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총명함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붉은 닭의 총명함이……

0 개 2,244 한일수

 7188f8e04be69888f89ca70a7788d364_1484085018_5046.jpg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이제 정유년(丁酉年, The year of rooster)을 맞이했다. 역법(曆法)에 따르면 ‘丁’은 ‘불의 기운’을 의미하고 불의 기운은 ‘밝다’를 상징하며 ‘酉’는 닭이므로 정유년은 총명한 닭을 상징한다. 각종 테러에 전 세계가 공포 속에 떨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로 유럽이 시끄러울 때 한국에서는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연말에 불어 닥친 AI(Avian Influenza,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수난은 닭의 해를 앞두고 2000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살 처분되었고 계란파동을 일으켜 재앙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는, 빛의 도래를 알리는 존재이다. 즉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땅위에서 생활하는 방식은 어둠과 밝음을 경계하는 새벽의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밤에서 아침으로의 자연 시간적 이행은 삶의 고난이 시작됨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의 일상적 삶의 시작을 알린다. 시계가 없던 시절의 밤이나 흐린 날씨에 닭의 울음소리로 시각을 알 수 있어서 닭의 울음은 때를 알려주는 시보(時報)의 역할을 했다. 수탉은 정확한 시각에 울었으므로, 그 울음소리를 듣고 밤이 깊었는지, 날이 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면. 닭의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하여 뫼를 짓고 제사를 거행하였다. 닭은 제물(祭物)로도 많이 사용했다. 달걀에서 새 생명이 부화되기에 알을 ‘소생(부활)’ 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생각하여 죽은 자의 부장품으로 삼았다.       

 

닭은 상서로운 새(瑞鳥)인 꿩을 대신하는 길조(吉鳥)로 인식되어 ‘꿩 대신 닭’ 이라는 속담이 전해내려 왔다. 흔히 처가에 다녀온 신랑에게 “씨암탉 몇 마리나 먹었어?” 라고 농담을 하는데 그만큼 닭요리는 귀한 손님에게나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혼례 초례상에 닭을 청홍보에 싸서 놓았으며, 폐백(幣帛)에도 닭을 사용했다. 이처럼 닭이 중요한 행사나 새해 첫 음식에 등장하게 된 것은 길상(吉詳)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라는 속담은 속 보이는 거짓말로 시치미를 뗄 때 쓰는 말이다. 남의 닭을 잡아먹고는 닭 주인이 자신을 의심하면 오리발을 보여주며 “나, 오리 먹었어” 라고 뻔뻔한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인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피의자로 의심되는 증인들이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리발을 내미는 모습은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수탉은 먹이를 발견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불러 모아 먹게 한 후, 자신은 새 먹이를 찾아 나선다. 또한 적을 만나면 필사적으로 싸우는데, 이는 식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정확히 판별하는 지혜가 있다. 수탉은 남성이 갖추어야 할 조건인 가족과 가정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용기와 시간의 변화를 판단하는 현명함을 두루 갖췄기 때문에 이상적인 남성상을 대변한다.                   

 

조선시대에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의 그림을 걸었다. 닭은 입신출세(立身出世)와 부귀공명(富貴功名)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즉, 닭이 머리 위에 볏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관(冠)을 썼다고 하였다. 관을 쓴다는 것은 학문적 정상의 표지이며, 벼슬을 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어미닭과 병아리」라는 한시(漢詩)에서 닭의 모성 보호 본능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목털은 곤두서서 고슴도치 닮았고, 제 새끼 건드리면 꼬꼬댁 조아 대네, 낟알을 찾아내면 쪼는 채만 하고서 새끼 위한 마음으로 배고픔을 참네.”

 

프랑스에서의 수탉은 자부심의 상징이며, 국가의 표상이다. 그래서 화폐에 수탉의 문양을 새겨 놓았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에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의술의 신)에게 수탉을 바치도록 제자에게 부탁했다. 이 때 수탉은, 죽은 사람의 세계에 죽은 자의 영혼을 알리고 인도하며, 새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닭은 지옥과 하늘을 오가는 전령(傳令) 신인 헤르메스의 속성으로 간주된다. 아프리카의 콩고에서는 통과 제의에서, 입문자가 제의를 통과하면 목에 닭을 걸어 줌으로써 끝이 나는데, 그 입문자는 닭의 인도에 의해 죽은 영혼과 소통하며 새로운 탄생을 보장받는다고 한다. 또한 수탉이 많은 암탉을 거느린다는 속성에서 왕성한 정력을 상징한다. 

