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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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

0 개 2,386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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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만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죄수가 있는데 서로 분리 심문을 해서 범죄 행위를 추궁한다고 가정하자. 두 죄수에게 각각 ‘상대방의 죄목을 얘기해주면 거기에 대한 혜택을 줄 것이나 만일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나중에 여죄(餘罪)가 밝혀지면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이미 당신의 죄목을 전부 얘기했으니 혼자만 당하지 말고 당신도 상대방의 죄목을 모두 털어 놓으라’고 역시 두 죄수에게 거짓말로 회유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 죄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한다. 두 사람이 입을 다물고만 있으면 죄목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두 사람 다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이 때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굳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한 사람이 상대방 죄목을 전부 얘기해 버리면 그 사람은 혜택을 받겠지만 다른 한 사람은 혼자 모든 죄를 덤터기로 쓰게 된다. 또, 두 사람 다 상대방의 죄를 고자질해버리면 두 사람 각자의 죄만큼 대가를 받게 된다.

 

이 원리는 상거래에 있어서도 매입자와 경쟁 판매업자간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사끼리 경쟁이 붙으면 바이어(Buyer)는 두 경쟁자의 심리를 이용해 계약조건을 바이어한테 유리하게 유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못 먹어도 고(Go)’ 심리는 손해 보더라도 경쟁 업체에 뺏기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달려들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와 국민 모두가 손해만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예시로서 미시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생물학, 생태학, 심리학 등은 물론 국제정치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아래에서 상호간에 핵을 통한 군비 경쟁은 하지 말기로 협약했다고 하자. 두 나라가 약속을 지켜 핵 개발을 하지 않으면 세계가 핵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은 약속을 지키고 다른 한 쪽은 몰래 핵 개발을 했다면 핵을 개발한 쪽이 군사적 우월성을 유지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만일 양쪽 다 몰래 핵을 개발했다면 피차간에 핵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사용을 못하고 불안한 가운데 잠정적인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청혼자의 딜레마’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아주 절친한 사이인 두 처녀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A라는 이상형의 총각이 두 처녀 앞에 나타났다. 두 처녀는 그 총각과 결혼하게 되기를 갈망하지만 절친한 두 처녀는 상대 친구의 속내를 서로 알기 때문에 그 총각에게 청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처녀는 약속을 한다.‘그 총각에 대한 미련은 서로 버리자. 그 총각이 청혼을 해 오더라도 우리는 거절하자.’그런데 두 처녀가 모두 약속을 지켜 그 총각과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쉬움은 있지만 두 친구는 우정을 계속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처녀가 그 총각의 청혼을 받아드려 결혼을 해버리면 배신을 당한 처녀는 평생을 분노에 떨며 불행한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두 사람 다 청혼을 받아드린다면 역시 그 결혼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나 친구 간에 의리는 들통이 나는 결과가 되어 행복지수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 죄수의 선택은 둘 다 상대의 죄목을 털어 놓는 경우의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상대가 자기의 죄목을 발설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게 때문에 나만 의리를 지켜 혼자 상대의 죄목까지 덤터기 쓰는 것 보다는 일단 발설 해놓고 만일 상대가 자기의 죄를 고발하지 않는다면 운 좋게 풀려 날 수 있고 설사 상대도 자기의 죄를 고발한다 해도 자기의 죄 값만 치르면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계산한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국정 농단 사태로 국회청문회, 특별검사, 탄핵재판이 이어지면서 위증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언대에 출현한 당사자들은 하나 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므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가고 국가 안위(安危) 사태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최고 권력을 휘두르던 고위층 인사들은 누구보다도 국가 사회를 위한 책임의식이 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일반 국민들을 자괴감(自愧感)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책임자가 자기 책임을 빠져나가려고 해도 다른 관련 당사자들이 증언과 자료를 통해서 책임자를 고발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완전범죄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중에 가서 사실이 밝혀질 경우 모르쇠로 일관하던 당사자들의 거짓은 들어 나는 것이고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명예를 중요시해야할 고위층들의 인격은 국민들에 의해서 인격 사형을 받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식민 지배할 때 독립투사들은 갖은 고문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동료투사들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고 버텼으며 혹독한 고문으로 옥사한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독립투사들의 비밀을 고자질하여 지위를 획득하고 경제적 이득을 챙긴 인사들도 많았다. 해방이 되자 이들은 애국지사로 변하여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그 후손들이 대부분 한국 사회의 주류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헌법재판관 여섯 손에 의해서 결정될 일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한국인들한테 주어지는 질문, ‘사랑의 신(神)을 따를 것인가, 신의 사랑에 따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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