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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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클럽

0 개 3,165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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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클럽 4번 홀 ‘몬스터 벙커’ 에서 한 번에 빠져 나오려면 용기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높이 15m에 폭 8m 크기이며 턱 주변을 침목으로 촘촘히 박아 놓아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클럽은 영국에서 2번째로 큰 개트윅 공항으로부터 90마일 떨어진 남동 해안의 역사도시 샌드위치에 자리해 있다. 회원 위주의 전통 프라이빗 골프클럽으로 윌리엄 레이들로 포브스가 설계해 지난 1887년 개장했다. 

 

포브스는 ‘남쪽의 세인트앤드루스’를 꿈꾸고 설계했지만 개장 후 ‘세인트 조지’로 이름을 붙였다. 세인트 조지는 303년 기독교를 신봉하다 참수형을 당한 인물로 잉글랜드의 수호 성자다. 개장 15년 뒤인 1902년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이자 영국왕실골프협회(R&A) 수장을 지낸 에드워드 7세가‘로열’칭호를 수여했다. 

 

필자가 방문했던 건 2003년 6월이다. 당시 로열 세인트 조지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132회 브리티시오픈 준비로 현수막, 갤러리 관람석 설치가 한창이었다.  

 

2002년 월드클럽챔피언 때 이곳 대표 선수로 출전했던 조지 타깃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라운드였다. 하지만 ‘1회원 1팀’ 규정 탓에 부부와 함께 라운드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코스 보호를 위해 그린 전방 50m에는 디벗 자국이 생기지 않도록 로프를 설치해 놓았기에 메이저 대회 준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벤치마킹의 기회였다. 게다가 라운드 후 먹자촌에서 양고기를 처음 먹으면서 또 다른 음식문화를 체험했다. 지금은 ‘양고기 마니아’가 됐다. 

 

로열 세인트 조지는 개장 7년이 지난 1894년 잉글랜드 지역에서 최초로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과 같은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기엔 숙박 등 제반시설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1949년 이후 중단됐다가 1981년부터 다시 열렸다. 

 

이곳은 2003년에 이어 2011년 브리티시오픈 준비를 위해 11번 홀의 페어웨이 폭을 약간 넓혔다.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인 듯했지만 파71에서 파70으로 변경했고 코스 길이도 3번 홀(30야드), 7번 홀(32야드), 9번 홀(24야드), 15번 홀(21야드) 등 총 107야드를 늘려 7211야드로 재단장했다.  

 

벙커는 103개에 이른다. 파5, 495야드이던 4번 홀은 파4홀로 변경시키면서 티잉 그라운드 230야드 우측에 높이 15m 직벽 벙커를 만들었다. 벙커벽은 나무판을 붙여 놓았다. 이 때문에 벙커 샷을 할 때 안전에 위협을 받는 가장 악명 높은 ‘몬스터 벙커’로 둔갑했다. 지형적으로 맞바람이 불면 벙커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선수들은 발목을 잡히게 된다. 필자도 이곳 벙커에 빠져 19타 만에 홀아웃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벙커뿐 아니라 러프도 악몽이다. 타이거 우즈는 2003년 첫 홀에서 티 샷을 러프에 보내며 볼을 잃었고, 트리플보기를 범하는 악연으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당시 2타 차였다. 당시 이 홀에서 티 샷을 페어웨이에 보낸 선수는 30%도 채 안 됐을 정도였다. 러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많았단다.

 

14번 홀(파5·547야드)은 티 샷 낙하지점에 수에즈 운하처럼 개울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드라이버를 잡고 캐리로 330야드를 날리면 2온을 할 수 있지만 아차 하면 OB가 되는 유일한 홀이다. 미국인 최초의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윌트 하겐은 로열 세인트 조지에 대해 “전반 9홀은 엄청난 재미를 안겨 주지만 실력을 발휘할 수 없고, 후반 9홀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재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로열 세인트 조지 골프클럽은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 다양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 웨일스 공은 로열 세인트 조지의 회장을 지낸 영국 왕위 후계자.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1939년 9월 3일 나치 독일에 대해 선전 포고를 하는 명연설로 큰 감명을 주기도 했다. 

 

또한 2011년 유방암으로 아내를 잃은 슬픔에 클럽을 놓았던 대런 클라크가 재기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인간드라마를 선사한 곳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 복도 양쪽엔 128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발자취, 즉 우승컵과 사진들이 늘어서 있었다. 실내 분위기는 고풍스럽게 장식돼 있었다. 회원은 675명이지만 60세 이하만 회원이 될 수 있는 점이 특이했다. 회원들은 개와 함께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데 개는 목걸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청바지와 운동복 차림으로는 클럽 입장이 불가능하고 반바지는 긴 양말 착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여행객 일부에게 개방하지만 핸디캡 증명서(18 이하)를 제출해야만 한다. 캐디는 선택제여서 예약할 때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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