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여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지붕위의 여자

0 개 3,243 오소영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도 훌쩍 크고 몸도 꼿꼿하다.

 

가끔씩 함께 외출하는 남편을 보았다 60대 후반이나 70쯤. 건강하고 깔끔한 남자다. 그 여자는 날만 밝으면 예의 후두로 머리를 덮고 바깥에서 주로 서성댄다. 좁은 집안이 답답해서일까?

 

현관 마당에 프라스틱 간이의자를 놓고 거기 앉아 온갖 일을 다 한다. 도마에 생선을 토막쳐서 손질도 하고 야채도 다듬는다. 그의 앞마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단지안의 통로다. 그런 것엔 신경도 안쓰는 사람같다. 누가 보던지 말던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같다.

 

주방에서 일할 때면 그의 모든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와 안볼 수가 없다. 재밌어서 의식적으로 시선이 가기도한다.

 

그 여자의 특기는 아무래도 안살림보다 바깥일인것 같다. 남자처럼 씩씩해서 텃밭 일구는 솜씨도 대단했다. 흙을 들춰내고 고르는데 힘이 들어보이지도 않는다. 몸놀림이 아주 자연스럽고 가볍다. 어디서 튼실한 각목까지 갖고와서 텃밭에 틀을 맞춰 끼우는데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나무의자에 각목을 올려놓고 슬근슬근 톱질도 잘했다. 툭툭 소리가나서 내다보면 목공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집 남자가 바깥일에 참견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그런일이 적성에 맞아 취미로 하는것이겠지. 라고 생각해 버렸다.

 

가난을 숙명처럼 떠안고 살았던 1970년대. 개미마을이라고 이름붙은 그렇고 그런 동네. 그때 뒷집의 여자도 남자같이 바깥일을 잘했다.

 

그 여자는 자기  남편손이 기생 오라비같다고 했다. 기생오라비 손이 어찌 생겼는지 본적이 없으니 자랑인지 흉인지도 몰랐다.

 

“남편이 못하니 제가 이 고생이죠” 결혼할 때 어머니가 많이 걱정을 했단다.

 

“남자손이 저리생겨가지고 식솔들 밥이나 제대로 벌어먹이겠니?.”

 

어머니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신다고 투덜댔다. 선비같이 고운손을 가진 남자가 깔끔해서 좋기만했다. 이제는 어른들 말씀이 진리라는걸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엌문이 떨어져서 한쪽으로 내려앉은지 오래다.

 

“어떻게 문좀 고쳐봐요” 못질 두어번만 하면 될것 같았다.

 

“나 그런것 못해 망치질 하다가 손다칠텐데..”

 

마치 그런것 안하기로 태어난 사람같이 말했다. 어이없는것도 잠깐 바람들어오는게 싫으니 결국은 여자가 망치를 들었다. 그때부터다. 남자 할일까지 다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다. 나중에 사윗감 고를땐 남자의 손부터보고 툇자를 놓으리라 단단히 다짐을 했다.

 

방바닥이 덥지를 않으면 연탄 아궁이도 달겨들어 북북뜯었다. 굶어죽지 않을만큼 벌어다주면서 뭐든지 사람사서 하라는 남편이었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따뜻하게 자는걸 기대하면서 여자는 힘드는 줄도 모르고 거친일을 해냈다. 인부삯을 벌었다는 뿌듯함도 단단히 한몫을 더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안으로 깊이 포장하고 자기최면에 걸려사는 여자였다. 

 

어느 매섭게 추운날. 그 여자가 지붕위에 서있다. 사람들이 쳐다보며 깜짝 놀랬다.

 

“ㅇㅇ엄마 거기서 뭘해요 위험해”

 

신발은 물론 양말도 안신은 맨발로 곡예를 하듯 뒤뚱거리며 서 있다.

 

“굴뚝이 막혔나봐요 집안에 연기가 꽉찼어요.”

 

발바닥이 시리다못해 아펐다. 몸이 찬바람에 얼어서 빳빳하게 마비가 오는것 같았다. 쓸어질것만 같다. 내려다보니 무섭기도 했다. 

 

“그런건 남자가 해야지 ㅇㅇ아빠 안계셔.”

 

여자는 갑자기 비참하단 생각이 솟구쳤다. 눈만 한번 질끈 감으면 뛰어내릴것 같았다. 현깃증이 났다. 털썩 주저 앉을것만 같아 주춤거리는 눈앞으로. 두 애들이 보였다.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두다리에 힘을 주었다.

 

“애아빠는 출장갔어요” 입이 얼어서 말도 잘 안나왔지만 “그사람 고소공포증이래요”라고 사실은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참아내며 울컥 설움이 복받쳤다. 고운손을 아끼는 남편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그 여자였다. 굴뚝을 어찌 뚫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여자는 참았던 설움을 긴 밤 울음으로 지새우지 않았을까?

 

생존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해야만 했던 그 거친 일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편안하게 살았던 우리 시대의 옛날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도 그런 남편들이 발 붙이고 살수 있을까? 문뜩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뒷집여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있는 것 같다. 마냥 즐기며 구경해도 괜찮을것 같다. 좁은 현관위 장대로 걸친 빨랫대에 비를 피한 빨래들이 너울 너울 춤을 춘다. 저건 또 언제 만들었지? 

 

60f006d190035e2e71364be65c39c5ac_1477445679_0985.jpg
 

▲ 최근 발간한 수필집 “언니가 오셨네” - 구매가 15000원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18 | 11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4 | 11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6 | 12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7 | 12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2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92 | 12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0 | 18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8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8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7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1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5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9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