 

닭은 메시아처럼 밤에 뒤이은 아참의 도래를 알리기 때문에 신에게서 오는 은총의 상징이다. 교회나 성당의 첨탑에 닭의 모양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닭의 울음소리는 천사의 강림으로 간주된다. 또한 무덤에 닭의 모습을 새겨 부활의 아침, 즉 깨어남을 상징했다. 그리고 그 아침은 빛과 깨우침을 가져온다는 생각에서 학생들의 교과서 표지에 닭을 그렸다. 오클랜드 알바니 빌리지(Albany village)에 가보면 닭을 상징 동물로 삼아 지역을 홍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류 역사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수많은 폭풍우에 시달리면서도 전진을 계속하듯이 역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단기적으로 실망감을 안기기도 하지만 먼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 역사가 진행되어간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은  파고가 매우 심한 바다를 항해하는 같이 정치, 사회 변화가 역동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정유년에는 병신년에 일어났던 격동의 물결이 지나고 평온한 가운데 성숙한 정치, 사회의 모습을 이루어나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3.1 정신과 한민족의 진로

댓글 0 | 조회 784 | 2022.03.08
금년이 3.1운동 10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 더보기

인생 4계절

댓글 0 | 조회 1,230 | 2022.02.09
미국의 예일대학교 임상심리학 교수 대니얼 레빈슨(Daniel J. Levinson) 박사는 성인 발달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생을 25년 정도의 주기, 4개의 국… 더보기

백두산 호랑이

댓글 0 | 조회 888 | 2022.01.11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고, 문채(文彩)가 좋으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하면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 더보기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댓글 0 | 조회 1,259 | 2021.12.07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은 「그리움」이란 시에서 이렇… 더보기

잡초야 같이 살자

댓글 0 | 조회 1,140 | 2021.11.10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 더보기

요동치는 코리안의 물결

댓글 0 | 조회 1,651 | 2021.10.12
바야흐로 민족중흥의 기운이 우리시대에 다가온 것일까? 21세기 들어와 떠오르는 태양으로 한민족이 세계사에 등장한 것일까? 한류(韓流 Korean Wave)의 물결… 더보기

돌을 다듬어 인생살이를 구성하다

댓글 0 | 조회 822 | 2021.08.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1)노르웨이를 여행 해본 사람이라면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아보면서 광활한 대지가 수많은 조각품들과 어우러져 야외… 더보기

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댓글 0 | 조회 991 | 2021.07.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0)여자의 변신(變身)이 무죄라면 여자의 변심(變心)도 무죄이던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남자는 비로소 철이 들… 더보기

코리안 키위 - 50년을 날다

댓글 0 | 조회 1,099 | 2021.06.09
생활 26년차인 지금도 나는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Korean in New Zealand)’ 인가? 아니면 ‘한국계 뉴질랜드인(Korean New Zealan… 더보기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댓글 0 | 조회 961 | 2021.05.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 더보기

권력투쟁

댓글 0 | 조회 986 | 2021.04.13
“주사위는 던져졌다(The die is cast)” 율리우스 카이사르(라틴어 Julius Caesar, 영어발음은 줄리우스 시저)는 BC 59년에서 51년까지 8… 더보기

라이프 리엔지니어링

댓글 0 | 조회 1,167 | 2021.03.09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박사가 1990년 ‘Harvard Busin… 더보기

백조의 노래

댓글 0 | 조회 1,300 | 2021.02.11
서기 476년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들었으며 전쟁과 굶주림,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문명의 발전이 사라져버렸다. 900여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 더보기

8학년 꽃 중년

댓글 0 | 조회 1,609 | 2021.01.13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경자년(庚子年)을 무사히 보내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예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신… 더보기

생활의 발견

댓글 0 | 조회 1,706 | 2020.12.09
코로나 19로 얼룩진 경자년(庚子年)을 보내며임어당(林語堂, 1895-1976)은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자 소설가, 문명 비평가로서 국제적인 인물로 꼽힌다… 더보기

노벨 평화 센터

댓글 0 | 조회 1,453 | 2020.11.10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8)재산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산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더욱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출현했… 더보기

독도는 한국땅

댓글 0 | 조회 1,676 | 2020.10.27
'독도는 한국땅'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온지 4353년, 그러나 11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온갖 굴욕을 참으며 살아온 우리 … 더보기

위대한 탐험가 - 아문센의 발자취

댓글 0 | 조회 1,217 | 2020.10.14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더보기

밤마다의 미녀

댓글 0 | 조회 1,581 | 2020.09.08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6)프랑스의 르네 클레르 감독 작품 영화 『밤마다의 미녀』(1952년 발표)는 낡은 2층 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음악 선생의 이야기를… 더보기

북극권에 진입하다

댓글 0 | 조회 1,681 | 2020.08.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5)북극권 진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지구의 북쪽 끝이라는 노스 케이프에서 펼쳐든태극기는 통일의 염원을 담고……여름에는 해가지지 않…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댓글 0 | 조회 2,181 | 2020.07.15
2020년을 맞이한 이래 6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모범적인 대응을 하여 안정을 찾고 일… 더보기

재택근무는 현실이다

댓글 0 | 조회 2,796 | 2020.06.10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1980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산업주의 종말과… 더보기

컨틴전시 플랜 (Contingency Plan)

댓글 0 | 조회 1,978 | 2020.05.12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가발 행상으로 돈을 모았던 어떤 교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위험과의 전쟁이었다. 흑인 촌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에 장사도 … 더보기

북쪽으로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52 | 2020.03.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4)8세기말에서 11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향 땅인 스칸디나비아로부터 북 유럽과 중앙 유럽까지 항해하며 약탈을 일삼고 교역을 일으켜 … 더보기

작지만 강한 나라 - 덴마크

댓글 0 | 조회 1,983 | 2020.02.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3)우리는 약소국(弱小國)이라는 호칭에 익숙하다. 우리민족은 주변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오랜 세월 주변국들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려 왔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