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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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0 개 2,190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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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랬다. 와인라벨을 부탁 받은 화가가 이 와인을 마셔본 후 소감을 그린 것이다. 입안에 꽉 찬 느낌을 주면서 묵직하고 진한 맛을 지녀서 풀 바디(Full-Bodied)하면서도 입안을 매끄럽게 감싸는 부드러운(Fat) 와인의 여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와인의 라벨을 보면 맛(Taste)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편견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코멘트를 하지 않은 와인도 있다. 사실 와인을 마신 후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경지에 오른 와인 전문가들도 야무지게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 와인의 맛이다. 하지만 다음을 참조하면 당신도 중급이상의 와인 애호가가 될 수 있다. 

 

키위친구의 파티에서, 마신 와인의 느낌을 물어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쉬운 영어를 동원해 말한다. 정말 딱 시큼털털한 맛의 느낌뿐이라면, 좋은데요(I like it),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치는군요(I didn’t Like it). 이것은 초보자 수준이다. 중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럴 때 입안에 남는 느낌을 통 털어 말하지 말고 세분화시켜야 한다. 훌륭하군요(Great), 좋군요(Good), 괜찮네요(Fair), 그저 그렇군요(Poor). 이 정도라면 개괄적이긴 하지만 처음보다는 세련된 표현이다. 여기에 ‘루비보석처럼 색깔(Color)이 예쁘군요’, ‘잘 익은 향(Aroma)이 우아하군요’, ‘단맛과 신맛이 조화(Balance)로 운데요’라는 식으로 와인의 색깔과 향기, 맛에 대한 느낌을 덧붙이면 당신은 이미 중급이상의 와인애호가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만약,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Body)를 설명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수준급의 와인 전문가로 파티장에서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의 맛을 보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한 모금 와인을 입에 머금고 입 속에서 그것을 담은 채 입술을 오므리고 입안으로 공기를 약간 끌어들인 후 마치 와인을 씹는 것처럼 입안에서 이리저리 돌리다가 그것을 천천히 삼킨다. 이 모든 과정이 몇 초 안에 끝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와인의 무게가 느껴지는가? 무겁다(Full)거나 가볍다(Light) 혹은 중간(Medium)정도를 구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와인의 중량감을 감별해 낼 수 있다면 아직 당신의 혀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당연히 뜨거운 찌개 국물에 덴 혀를 가지고 와인의 맛을 감별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혀가 무뎌진 경우도 이 차이를 예민하게 감별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와인을 즐기려면 금연을 해야 한다. 니코틴에 마비된 혀로는 물맛도 구별하기 힘들다. 결국 입안에서 느껴지고 목을 넘어가는 느낌을 생각해 보면 입안에서 머물 때 느껴지는 무게 감(Weight)이 바디(Body)인 것이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의 정도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주요 요소가 알코올이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일 수록 쉽게 마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 넘김의 느낌이 ‘꼴깍’ 하고 쉽게 마실 수 있다면 라이트 바디, ‘꾸울-꺼억’ 하고 넘어간다면 풀바디의 와인이다. 또 한가지 와인을 입안에 머금다가 넘기고 난 후에 입안에 머무는 느낌이 있다. 이것을 피니쉬(Finish)라고 하며 여운이 길다면 강한 인상이 남는(Long Finish, Strong Finish)와인이고 시지 않고 부드럽다면, ‘Soft’, 과일 맛이나 향기가 난다면 ‘Fruity’라고 하는 것이다.  

 

덧붙여보면 드라이(Dry)하다는 것은 달지 않다(Sweet)는 뜻으로 쓰다는 표현과는 다르다. 오히려 태닉(Tannic)하다는 표현이 떨떠름하다는 뜻인데 밤이나 호두의 속껍질에서 느껴지는 떫은 맛(Tannin)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오키(Oaky)하다는 의미는 오크 향이 많이 느껴질 때 사용하는 표현이고 화이트 와인의 표현 중에 크리습(Crisp)하다는 것은 신선하다는 의미로 신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눈 끝이 찡하고 톡 쏘듯 짜릿하면서 새콤하고 상큼한 맛의 표현이다. 

 

‘This wine…… Kisses……Licks……Bites……Thrusts……and Stings……’ 프랑스와인을 마신 후 느낌을 표현한 한 시인의 글이다. 여러분의 느낌은 어떤가? ‘키스처럼 달콤하게 다가와서 부드럽게 핥아 내리다가 깨물 듯이 나의 혀를 밀어낼 듯한 탱탱한 느낌으로 벌에 쏘인 듯 톡 쏘는 자극적인 매력을 지닌 와인’. 만약 이 와인을 마셨다면 당신은 오르가슴(?)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또 이런 분위기는 어떤가? ‘어지럽게 어우러지는 와인의 영롱한 색채와 향기의 멋진 향연은 당신의 입안에서 거친 풍랑처럼 완벽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가슴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맛의 흐름은 높고 깊은 산속의 메아리처럼 오래도록 당신의 머리 속을 고요하게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와인 앞에 무릎 꿇고 꼬리 내리고 손 발 다 들 수 밖에 없다. 

 

똑같은 말을 해도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칼로 무 자르듯이 말을 뱉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깊고 긴 여운을 남기는 풀 바디(Full Body)의 와인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말하자. 듣기 좋으라고 없는 말을 꾸며내는 것도 나쁘지만 무관심하고 차갑게 말하지는 말자. 겪어보니까 겉의 모습이 부드러운 사람일 수록 내적으로도 깊은 바다처럼 성숙하고 보석처럼 강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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