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와 아골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아크로폴리스와 아골라

0 개 2,356 한일수

 ac0e17668aa029e5f04c9ffe18a45513_1479873978_5687.jpg

 

서울에서 강남 시대가 전개되기 전 까지 옛 서울대 본부가 자리하고 있던 문리대 정원은 한국이 현대화에 이르는 역사의 광장이었다. 종로 5가에서 혜화동 로터리에 이르는 길 중 이화동 4거리에서 혜화동 쪽으로 문리대 운동장이 끝나는 부분까지가 대학로로 불리었다. 그 도로의 동쪽 편에는 서울대학교 본부와 문리과대학(文理科大學), 법과대학, 미술대학이 자리하고 있었고 서쪽 편에는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그리고 수의과 대학(獸醫科大學)이 위치하고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변혁의 진원지였던 중심축은 아무래도 문리대가 되었다. 문리대는 그 영문 명칭(College of Liberal Arts and Sciences)이 설명하듯이 학문의 경계를 여과 없이 넘나들고 자유를 구가하던 학풍이 지배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및 의예과와 치의예과를 포용하고 있었으니 종합대학이나 다름없었다. 그 문리대의 정원에 마로니에(Marronier) 나무가 청춘의 열기를 발산했고 그 주변은 자연히 아크로폴리스(Akropolis) 광장이 되었다. 4.19, 5.16, 3.24, 6.3을 거치면서 정치 사회적인 이슈(Issues)들을 토론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정의를 추구하고 진리를 찾기 위해 밤샘 토론이 열리기도 했던……. 서울대가 1974년에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고 지금 대학로는 마로니에 공원으로 개발되어 서울 시민의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새로 이전한 관악 캠퍼스의 대학본부와 도서관 사이에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생들의 집회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이 모여 담소하고 아카데미즘(Academism)을 구가하며 토론하며 논쟁하고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 잡기위해 투쟁의 불길을 당기곤 했던 아크로폴리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Athens)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어 ‘아크로(Akros)’의 어원이 말해주듯 높은 곳에 위치한 폴리스(Polis) 즉 성채이자 수호신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성소(聖所)였다. 그러나 아크로폴리스는 왕의 궁전이 아니라 시민 공동체의 종교적 성지로 그리스 인의 자유정신과 종교의식을 대변하는 장소가 되었다. 참주(僭主, Tyrant)의 시대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공동체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아크로폴리스였다. 

 

반면 아고라(Agroa)는 ‘모이다(아게이로)’라는 그리스어 동사에서 나온 말로 ‘민회(民會), 민회가 열리는 장소 즉 시장’을 뜻한다. 진기한 물건들을 사고팔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호객하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시민들이 넘쳐나는 장터의 개념이 강하다. 이곳에서는 선거철이 되면 지지를 호소하는 입후보자의 목멘 연설 소리도 치열하다. 소크라테스도 시장 골목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에게 아고라는 학교이자 교실이었다. 아크로폴리스가 불멸의 신(神)과 필멸(必滅)의 인간이 소통하는 수직적 공간이었다면 아고라는 시민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토론하고 격돌하는 수평적 공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아고라가 공공 모임 장소로 자리를 잡아가자 시장으로서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사교활동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던 의사소통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학문과 사상 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던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으며 시민들이 민회를 열어 국방이나 정치문제를 토론하던 정치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다. 시민이 참여하는 아테네 민주정치의 현장이 되어 간 것이다. 아고라에는 시민법정이 개설되어 시민들 가운데 추첨으로 뽑힌 배심원들이 재판을 담당했다. 직업적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재판을 담당한 것이 아니나 배심원들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판단에 따라 재판을 했다. 아고라는 아테네의 경제, 종교, 정치와 사법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테네에는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가 있고 서울에는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이 있다. 광화문 앞에는 한민족의 수호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지난 11월 12일에 서울시청 앞, 광화문 일대 광장에서 열렸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성토 범국민 궐기대회는 많은 점들을 시사해주고 있다. 우선 100만 명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렸고 이들이 모두 자발적인 참여자들이었다. 남녀노소 어린이, 학생, 청장년, 노년 세대에 이르기 까지 노동자, 농민, 중산층 서민층 할 것 없이 전 계층이 모였으며 서울 뿐만 아니라 멀리 시골에서 까지 찾아와 대회에 참여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질서 정연하게 진행이 되었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투영된 행사 같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왔다. 몇 몇 연사가 나와 판에 박힌 연설 원고로 쏟아내고 마는 일방통행적 의사소통이 아니고 참여자 누구나 즉석에서 발언을 하는 자유토론식의 고대 그리스시대의 아크로폴리스, 아고라 광장에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았다.   

 

민주시민은 토론 문화를 통해서 의식이 성숙되어간다. 입시위주의 한국 교육 제도에 대해서 정부 수립 후 70년에 이르도록 아직까지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광장 토론 문화가 확산되면 차세대들의 인격도 함양되리라 믿는다. 실제로 이번에 초등생, 중고 생들의 발표 모습에서 그 무한한 잠재력을 엿보기도 했다. 역설적인 표현이 되겠지만 이번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국민들의 민주의식을 고양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꾸어 나가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으며 무엇보다도 5천만 국민의 집단에너지를 발산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울어버린 두꺼비

댓글 0 | 조회 2,480 | 2015.04.29
두꺼비는 예로부터 복(福)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민간 전설 ‘두꺼비와 지네’에서는 자기를 키워준 소녀를 위하여 침입한 지네와 싸워 함께 죽고… 더보기

꿀벌이 지구를 떠난다면

댓글 0 | 조회 2,432 | 2016.02.11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박사는 ‘만일 지구상에서 어떤 이유로든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인류 또한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더보기

타조는 왜 목이 길까?

