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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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0 개 1,953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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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냐고 변함없는 진실처럼 말한다. 그렇다. 비틀어서 고상하게 말하지 말자.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의 삶은 빵과 꿈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라. 우리의 인생에 갑작스런 점프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로또에 맞아서 한번에 벼락부자가 되는 일도 나오지만 나의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결국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듯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독일 자동차의 명가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의 말이다. 헝그리 정신은 끼니를 잇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정신이다. 어려운 시절에 인내와 끈기 그리고 깡을 되살리자는 정신이다. 한 작가는 헝그리 정신은 지난날을 망각하지 않는 정신이며 풍요로부터 발생한 나태와 무기력을 치유하는 활력의 정신이요 고난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갖고 줄기차게 전진하는 도전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초심을 항상 견지하는 겸손의 정신 그리고 풍요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각성의 정신이다. 그러니 헝그리(Hungry)가 단순히 뱃속이 결핍된 고통스러운 생리현상만이 아닌 셈이다.

 

돈 많이 벌어보겠다고 양의 나라 뉴질랜드를 이민지로 선택한 이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요즘 같은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이꼴저꼴 다 보기 싫어서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이민 초기시절 우린 낚시로 얻은 음식에 관광용 소주 몇 팩에도 행복했고 볼품없는 골프 실력이나 보잘것없는 이민 경력에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고 정직했다. 그렇게 서로의 외로움을 녹일 수 있는 위로가 담긴 밥 한 그릇을 매일 짓고 나누었다. 

 

초심(初心), 처음에 가졌던 소중하고 겸손한 마음.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채 밤낮없이 달려가다가도 이민생활 내내 이 글귀는 가고 있는 길을 되돌이켜보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잣대가 되어주었다. 초심이란 첫사랑의 마음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몇 개의 이민가방을 꾸려 김포공항을 떠날 때의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이다. 동심 같은 것일지도 모르며 견습생이 품는 배우려는 마음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마음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초심이고 둘째는 열심이다. 그리고 셋째는 뒷심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열정 가득한 초심 때문에 열심에 불이 붙고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뒷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시인의 글이다.  광화문의 수많은 촛불이 마침내 숲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는 날마다 자신에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을 끊임없이 물어야 하며 다시 숲의 그 자리로 겸손하게 돌아와야 한다. 우리 인생의 위기는 초심을 상실할 때 찾아온다. 초심을 상실했다는 것은 교만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음의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삶은 영원한 초심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고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왕은 객(客)이고 백성이 주인(主人)이다. 그러니 벼슬아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항상 백성의 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는 이가 빠진 동그라미와 닮았다고 말하던 선배가 있다. 어쩌면 변화와 도전의 마음으로 미지의 땅을 찾아와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도 내 몸에 맞는 한 조각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에게 딱 맞는 조각을 찾고도 그 조각을 다시 내려 놓고 자신의 길을 떠나는 이 빠진 동그라미는, 끊임없이 완벽해지려는 욕구 때문에 여행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그전 모습과는 다르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속도와 성취만을 강조하는 오늘의 삶에서 삶의 목적과 성공의 본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변하는 것은 사람이지 추억은 아니다. 결국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렇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어긋한 기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려면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어제와 다르게 살아 낸 오늘은, 더욱 이글거리는 내일의 태양을 떠오르게 할 테니까.

 

연재자의 인사: 그 동안 많은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과 공간을 나누어주신 코리아 포스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변화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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