2014.09.23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설 때의 일탈감은 늘 새로워 설레이게 마련이다. 안 가겠다고 버티던 고집은 어디에다 숨겨 버렸을까?.. 그 곳을 지날 때는 항상 반겨…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1,584 | 2014.12.23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 온 나날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게 주어진 일년동안의 과제를 마치고, 추수를 끝낸 느긋한 농부의 마음으로 새해 맞… 더보기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댓글 0 | 조회 1,587 | 2018.11.27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더보기

땡 할비 꽃밭

댓글 0 | 조회 1,601 | 2019.11.26
할아버지 집에 며칠째 인기척이 없다. 커튼도 젖혀진채 그대로인데...아침 7시면 어김없이 쇼핑가방을 들고 집 앞을 지나시는 분이다. 늦잠으로 게으름을 좀 떨다보면… 더보기

쉼표없는 낭만이정표

댓글 0 | 조회 1,602 | 2020.07.29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