댓글 0 | 조회 2,415 | 2016.06.09
오클랜드 전원일기 (3)타조는 현존하는 새 종류 중에서 가장 크나 날을 수는 없다. 물론 뉴질랜드 섬이 마오리 족에 의해 발견 되었을 때 키가 3미터나 되고 몸무… 더보기

하우스 쇼핑(Ⅱ)

댓글 0 | 조회 2,389 | 2015.11.11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은 배우자를 고르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만큼 고려하는 사항도 많다. 흔히 ‘A’ 에서 ‘H’까지를 점검한다고 한다. 즉 Age(나이), B… 더보기

뉴질랜드 신토불이

댓글 0 | 조회 2,385 | 2015.02.10
우리는 이민 첫해에 두 계절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계절이 한국과는 반대로 돌아가는 뉴질랜드이다 보니 한국에서 여름에 이곳에 오면 바로 겨울이 되었고… 더보기

스토리가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

댓글 0 | 조회 2,369 | 2016.08.25
오클랜드 전원일기 (마지막회)1960년대 초에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초원의 빛’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 더보기
Now

현재 아크로폴리스와 아골라

댓글 0 | 조회 2,357 | 2016.11.23
서울에서 강남 시대가 전개되기 전 까지 옛 서울대 본부가 자리하고 있던 문리대 정원은 한국이 현대화에 이르는 역사의 광장이었다. 종로 5가에서 혜화동 로터리에 이… 더보기

음악과 영혼과 사랑

댓글 0 | 조회 2,346 | 2016.01.13
누군가의 영혼에 잔잔한 파도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이리라. 문학과 예술은 인간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를 맺어 왔… 더보기

부자 3대는 못가도 먹는 것은 3대 간다

댓글 0 | 조회 2,322 | 2016.01.27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부자 3대’ 이야기는 오늘날에 와서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한 번 부자의 반열에 오르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기가 쉬운 오… 더보기

뜰 안에 가득한 행복

댓글 0 | 조회 2,316 | 2014.10.29
어느 여인이 천국에 가서 살아보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여기고 갈망하며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궁궐 같은 집의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바로 옆에는 하녀… 더보기

한 민족은 하나다

댓글 0 | 조회 2,294 | 2017.05.09
한국 고대사를 탐사해보면 황허문명보다천년 앞서는 유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중국이 동북공정으로……“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 더보기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

댓글 0 | 조회 2,269 | 2016.12.21
지난 11월 하순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몇 백만의 촛불 시위가 기승을 부릴 때 뉴질랜드에서는 현직 집권당 당수이며 정부 최고 행정수반인 죤 키 총… 더보기

보는 눈에 돈 들어온다(Ⅰ)

댓글 0 | 조회 2,255 | 2015.08.13
‘눈이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이 우리 몸에 있어서 또는 삶에 있어서 소중하고 중요하여 마치 보물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시력이 좋… 더보기

붉은 닭의 총명함이……

댓글 0 | 조회 2,247 | 2017.01.11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이제 정유년(丁酉年, The year of rooster)을 맞이했다. 역법(曆法)에 따르면 ‘丁’은 ‘불의 기… 더보기

이민, 재 이민, 역 이민, 역역 이민

댓글 0 | 조회 2,242 | 2023.04.12
뉴질랜드에서 투자이민법이 발효되자 1989년부터 한국에서 이민 유입이 활발해지고 이어서 일반이민법이 발효되면서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인 사회가 성장물결을 타…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댓글 0 | 조회 2,182 | 2020.07.15
2020년을 맞이한 이래 6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모범적인 대응을 하여 안정을 찾고 일… 더보기

세상에 공짜는 있는가?

댓글 0 | 조회 2,160 | 2016.08.11
▲ 퀸스타운 금광촌 당시 광부 중국인 집​오클랜드 전원일기 (7)​“어느 돈 있는 사람이 호기심에서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같은 위치의 골목길에 100달러 지폐 … 더보기

서울에 온 마리 앙투아네트

댓글 0 | 조회 2,150 | 2017.03.21
1793년 파리에는 프랑스 대혁명의 제물로 바쳐진마리 앙투아네트가 있었고2017년 서울에는 대변혁의 와중에서……한국의 초대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한국인들… 더보기

못 살아도 자 알 사는 나라

댓글 0 | 조회 2,096 | 2019.12.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2)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노르딕 국가들이 국민 행복지수 조사에서 왜 세계… 더보기

로마제국의 5현제

댓글 0 | 조회 2,072 | 2017.08.09
제위 양도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정치 안정, 경제 번영,문화 융성과 함께 평화가 지속되었던 로마제국의 5현제 시대에는……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흥망이 마찬가지이지만… 더보기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

댓글 0 | 조회 2,061 | 2018.04.25
지구본을 거꾸로 들어 5대양 6대주를 바라보라.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제대로 통찰한장보고의 네트워크 비법을 이어받아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더보기

새벽을 찾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023 | 2016.10.12
10여 년 전 태권도 7단인 어느 교민을 만났을 때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끔 골프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골프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이… 더보기

죄수의 딜레마

댓글 0 | 조회 2,004 | 2017.01.26
둘이서만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죄수가 있는데 서로 분리 심문을 해서 범죄 행위를 추궁한다고 가정하자. 두 죄수에게 각각 ‘상대방의 죄목을 얘기해주면 거기에 대한… 더보기

12년 만의 외출

댓글 0 | 조회 2,003 | 2019.11.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1)그리스의 장군 오디세우스는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귀향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갖가지 모험에 … 더보기

작지만 강한 나라 - 덴마크

댓글 0 | 조회 1,985 | 2020.02.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3)우리는 약소국(弱小國)이라는 호칭에 익숙하다. 우리민족은 주변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오랜 세월 주변국들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려 왔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