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친구

0 개 2,510 김지향

눈부시게 빛나는 분홍빛 벚꽃들이 일주일 내내 내리는 봄비를 맞고 축축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회색 하늘에 화사한 핑크색보다야 보라색이 더 잘 어울리지만, 빛이 사라진 거리는 스산하기 짝이 없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모르고 지냈었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힘들었었나 보다. 입천장이 헐고 잇몸이 부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쉬라는 징조.

 

음악을 틀어 놓고 입안에 따끈한 물을 머금고 있었다. 입천장이 따갑고 쓰리고 아릿했지만, 잇몸과 이 역시 얼얼한 아픔으로 욱신거렸지만, 입안 전체가 편안해지고 있었다. 몸도 마음을 써주는 것만큼 스스로 치유하려 노력하고 있겠지.

 

주말인 오늘과 내일은 온통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내 입이 원하는 것을 먹고, 내 눈이 보고 싶어하는 책을 읽고, 내 귀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듣고, 내 몸이 원하는 자세로 뒹굴면서 놀기로 작정했다.

 

보통 사람들의 삶 그대로 자라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산 세월을 돌이켜 보니 남는 기억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보호자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다. 

 

지구 저 반대편의 뉴질랜드라는 타국에 와서 살기에 보통의 삶이라기엔 좀 무리가 있겠지만, 빈 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인생의 큰 틀 속에서 보자면 50보나 100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요즘 나는 나이를 잊고 산다. 내 병을 알고 나서부터 더욱더 그러하다. 내 병을 이기려 들지 않는다. 죽는 그날까지 병과 더불어 친구처럼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의사의 지시를 꼬박꼬박 잘 따르면서 약도 잘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늘이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나에게 일을 주었다.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일이며, 내 팔자에 없는 일로만 생각했었던 옷을 판매하는 일이다. 하지만 병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그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생각보다 옷 파는 일이 재미있었다. 천차만별의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통해 그들 안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면서 연민의 정이 일었다. 일을 통해 병을 이기려 했었던 나의 어리석음도 들여다 보였다. 일과 병을 친구로 삼아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을……

 

나는 모자가 참 잘 어울리는 여자다. 모자만 쓰면 나이를 잊게 된다. 그래서인지 모자를 즐겨 쓰는 편이다. 이 세상에서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찬사를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말이 아부일지라도 모자가 잘 어울리는 내가 참 기분 좋다.

 

옷에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베레모부터 니트모자들까지 여러 종류의 모자를 쓰지만, 때로는 올림 머리를 하느라 모자를 쓰지 않는 날도 있다.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따르느라 예쁘게 단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지만, 영혼의 존재인 인간이 어찌 살아있는 마네킹으로만 만족할 수 있으랴.

 

병 때문에 살 찔 날이 없지만, 그 덕분에 옷 맵시가 좋다. 그런 면으로 내가 앓고 있는 병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병을 잘 다스려 가면서 일과 병행해 나가면 그만이다. 

 

쇼핑몰 상인들과 나누는 정 또한 매우 즐겁다. 맞은 편에 보이는 로또 매장의 판매원들은 $50짜리를 잔돈으로 바꿔주는 일을 해주며, 액자 맞춤 판매를 하는 옆집의 꽤나 예술적인 멋쟁이 여자도 항상 밝은 웃음으로 나를 대한다. 내가 입은 옷을 사고 싶어하기도 하고, 내가 권하는 옷을 입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한 달 넘게 레빈을 다니면서 무리를 한 것 같다. 지난 주 내내 비가 오면서 몸도 덩달아 피곤하더니 드디어 입안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칼럼을 쓰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아팠던 내 잇몸은 스스로 치유를 하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감사하다. 사랑한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18 | 11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4 | 11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6 | 12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7 | 12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2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92 | 12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0 | 18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8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8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7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1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5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9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