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힌치 골프클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라힌치 골프클럽

0 개 2,840 김운용

 6c1f801361cbb336e2da203dc846361f_1475109283_9185.jpg

▲  라힌치 골프클럽 올드코스 16번 홀(파3·192야드) 그린 뒤로는 페어웨이 빌라가 늘어서 있고, 멀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홀은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한 데다 5개의 벙커가 그린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아일랜드의 라힌치 골프클럽은 수도 더블린 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아일랜드 역시 스코틀랜드처럼 링크스 코스가 많다. 

 

라힌치를 이곳 사람들은 Leath-inch라 부르기도 한다. Leath는 2분의 1이란 뜻이고, inch는 island를 의미한다. 라힌치는 그 역사가 한 세기를 훌쩍 넘는다. 123년 전인 1892년 4월 11일 톰 모리스의 설계로 문을 열었다. 이후 1927년 앨리스터 매킨지에 의해 재단장됐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1998∼2001년 마틴 호트리가 레이아웃에 변화를 줬다. 대서양을 잘 볼 수 있고, 코스 전장을 최대한 넓혀 지금의 파72, 6950야드의 프라이빗 코스를 만들었다. 

 

티잉 그라운드 주변에는 마람 그라스(해변 사구에서 자라는 키가 큰 풀)를 심어 해변을 거닐 때 골프 코스가 가능한 한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톱 플레이어인 필 미켈슨은 라힌치의 회원이자 홍보대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링크스 코스로 라힌치를, 파크랜드 스타일 코스로 오거스타내셔널을 꼽다 보니 그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유명 인사들이 매년 1000여 명 이상이라고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출연했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와 할리우드 스타 마이클 더글러스가 이곳에서 라운드했다.

 

라힌치의 18홀은 모두가 시그너처지만 그중에서 4번 홀(파5·475야드)은 페어웨이가 뱀처럼 구불구불 휘어져 있다. 티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가장자리로 보내야 두 번째 샷이 유리해진다. 특히 310야드 전방 페어웨이 중앙을 가로막고 있는 V자형 언덕을 넘을 때는 거센 바람과 경기 진행을 위해 언덕 위 움막집에서 적·청색 깃발로 수신호를 하는 노인을 볼 수 있는데, 그린이 보이지 않는 특별한 홀이기 때문이다. 

 

‘델’로 불리는 5번 홀(파3·154야드)이 가장 유명하다. 그린이 울퉁불퉁한 젖가슴 같은 3개의 모래 둔덕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대서양의 거센 바람이 분다. 필자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3번 우드를 잡고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변화무쌍한 날씨도 특징이다. 바람이 불고 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햇볕이 내리쬐고 화창해진다. 그러다가도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 앞으로 걷기가 쉽지 않다. 바닷게처럼 옆으로 걸었던 추억이 새롭다.  

 

6c1f801361cbb336e2da203dc846361f_1475109312_6703.jpg

▲  왼쪽 사진은 리힌치 골프클럽 4번 홀. 페어웨이 언덕에서 진행요원이 골퍼들에게 깃발로 수신호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젖가슴 같은 둔덕에 숨겨 놓은 5번 홀 그린 전경 

 

필자는 2003년 6월 라힌치를 처음 방문했다. 2002년 월드클럽챔피언십(WCC) 선수로 나인브릿지를 방문했던 이곳 회원 파드리그 매클너니가 필자를 초청했다. 우리 일행이 바람막이 등으로 중무장한 데 비해 그는 반팔 차림으로 등장해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춥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골프는 자연에 대한 도전이고, 이런 기후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추위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라운드를 마친 뒤 라힌치 북쪽 해안 절벽인 길이 8㎞, 높이 214m에 이르는 ‘클립스 오브 마더 돈벡(Cliffs of Mother Donbeg)’을 구경했고, 세계적인 흑맥주 기네스와 머피스로 잘 알려진 펍 마을도 경험했다. ‘아일랜드를 알고 싶으면 펍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라운드를 마치고 흑맥주의 구수한 맛, 소박하고 독특한 펍 문화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아일랜드인들은 척박한 땅에 살면서도 도전과 극복의 정신을 잃지 않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박 3일간의 짧은 방문을 끝내고 아일랜드를 떠날 시간이 됐다. 우리 부부는 공항으로, 매클너니는 집으로 향하면 됐지만 그는 한사코 공항까지 배웅해 주겠다며 따라왔다. 그를 8년이 지난 2011년 5월에 재회했다.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WCC대회에 그가 선수로 참가해 다시 만났다. 모허 절벽을 배경으로 찍었던 사진을 모허 절벽의 돌에 새긴 시계를 선물로 가져왔다. 대회가 끝나고 다음 날 새벽이면 떠날 ‘친구’에게 “언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란 말을 꺼내자 매클너니는 필자를 부둥켜안고 울기까지 했다. 

 

필자는 2012년 7월, 죽기 전에 다시 가보고 싶은 우정의 땅 아일랜드를 다시 찾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오후 10시쯤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매클너니와 함께 인근의 명소, 유명 골프장 등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머물던 1주일 동안 숙식을 같이했다.  

 

매클너니가 더블린에서 노스아일랜드 북쪽의 벨파스트까지 4시간을 직접 운전하며 안내해줄 때는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아일랜드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햇살, 그 해풍과 함께 이 시간에도 깊은 풀 속에서 볼을 찾고 있을 그 친구가 정말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6 | 10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7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6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7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7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4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3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6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